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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란 무엇인가 - 천재들의 생각을 훔칠 단 하나의 방법 북클럽 은유 1
김용규.김유림 지음 / 천년의상상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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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교 국어 시간 이후로 은유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냥 비유법 중에 하나라는 것과 정확히 뭘 어떻게 해야 은유법을 사용하는 건지, 그게 내인생에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되는지 지금까지 잘 모르는 채 살아왔다. 아마 대부분 사람이 나와 비슷하지 않을까?

 

그런데 이번에 읽은 책이 은유란 무엇인가라는 책이다. 제목을 보고 책 두께를 보니 단순히 은유에 관해 설명을 하는데 이렇게 많은 내용이??라는 느낌이 먼저 들었다.

 

책 표지에는 어떤 한 남자(아리스토텔레스로 추정)가 두 손바닥을 들어 보이며, 마치 강의 시간에 학생들을 집중시키고자 하는 아메리칸 스타일의 몸짓을 취하고 있다.

그리고 그 위에는 천재들의 생각을 훔칠 단 하나의 방법이라는 말로 이 책을 읽고 나면 천재들의 생각을 훔칠 수 있게 된다는 기대를 하게 만든다. 과연 나도 훔칠 수 있을까?

 

그럼 도대체 은유란 무엇인가? 사전적 의미와는 별도로 오늘날 어문학자들은 은유를 보조관념을 통해 원관념을 나타내는 표현법으로 정의한다. ‘내 마음은 호수요에서는 마음이 원관념이고 호수가 보조관념이다. 원관념의 본질을 보조관념을 통해 이해하는 것, 이것이 은유다.

 

그럼 은유가 하는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바로 원관념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서 원관념의 개념, 기분, 상태 등을 쉽게 전달할 수가 있다. 그냥 단순히 좋고 나쁘다고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은유를 통해 원관념을 이해하기 쉬운 이미지로 표현하여 설득력을 높이고 상대가 공감할 수 있도록 하여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할 수 있으며, 창의(create)적인 사고도 할 수가 있다.

 

책을 읽다 보니 이러한 은유가 우리 삶에 어떠한 영향이라도 있을까? 하루하루 버티며 살아가는 나 같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기라도 할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오히려 직장생활을 취한 처세술이나 보고서 작성법, MZ세대 이해하는 방법 등이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해 책에서는 영화 <일 포스티노>의 주인공인 마리오를 소개한다. 마리오는 은유로 인해 아름다운 여인을 얻었고, 삶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깨달아 시인이 되었고, 참세상을 만들어가려는 꿈을 가지게 되어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사람으로 탄생했다. 영화니까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라고 안될 이유는 없을 것이다! 나도 책을 읽었으니 이런 일들을 기대해도 되겠다고 생각을 했지만 그러기엔 아직 은유에 대한 학습과 훈련이 부족한 것 같다.

 

책에서는 은유법에 대한 반복과 이해, 그리고 활용을 통해 은유를 학습할 방법을 제시한다. 그러나 이 방법을 꼭 은유를 배우는 데에만 적용하기에는 아깝다. 다른 어떤 것을 학습하는 데도 적용해 더 많이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진작 알았으면 좋았을 것을.

 

이 책은 지금까지 단순하게 살아온 나에게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었다. 앞서 소개한 영화 주인공까지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조금 가지게 해주었다(조금이라는 표현은 책이 부족해서라기보다 내가 부족해서이다). 그리고 항상 글을 쓰고 싶어 하는 나에게 내가 나타내고자 하는 바를 더욱 설득력 있게 표현할 방법을 알려주었고, 천재들의 생각을 모두 다 훔치지는 못해 아쉬웠지만 천재들의 생각 범위에 잠시 들어갔다 나왔으며, 그 속을 잠시나마 들여다 볼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을 한번 읽는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탁월한 천재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이 책을 통해 은유적 사고와 표현을 익히고 훈련한다면, 적어도 여러분이 일하고 학습하는 분야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설득력 있게 설명하는 능력이 향상되리라 생각된다. 그것이 이 책의 매력이다. 조만간 2, 3권이 출간 예정이라고 하니, 은유의 세계에 대한 탐험을 멈추지 말고 조금 더 나아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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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색 찬란 실패담 - 만사에 고장이 잦은 뚝딱이의 정신 수양록
정지음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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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한 권 책 읽기와 한 달에 한 권 서평 쓰기 시작하면서 아무래도 책에 관한 관심이 전부터 많긴 했지만, 요즘 더 많아진 관계로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 책과 관련된 내용을 검색하고 올리다 보니 똑똑한 스마트폰이 나에게 새 책 소식들을 광고로 잘 안내해주고 있었다.

그러다 출판사에서 새 책이 나오면 서평단을 모집해서 서평 이벤트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설마 나한테까지 오겠어 하는 마음에 그냥 신청이나 해보자 했는데 덜컥 선정되어 이 책을 받게 되었다.

 

제목은 오색찬란 실패담. 실패라고 하면 우울하고 슬프고, 위로해줘야 할 것 같은데 오색찬란이라니, 오색찬란은 여러 가지 빛깔이 한데 어울려 아름답게 빛남을 뜻하는 단어로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실패를 한 사람들에게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단어란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어떤 실패면 오색찬란하다고 할 수 있을까? 내가 한 실패 중에 그런 실패가 있었나? 난 항상 우중충했던 거 같은데.

 

표지에 있는 사람이 책을 쓴 정지음 작가와 닮았는지는 모르겠으나 정말 무념무상의 표정으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으며, 뒤표지에 쓰여 있는 인생은 선택, 긍정은 필수!’라는 말이 아모르 파티와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흥얼거리게 되었다. 천부적 낙관의 일인자, 정지음의 칠전팔기 장전법이라고 소개가 된 걸 보니 아마 보통의 생각과 사고하는 사람은 아닌 것 같다. 도대체 어떤 실패를 했고, 어떤 생각을 가지면 실패를 오색찬란하다 할 수 있는지 얼른 읽어보자.

 

어차피 우수한 인재들만 모아놔도 누군가는 낙오자가 되고 만다. 그래서 나는 차라리 조금 다른 방식으로 본인의 자리를 찾는 것이 난다고 생각한다. 실수를 아예 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니 실수하더라도 괜찮다는, 관용의 분위기를 만드는 게 먼저 아닐까 싶다.”

알면서 하니까 실수지, 한 번 더 그러면 실력이고라는 미생의 대사가 떠올랐다. 나는 그런 실수를 괜찮다고 다독여줄 수 있는 상사인가? 아니면 그렇게 봐주다가 또 실수하면 어떡하냐고 따지는 꼰대인가?

 

망망대해에서 혼자 되는 것이 외로움이라면, 고독은 반대로 군중 속에서 홀로 남은 일인 것 같다.”

외로움과 고독을 참 잘 묘사한 표현이다. 이 해석에 따르면 난 외로움보다는 고독 가운데 있는 것 같다. 그래도 다행이겠지? 외로움이라면 그걸 벗어나기 위해 누군가기에 도움을 요청할 사람도 없을 것 같다. 그래도 고독은 내 마음먹기에 따라 충분히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통제 없는 자유는 감옥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자유를 쟁취했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무방비한 자유가 나를 잡아먹고 있었다.”

이런 이유로 오히려 자유가 두렵기도 하다. 어려서부터 누군가의 통제와 지시를 통해 생활해 왔던 경험 때문에 혼자서 무언가를 결정하고 움직이는, 주체적인 삶을 사는 게 쉽지 않다. 가끔 직원들도 나에게 얘기한다. 그냥 시키는 대로 할게요. 근데..나도 그러고 싶단다.

 

우울증이란 어쩌면, 어른의 중압감을 짊어진 채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현상일지 모른다. 우울증자에게 필요한 언어도 어린 시절에 들었거나 듣지 못했던 말이 아닐까.”

외로움과 고독에 이어 우울증까지 이렇게 정확하기 주관적 정의를 내리다니. 이 작가는 정말 상당한 내공의 소유자인 것 같다. 한편으로는 부럽다. 하긴 그러니 작가란 타이틀을 얻을 수 있는 거겠지.

 

글씨기 규칙을 설정하지 말자. 글씨기의 묘미는 어떻게 하면 잘 쓰는지 모르면서 구석구석 헤매는 과정이 아닌가?”

글을 쓰고 싶은 나에게 하는 말 같았다. 그래서 나도 그래 글쓰기 규칙 따위는 무시하고 그냥 막 써보자했는데 아니 아직 난 그 정도 수준이 아니란 걸 금방 깨닫고는 그래 난 아직 규칙을 가지고 써보고 그 규칙을 매번 확인하지 않고 쓸 정도 수준이 되면 그때 가서 규칙을 무시하고 써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본기가 있어야 응용을 하지.

 

직장을 다니다 프리랜서 작가로, 그리고 다시 직장과 작가를 겸하는 능력자로 살아가는 모습이 부러웠다. 직장인으로서의 어려움을 모두 겪고 나서 프리랜서가 되었지만 정작 직장인을 부러워하는 모습도 생생하게 그렸고, 읽으면 읽을수록 정말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매력의 소유자이다. 아프리카 오지에서도 혼자 충분히 즐기며 살아갈 것 같으면서도, 주위에 친구가 없으면 외로워 힘들어 할 것 가기도 한, 내 모습과 참 비슷한 것 같았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내가 했던 실패들을 돌아보았다. 그러고 내린 결론은 내가 했던 실패들도 우중충한 게 아니었다. 오색찬란까지는 아니라도 이색찬란 정도는 되지 않을까? 잦은 이직, 학위논문 포기, 작심삼일 등등. 그래도 지금은 그 모든 것들 다 내려놓고 난 원래 그런 사람이라 인정을 하니 실패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며 위로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에세이 책들의 특징이 가볍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 서적처럼 지식을 받아들일 필요도 없고, 자기계개발 서적처럼 내 삶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안 해도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간혹 에세이를 빙자해 교훈을 주거나, 훈계하는 내용이 닮긴 책들을 읽다 보면 불편하다. 그런데 이 책은 전혀 그런 것도 없고 그냥 난 이렇게 살고 있고, 남들이 보기엔 실패한 삶일지 모르나 그 실패도 책 제목처럼 우리의 인생에서는 모든 것이 그저 오색찬란한 경험일 뿐이라고 말해주고 있다. 읽다 보면 나와 뭐가 다른지 잘 모르겠다.

 

어차피 인생은 내가 사는 것이다. 남들 눈에 어떻든 그게 뭐 그렇게 중요하랴.

실패, 그건 아무것도 아니다. 그냥 내 삶의 일부일 뿐이다.

 

이 책은 꼭 실패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추천을 해줘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면 너무 단순한 결론이다. 그렇지 않다. 그런 사람들이 이 책을 한번 읽는다고 해서 실패를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이런 책은 그냥 나처럼 실패에 큰 두려움 없는 사람들이 읽으며 그래 그렇지 하면서 맞장구를 치는 맛이 있는 책이다. 그러면서 내가 생각지 못한 실패를 감탄하며 응원하고 비슷한 실패를 한 나를 위로하면서 읽으면 된다.

 

실패하지 않기는 실패지만

실패에 흔들리지 않기는 성공입니다.


책 맨 뒤표지에 적힌 이 문구가 참 좋다. 이런 마음이면 어디서 뭘 해도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모두 그랬으면 좋겠다. 실패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실패를 했어도 그깟 실패쯤이야 라는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우리는 그럴 자격이 있다. 자기 모습대로 잘 살아왔으니까.

#도서협찬 #오색찬란실패담 #정지음 #에세이추천 #에세이 #오히려좋아 #책리뷰 #북스타그램 #RHK북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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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이 길이 되려면 - 정의로운 건강을 찾아 질병의 사회적 책임을 묻다
김승섭 지음 / 동아시아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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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는 없었다. 인터넷 서점 장바구니에 담겨있던 책도 아니고, 구입 당시에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라있던 책도 아니다. 항상 그렇듯 인터넷 서점 중고코너를 들락거리다 단순히 제목에 이끌려 어찌보면 충동구매로 지금 내손에 들려있는 책이다.


책 표지에 있는 몇몇 단어들이 이 책의 내용이 어떤지 설명해준다. 아픔, , 정의, 건강, 질병, 사회적 책임..어느 하나 쉽게 생각할 만한 단어가 없다.(다 읽고나서 든 생각이었지만 여기엔 중요한 단어 하나가 빠져있는 것 같았다. 인권) ..괜히 샀나..한챕터도 못 읽고 냉동실과 같은 내 책장(한번 꽂히면 꺼낼 생각을 안하는)에 고이 모셔둘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저자는 사회역학을 연구하는 학자로,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는 보건정책관리, 보건과학관련 강의를 하고 있다. 일반 의사가 아닌 연구를 많이 하는 의사, 교수이다.


목차를 보면서 난 아직 책을 읽기전이라 저자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는 몰랐지만 내가 관심가지고 있는 주제에 대한 내용이 많이 실려 있어 술술 읽힐 것 같았다.

차별, 공동체, 낙태, 쌍용차 해고노동자, 삼성반도체 소송, 소방공무원, 세월호 참사, 외상 후 스트레스, 동성애, 트랜스젠더 등등..

내가 가진 성향..직업적 특성 등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하나 그냥 대충 읽고 지나칠 부분이 없어 보였다. 목차만 보면 적어도 책장에 계속 꽂혀있을 것 같진 않은 느낌이 들었다.


당신은 거미를 본적이 있는가?

하버드대학교 보건대학원 낸시 크리거 교수는 우리가 오늘날 질병의 원인이라 부르는 것들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러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공동체의 사회적 환경은 고정물이 아니라 역사 속에서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토대위에서 형성된 것인데도, 왜 질병의 원인은 항상 개인 차원의 고정된 요인으로만 가정하는지 질문한다. 그러면서 크리거 교수는 질병의 사회적, 정치적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말하다.

일터가 불안전한 노동자들의 흡연, 남아공 시골 지역의 AIDS 사망률 변화, 동유럽 국가들의 경제위기와 결핵 사망률을 예로 들어 설명하면서 결론은 건강은 공동체의 책임이라고 주장한다. 한걸음 뒤에서 보면 원인의 원인이 보인다는 것이다. 공동체는 그 구성원들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개인의 나이와 가족력, 생활습관 뿐만아니라 살고있는 공동체가 어떤 곳인지에 대한 질문도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사회역학이다.

 

누군가는 그들 편에 서야한다.

삼성, IBM. 대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한다는 것이 쉬운 것이 아니다. 막강한 힘을 가진 대기업의 반대편에서 그 대기업과 직간접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 언론들의 지저분한 공격도 감수해야한다. 이런 돈도 명예도 되지 않는 일을 보스턴 보건대학원 클랩교수는 친구의 제안으로 소송에 필요한 연구를 하게 된다. 결국 패소하였다. 하지만 그는 왜 그런 일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물음에 이런 다답을 한다. ‘어떤 변호사든 어떤 학자든 그의 편에 서 있어야 합니다.’ 저자도 클랩교수를 만난 뒤 학자로서 링위에 올라가는 방법을 더욱 열심히 찾고 있다고 한다.

 

사회적 고통을 사회적으로 치유하려면

세월호 유가족 분들의 상처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고 부르는 것이 조심스럽다. 한국사회의 온갖 모순들이 집약된 구조적 폭력에서 기인한 트라우마를, 개인적인 수준에서진단하게 되고 그것이 개인적인 수준의 치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게 아닌가 우려스럽다. 고통이 사회구저적 폭력에서 기인했을 때, 공동체는 그 고통의 원일을 해부하고 사회적 고통을 사회적으로 치유하기 위해 노력해야한다.

 

재소자의 인권도 존중해야 하느냐는 질문

인권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지만, 공동체의 수준은 한 사회에서 모든 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한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동성애와 트랜스젠더 문제는 아마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많을 것 같다. 특히, 기독교인이라면 더더욱 그런 부분에 대해서 더욱 민감하게 반응을 할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동성애의 원인은 알 수 없으나 스스로 동성애자들이 스스로 자신의 성적 지향을 선택한다는 감각은 없으며, 대부분의 이성애자들이 스스로 선택해서 이성애자가 된 것이 아닌 것처럼 동성애도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의학계에서는 동성애는 질병도, 정신병도 아니라고 정의내렸으며, 보수 기독교 집단을 중심으로 행해진 동성애의 전환치료(이성애자로 만들 수 있는 치료) 역시 존재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작년 1029..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일이 일어난 그날..우리는 왜 그런 참사가 반복되는가..저자는 이에 대한 대답을 기록에 있다고 한다 세월호 참사 학생 실태조사를 하면서 예전에 일어났던 여러 참사들(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씨랜드 화재 참사,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 등)에 대한 기록을 찾아봤는데 기록이라 불릴 만한 게 없었다고 한다. 그저 신문기사 몇줄이 다였던 것이다. 아픔이 기록이 기록되지 않았으니 대책이 있을리 만무하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우리에게 참사는 반복되고 있다.


기록되지 않은 역사는 기억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기억되지 않은 참사는 반복되기 마련입니다.’

참사의 기록, 아프지만 해야 한다. 그래야 후대에 이런 참사를 안겨주지 않는다. 누군가의 아픔을 위로하는게 익숙해져버린 것 같아 슬프다.

 

책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사회복지를 공부하면서 그렇게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부분이 개인이 아닌 환경을 보라는 것이다. 환경 속의 인간이라는 말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질병에 대해서는 개인의 책임으로만 생각했었다. 비만도 개인이 조절을 못해서 그렇고, 흡연도 개인의 의지가 부족해서 끊지 못한다고 생각해 왔다. 물론 틀린 부분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 책에서는 그러한 부분들이 개인의 책임이 아닌 사회, 공동체의 책임이고 그러한 문제를 해결할 힘도 공동체에 있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공동체가 정답은 아니겠지만 공동체만한 답도 없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 공동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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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질문이 불편하다 - 나태함을 깨우는 철학의 날 선 물음들
안광복 지음 / 어크로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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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질문이 불편하다.

 

작년 여름 아이들과 함께 대전을 갔다가 알라딘 중고서점을 들렀다. 여기저기 다니며 이책 저책을 뒤지다 제목에 이끌려 책을 집어 들었다. 일단 목차를 보고 나니 책을 그냥 덮을 수 없었다. 왜 사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질문부터 흙수저와 금수저, 국가와 조폭의 비교, 독재자 등 사회에 대한 부분도 있고, 정의와 진리, 과학적 지식, 그리고 지금 당장 눈앞에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여러 방면에서 다양하게 불편한 질문들을 늘어놓고 있었다.

 

저런 내용에 대해 아는 게 없어도 관심은 있으니 책을 그냥 덮을 수가 없었다. 읽다가 포기하더라도 일단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런 걸 욕심이라고 하겠지. 그래도 일단 계산하고 집으로 가져왔다.


저자는 고등학교 철학교사로 지금까지 약 철학 관련 책을 10여 권이나 쓴 나같이 철학이 뭔지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철학을 소개하는 대표 저자이기도 하다. 저자는 책에서 운동선수가 매일 근력운동을 하고, 피아니스트도 손을 푸는 훈련을 거르지 않듯, 철학자도 매일 불편한 생각을 하면서 끊임없이 의문을 던진다고 한다. 그런 질문들로 인해 생각의 근육을 단련하는 정신훈련에도 좋다고 한다. 그러한 질문 22가지 들을 책에서 추려 담았으며, 저자가 쓴 내용은 예시 답안이라고 보면 된다고 한다. 물론 예시 답안이므로 정답은 없다. 그걸 통해 내가 가진 정답도 찾아봐야 하는 것이 진짜 훈련이라고 할 수 있다.

 

제목에서는 이 질문이 불편하다고 했지만 그렇게 불편한 질문은 몇 개 없었다. 다만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고, 서로 간의 생각이 좀 달라 약간의 논쟁거리는 될 수 있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내가 한 번도 생각하지도 못할 내용을 한번 머릿속으로 정리할 수 있는 내용이 있어 책을 읽어보니 가보지 못한 길을 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는 도대체 왜 살고 있나?

그대가 정말 행복해지고 싶다면 존재 욕구를 키워나가야 한다. 평생에 걸쳐 이루고 싶은 욕망은 무엇인가? 여기에 대답할 수 있어야 자신의 인생을 올곧고 튼실하게 가꿀 설계도를 손에 넣는 셈이다.

행복해지고 싶다는 생각은 하면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부분을 읽고 보니 왜 그동안 행복해지기 위해 내가 뭘 했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저 기분 좋게 잘 놀고 즐기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건 그냥 한순간이었을 뿐이다.

 

경쟁은 싫지만, 승자는 되고 싶다면?

경쟁에서 행복해지려면 우리는 전략형 인간이 되어야 한다. 이는 우리가 타고난 성향에 맞서는 일이기도 하다. 모든 승부에서 이길 수는 없다. 그러나 이기지 못하는 경쟁이라도 배우고 얻을 것은 있게 마련이다. 결정적인 패배는 나의 한계와 문제점이 뚜렷하게 드러내는 이점이 있다. 승부가 아닌 성장의 관점에서 지금의 성공과 실패를 가늠한다는 뜻이다.

 

정상적인 정신상태는 정상일까?

광기는 다양성이라는 성장동력을 잃어가는 인류문명의 새로운 돌파구를 여는 열쇠일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광기는 통제해야 하는 것으로 본다. 미친 행동이고, 다시 말해 정상적인 행위는 아니다. 그럼 정상적인 정신상태는 어떤 상태인가? 정신의학자의 눈으로 보면 모든 사람의 질병을 앓고 있다. 나아가 천재들은 광인에 가깝다, 베토벤, 고흐 등등. 천재적인 광기로 뭉친 시인과 예술가, 과학자 없이 이성적인 사람들로만 이루어진 사회는 과연 정상적인가?

 

인간다운 죽임이라는 것이 과연 있을까?

죽음은 삶의 결론이다. 결론이 아름다워지려면 그때까지의 과정이 훌륭해야 한다. 적절한 죽음은 충분한 사색과 치열한 준비를 통해 완성된다. 순간 찾아든 강렬한 감정이나 솔깃한 말에 넘어가서 택한 죽음은 전혀 적절하지 않다. 나아가 적절한 인간다운죽음은 제대로 된 선택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목차에 나오는 내용을 제대로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가까운 사람들이랑 이런 내용으로 토론을 해본 적이 있는가? 적어도 난 없다. 이런 얘기 하자고 하면 누가 좋아할까. 나도 하고 싶었다며 환영할 사람이 어디 있을까? 지금 저런 질문한다면 배부른 사람이라는 말을 들을 것 같고, 답답하고 말을 섞고 싶지 않은 사람이라는 인상을 줄 것 같았다. 그래도 난 하고 싶다.

 

그중에서 내가 가장 인상 깊게 읽은 부분은 소신을 내세우는 리더는 독재자인가?’라는 부분이다. 난 사실 이 부분이 두려워 소신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소신을 내세우지 못하고 소심한 리더가 되고 있다. 어찌 보면 직원들 말을 잘 들어주는 좋은 상사일 수도 있으나 리더로서 본인의 소신을 내세우고 직원들을 이끌고 가주기를 원하는 직원들 처지에서는 무능한 상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책에는 소신 있는 지도자들이 갖춰야 할 몇몇 내용이 소개하고 있는데 소신 있는 지도자는 질 줄 아는 사람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자신이 항상 옳을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으며, 사소한 부분에 있어서 대중의 욕망과 타협할 줄도 알아야 한다. 또한, 소신 있는 지도자는 토론을 통해 자신의 신념을 좀 더 정교하게 현실에 맞게끔 가다듬을 줄 안다고 한다. 이런 소신과 고집 사이에서 어떤 사람이 좋은 사람인지 판단하는 것은 비단 회사에서뿐만 아니라 선거에서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다.

 

이 책을 덮으면서 생각이 복잡해졌다. 난 이런 문제들을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나? 그냥 모르고 덮어두고 지금 내 앞에 당면한 문제들만 잘 헤쳐나가기만 하면 되는가? 저런 고민은 철학자들이나 하는 것이 아닌가? 물론 결론을 내릴 수 없다.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하니 머리가 아파지고,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하니 그럼 난 사회에 아무런 도움도 안 되는. 단순히 먹고 노는 것만 좋아하는 배짱이 같은 인간이 된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도 결론은 내렸다.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든, 없다고 생각하든 난 그 자체로 존재하는 인간이니까 너무 깊게 고민하지 말자. 고민될 때는 고민하고, 고민이 안될 때는 그냥 내버려 두자. 이런 고민에 대해 같이 공감해줄 사람이 주위에 없다는 핑계를 대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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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사 1
장강명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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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 우리가 알던 추리소설을 생각하고 읽는다면 지루할수 있다.
하지만 범인과 형사의 대결이 아닌 지극히 경찰의 입장에서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그러한 과정을 생각보다 디테일하게 잘 썼다. 내가 경찰이 된듯한 느낌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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