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이 길이 되려면 - 정의로운 건강을 찾아 질병의 사회적 책임을 묻다
김승섭 지음 / 동아시아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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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는 없었다. 인터넷 서점 장바구니에 담겨있던 책도 아니고, 구입 당시에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라있던 책도 아니다. 항상 그렇듯 인터넷 서점 중고코너를 들락거리다 단순히 제목에 이끌려 어찌보면 충동구매로 지금 내손에 들려있는 책이다.


책 표지에 있는 몇몇 단어들이 이 책의 내용이 어떤지 설명해준다. 아픔, , 정의, 건강, 질병, 사회적 책임..어느 하나 쉽게 생각할 만한 단어가 없다.(다 읽고나서 든 생각이었지만 여기엔 중요한 단어 하나가 빠져있는 것 같았다. 인권) ..괜히 샀나..한챕터도 못 읽고 냉동실과 같은 내 책장(한번 꽂히면 꺼낼 생각을 안하는)에 고이 모셔둘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저자는 사회역학을 연구하는 학자로,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는 보건정책관리, 보건과학관련 강의를 하고 있다. 일반 의사가 아닌 연구를 많이 하는 의사, 교수이다.


목차를 보면서 난 아직 책을 읽기전이라 저자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는 몰랐지만 내가 관심가지고 있는 주제에 대한 내용이 많이 실려 있어 술술 읽힐 것 같았다.

차별, 공동체, 낙태, 쌍용차 해고노동자, 삼성반도체 소송, 소방공무원, 세월호 참사, 외상 후 스트레스, 동성애, 트랜스젠더 등등..

내가 가진 성향..직업적 특성 등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하나 그냥 대충 읽고 지나칠 부분이 없어 보였다. 목차만 보면 적어도 책장에 계속 꽂혀있을 것 같진 않은 느낌이 들었다.


당신은 거미를 본적이 있는가?

하버드대학교 보건대학원 낸시 크리거 교수는 우리가 오늘날 질병의 원인이라 부르는 것들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러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공동체의 사회적 환경은 고정물이 아니라 역사 속에서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토대위에서 형성된 것인데도, 왜 질병의 원인은 항상 개인 차원의 고정된 요인으로만 가정하는지 질문한다. 그러면서 크리거 교수는 질병의 사회적, 정치적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말하다.

일터가 불안전한 노동자들의 흡연, 남아공 시골 지역의 AIDS 사망률 변화, 동유럽 국가들의 경제위기와 결핵 사망률을 예로 들어 설명하면서 결론은 건강은 공동체의 책임이라고 주장한다. 한걸음 뒤에서 보면 원인의 원인이 보인다는 것이다. 공동체는 그 구성원들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개인의 나이와 가족력, 생활습관 뿐만아니라 살고있는 공동체가 어떤 곳인지에 대한 질문도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사회역학이다.

 

누군가는 그들 편에 서야한다.

삼성, IBM. 대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한다는 것이 쉬운 것이 아니다. 막강한 힘을 가진 대기업의 반대편에서 그 대기업과 직간접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 언론들의 지저분한 공격도 감수해야한다. 이런 돈도 명예도 되지 않는 일을 보스턴 보건대학원 클랩교수는 친구의 제안으로 소송에 필요한 연구를 하게 된다. 결국 패소하였다. 하지만 그는 왜 그런 일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물음에 이런 다답을 한다. ‘어떤 변호사든 어떤 학자든 그의 편에 서 있어야 합니다.’ 저자도 클랩교수를 만난 뒤 학자로서 링위에 올라가는 방법을 더욱 열심히 찾고 있다고 한다.

 

사회적 고통을 사회적으로 치유하려면

세월호 유가족 분들의 상처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고 부르는 것이 조심스럽다. 한국사회의 온갖 모순들이 집약된 구조적 폭력에서 기인한 트라우마를, 개인적인 수준에서진단하게 되고 그것이 개인적인 수준의 치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게 아닌가 우려스럽다. 고통이 사회구저적 폭력에서 기인했을 때, 공동체는 그 고통의 원일을 해부하고 사회적 고통을 사회적으로 치유하기 위해 노력해야한다.

 

재소자의 인권도 존중해야 하느냐는 질문

인권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지만, 공동체의 수준은 한 사회에서 모든 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한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동성애와 트랜스젠더 문제는 아마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많을 것 같다. 특히, 기독교인이라면 더더욱 그런 부분에 대해서 더욱 민감하게 반응을 할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동성애의 원인은 알 수 없으나 스스로 동성애자들이 스스로 자신의 성적 지향을 선택한다는 감각은 없으며, 대부분의 이성애자들이 스스로 선택해서 이성애자가 된 것이 아닌 것처럼 동성애도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의학계에서는 동성애는 질병도, 정신병도 아니라고 정의내렸으며, 보수 기독교 집단을 중심으로 행해진 동성애의 전환치료(이성애자로 만들 수 있는 치료) 역시 존재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작년 1029..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일이 일어난 그날..우리는 왜 그런 참사가 반복되는가..저자는 이에 대한 대답을 기록에 있다고 한다 세월호 참사 학생 실태조사를 하면서 예전에 일어났던 여러 참사들(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씨랜드 화재 참사,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 등)에 대한 기록을 찾아봤는데 기록이라 불릴 만한 게 없었다고 한다. 그저 신문기사 몇줄이 다였던 것이다. 아픔이 기록이 기록되지 않았으니 대책이 있을리 만무하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우리에게 참사는 반복되고 있다.


기록되지 않은 역사는 기억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기억되지 않은 참사는 반복되기 마련입니다.’

참사의 기록, 아프지만 해야 한다. 그래야 후대에 이런 참사를 안겨주지 않는다. 누군가의 아픔을 위로하는게 익숙해져버린 것 같아 슬프다.

 

책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사회복지를 공부하면서 그렇게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부분이 개인이 아닌 환경을 보라는 것이다. 환경 속의 인간이라는 말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질병에 대해서는 개인의 책임으로만 생각했었다. 비만도 개인이 조절을 못해서 그렇고, 흡연도 개인의 의지가 부족해서 끊지 못한다고 생각해 왔다. 물론 틀린 부분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 책에서는 그러한 부분들이 개인의 책임이 아닌 사회, 공동체의 책임이고 그러한 문제를 해결할 힘도 공동체에 있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공동체가 정답은 아니겠지만 공동체만한 답도 없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 공동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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