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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시네마 던전 : 김봉석 영화리뷰 범죄·액션 편 - A♭시리즈 013 A♭시리즈 13
김봉석 지음 / 에이플랫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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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한순간도 긴장감을 늦추기 힘들게 만드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왜? 한 편의 영화 속에 수많은 장르영화가 숨어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큰 그림으로 보면 예술영화의 면모를 보이지만, 각각의 시퀀스에서는 장르영화를 감상하는 느낌이 든다. '장르영화'라는 단어가 어려워 보이지만 그냥 서부극/공포영화/코미디영화처럼 분류 가능한 형식과 줄거리를 갖춘 영화 정도로 이해해도 무방해 보인다. 이런 정의를 몰라도, <기생충>의 장면 장면을 재밌게 봤다면 이미 '장르영화'에 익숙한 셈이다.


<시네마 던전: 김봉석 영화리뷰 범죄·액션 편>은 바로 그 장르영화에 대한 리뷰집이다. 시리즈로 기획되어 첫 번째로 범죄물과 액션물을 다루는데, 문자 그대로 다양하다. 봉준호 감독의 우상 마틴 스콜세이지 감독의 <갱스 오브 뉴욕>처럼 다루는 게 당연한 영화부터 <타이치 제로>라는 생소한 영화까지 - 요즘 <말타의 매>를 다룬 영화서평집이 있던가? 책을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영화를 찾아보게 된다. <사부: 영춘권 마스터>의 명성은 자주 들었지만 굳이 보지는 않다가 '무와 협의 정신을 보여주는 영화'라는 저자의 평을 읽고 드디어 보게 되었을 정도니까.


추천사를 쓴 연상호 감독의 작품은 <부산행> 이전 것들도 좋아하는 편인데, 그 분이 직접 '자타공인 서브컬처 마니아'라고 수식어를 붙여주고 '그 시선은 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고 방점을 찍어준 게 이해된다. 단순히 '마니아'적인 시선이 아니라 오래도록 영화 기자로 일하고 영화제 프로그래머로 현장에서 얻은 폭넓은 정보를 곁들여주기 때문에 인터넷에 떠도는 블로그 리뷰에서 항상 느끼던 갈증을 좀 해갈할 수도 있고.


이 책의 또 다른 미덕은 저자의 유니크한 영화 감상평이다. 예를 들면 <무인 곽원갑>에서 펼쳐지는 현란한 액션 안에 관통하는 사상을 이런 식으로 요약해준다.


사실 곽원갑의 깨우침은 새로운 세계를 만나야 했던 근대인보다도,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교훈이다. 곽원갑에게 중요했던 것은 승리였다. 승리하기 위해 더 강하고, 더 빠른 무술을 익혔다. 현대인도 마찬가지다. 후기 자본주의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빨리 정보를 알고, 기술을 익히고, 앞서 나가야 한다. 인터넷의 시대인 지금은 무한경쟁의 시대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편에는 의도적인 느림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있다. 잠시 일에서 벗어나 산사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이 늘고, 명상과 요가가 성행한다. 세상의 정보가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려는 사람들 또한 증가하는 것이다. 곽원갑은 말한다. 중요한 것은 차가 아니라, 차를 마시는 사람의 느낌이라고.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자신의 마음이 변하지 않으면, 그것이 진정한 승리가 아닐까?

장르영화에 대한 편견을 거두고, 그냥 영화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읽으면 진정한 즐거움을 얻지 않을까?


사실 곽원갑의 깨우침은 새로운 세계를 만나야 했던 근대인보다도,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교훈이다. 곽원갑에게 중요했던 것은 승리였다. 승리하기 위해 더 강하고, 더 빠른 무술을 익혔다. 현대인도 마찬가지다. 후기 자본주의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빨리 정보를 알고, 기술을 익히고, 앞서 나가야 한다. 인터넷의 시대인 지금은 무한경쟁의 시대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편에는 의도적인 느림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있다. 잠시 일에서 벗어나 산사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이 늘고, 명상과 요가가 성행한다. 세상의 정보가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려는 사람들 또한 증가하는 것이다. 곽원갑은 말한다. 중요한 것은 차가 아니라, 차를 마시는 사람의 느낌이라고.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자신의 마음이 변하지 않으면, 그것이 진정한 승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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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과 정의 - 대법원의 논쟁으로 한국사회를 보다 김영란 판결 시리즈
김영란 지음 / 창비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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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판결이 사회통념을 근거로 판결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회통념을 근거로 판결할 수 있다는 것은 사회통념의 변화와 더불어 사법적 판단 역시 변화할 것을 기대할 수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24p, 01 가부장제 변화의 현재)

권력은 무엇인가 쌓여야 비로소 생긴다. 농경을 하면서 축적이 가능하게 된 집단은 가부장제를 형성하고, 산업사회에 접어들기 전까지 그 체제를 공고히 해 왔다. 산업사회 형성이 늦은 국가일수록 기존의 체제에 대한 향수가 짙어서 비현대적인 전통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한국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한국 사회의 모습을 사법적 판단 역시 결국은 반영하게 될 것이고, 실제로 반영되고 있는 중이다.


물론 '사회통념'의 정의는 무엇이고, '사회통념'으로 인정받는 기준은 무엇인지 궁금하기는 하지만 그건 언론이나 SNS에서 폭발적으로 생산되는 다양한 정보 안에서 조용히 내 안에 체화되는 가치 정도로 이해해볼까 한다.


'감수성의 정의는 '외부 세계의 자극을 받아들이고 느끼는 성질'이다. 즉 감수성이라는 용어는 '감성'이나 '감정'과는 달리 '예민함'이나 '감도 感度'라고 할 수 있다.

(47p, 02 성인지 감수성, 단지 피해자의 감성인가)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단어가 대법원의 판시에 등장한 건, 성적 고정관념이 지배하고 있는 '사회통념'의 어딘가에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는 일종의 신호탄인지도 모른다. 그 '균열'이 가열차게 확장하여 기존의 사회통념을 대체하거나 새로운 사회통념을 이끌어낼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흐름에는 늘 주목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왜냐면 그 '균열'은 나의 현재와 미래를 함께 할 가능성이 높으니까.


가장 흥미로운 챕터는 '04 계약이 법보다 우선할 수 있는가'였다.


쉬피오는 모든 걸 계약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환상에 우려를 표하면서, 효용성을 계약 내용의 정당성의 근거로 삼게 될 경우 생기는 사태에 대해 염려한다. 약속을 어기는 편이 더 이득이 될 때에는 효용성 기준에 따라 약속을 어기는 것이 정당화된다는 것이다. (중략) 값이 많이 올라 배액 이상의 위약금을 주더라도 이익이 된다면, 그 사람은 중도금을 받기 전에 계약을 파기하고 다른 매수인과 계약하려고 할 것이다.

(83-84p, 04 계약이 법보다 우선할 수 있는가)

부동산 매매 사례는 그나마 치명적이지 않다. 반면 가습기살균제 사건의 경우는 되돌릴 수 없을 정도의 피해가 발생했다. 하지만 원인을 제공한 기업체 4곳은 과징금 5,200만 원이 부과되었을 뿐. 기업은 효율적으로 계약을 파기한 셈이다. 철저한 안전 검사를 이해하지 않고 그냥 배상을 하는 방식으로. 이밖에도 통상임금의 예외를 인정한 판례와 노동쟁의의 정당성에 대한 판례를 다루면서 힘의 균형이 이뤄지지 않는 계약 당사자들을 동등한 위치로 가정해버리는 현실을 비판하기도 한다. 문득 인터넷에서 우스갯소리로 '3루에서 태어난 사람이 자기가 3루타를 쳤다고 착각한다'고 하던 게 떠오른다.


'06 과거사 청산을 위한 최소한의 움직임'에서 인혁당 사건 피해자들에게 국가가 지연손해금 산정일을 이유로 반환 소송을 건 사례도 기억할 만하다. 불법행위로 인한 배상을 산정하는 기준시점을 그 행위가 있었던 때로 할지, 변론이 종결된 때로 할지가 법적으로 중요한 지점인데 인혁상 사건에 대한 국가의 소송은 후자를 대법원에서 선택했기 때문에 가능해졌다. 보통은 전자를 기준으로 하지만 재산상 손해가 아니라 정신적 손해이기에 그런 판결을 내렸다는데, 이에 대해서는 저자의 문장을 인용하는 것으로 갈무리해도 될 듯하다.


기존의 가치, 즉 과거로부터 고착되어온 가치만을 우선적으로 고려함으로써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또한 그러한 과거의 잘못을 답습하지 않겠다는 과거사 청산의 본질이 잊힌 것은 아닐까.

(150p, 06 과거사 청산을 위한 최소한의 움직임)

과거사 판단에 대한 이야기는 '07 과거사에 대한 사법부의 권한은 어디까지인가'로 이어진다. 진도민간인학살 사건에 대한 과거사정리위원회 보고서는 증거자료로는 인정되었지만 그 증명력은 인정받지 못한다. 즉 보고서만으로는 판결에 핵심적인 증거로 쓰일 수 없고, 보고서에 기술된 희생자가 정말 맞는지 추가적인 자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 이 판결에 대한 반대의견처럼, 피고인 국가 측이 반증을 제시하지도 않고 대법원이 '정치적 판결'을 한 셈이다.


삼성엑스파일 사건을 둘러싼 '08 정치적 판결, 무엇이 문제인가'에서는 '정치적 판결'을 좀 더 깊게 파고든다. 부시와 고어가 대결했던 200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발생한 재개표 판결로 인해 미국 사법부 판결의 정당성이 훼손된 것을 시작으로, 삼성엑스파일 사건을 공개한 언론인과 정치인이 어떤 판결을 받았는지 따라간다. 그 정치인은 바로 고 노회찬 의원인데, 사법부가 '정당행위'를 기존보다 더욱 좁게 하는 '정치적 판단'을 함에 따라 의원직을 상실했고 그 기간에 받았던 정치자금 문제로 유명을 달리하게 되었다 - 이런 히스토리를 법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될 줄은 몰랐다.


'정치적 판결'은 PD수첩의 광우병 보도 사건에 대한 판결에서도 이어져, 대법원은 PD수첩의 보도내용이 명백한 과학적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허위보도로 판단한다. 하지만 이런 결론은 '명백한 진위'를 밝혀내기 힘든 기술선진국을 비판하기 힘들게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후쿠시마산 수산물에 대하여 인체에 해롭다는 주장의 진위가 밝혀지지 않은 이상 '후쿠시마산 수산물이 인체에 해롭다'는 단정적인 보도는 주장을 넘어서는 '허위'보도가 된다.

(215p, 09 판사들이 피할 수 없는 정치적 판단)

수많은 판례로 단련한 법관 역시 인간적인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법전이 성전이 아닌 이상 실수의 여지는 늘 있다 -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건처럼, 사회 구성원의 하나로서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하는 순간처럼. 한국의 사법부가 법적 정의를 좀 더 정의롭고 미래지향적인 방향으로 이끌기를 소망하면서 책에서 자주 등장했던 리처드 포스너의 문장으로 마무리하련다.


그러나 판결이 당면 사건의 당사자들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에만 관심을 가져서는 안 된다. 합리적인 법실용주의자라면 당면 사건의 판결이 가져올 결과뿐 아니라 제도상의 결과를 포함한 체계상의 결과도 고려해야 한다.

(168p, 07 과거사에 대한 사법부의 권한은 어디까지인가)


하지만 이 판결이 사회통념을 근거로 판결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회통념을 근거로 판결할 수 있다는 것은 사회통념의 변화와 더불어 사법적 판단 역시 변화할 것을 기대할 수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 P24

‘감수성의 정의는 ‘외부 세계의 자극을 받아들이고 느끼는 성질‘이다. 즉 감수성이라는 용어는 ‘감성‘이나 ‘감정‘과는 달리 ‘예민함‘이나 ‘감도 感度‘라고 할 수 있다. - P47

쉬피오는 모든 걸 계약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환상에 우려를 표하면서, 효용성을 계약 내용의 정당성의 근거로 삼게 될 경우 생기는 사태에 대해 염려한다. 약속을 어기는 편이 더 이득이 될 때에는 효용성 기준에 따라 약속을 어기는 것이 정당화된다는 것이다. (중략) 값이 많이 올라 배액 이상의 위약금을 주더라도 이익이 된다면, 그 사람은 중도금을 받기 전에 계약을 파기하고 다른 매수인과 계약하려고 할 것이다. - P83

기존의 가치, 즉 과거로부터 고착되어온 가치만을 우선적으로 고려함으로써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또한 그러한 과거의 잘못을 답습하지 않겠다는 과거사 청산의 본질이 잊힌 것은 아닐까. - P150

그러나 판결이 당면 사건의 당사자들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에만 관심을 가져서는 안 된다. 합리적인 법실용주의자라면 당면 사건의 판결이 가져올 결과뿐 아니라 제도상의 결과를 포함한 체계상의 결과도 고려해야 한다. - P168

예를 들어 후쿠시마산 수산물에 대하여 인체에 해롭다는 주장의 진위가 밝혀지지 않은 이상 ‘후쿠시마산 수산물이 인체에 해롭다‘는 단정적인 보도는 주장을 넘어서는 ‘허위‘보도가 된다. - P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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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SF는 정말 끝내주는데 : A♭시리즈 012 A♭시리즈 12
심완선 지음 / 에이플랫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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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는 원상태로 돌아가는 것이 결말이지만 SF는 결과의 좋고 나쁨에 관계없이 세계가 변화한다고.”

발표하는 작품마다 상을 휩쓰는 SF 작가 테드 창도 그렇게 말하지 않았는가. 판타지는 원상태로 돌아가는 것이 결말이지만 SF는 결과의 좋고 나쁨에 관계없이 세계가 변화한다고. SF의 세계관에서 세상은 과거로는 돌아가지 않는다. 변화는 불가피한 조건으로 받아들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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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망가
강상준 지음 / 로그프레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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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만화책을 보면 대부분 일본만화였다. 그래서 우리가 흔히 ‘만화‘라고 부르면 그건 거의 다 일본만화였는데, 그걸 ‘망가‘라고 부른다는 걸 알게 된 건 한참 후였다. 따라서 ‘위대한 망가‘라는 제목은 가장 적확한 표현이고, 그 안에 담긴 만화들은 한번쯤 보면 재밌게 볼 수 있는 만화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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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취미가 vol.1 - A♭시리즈 010 A♭시리즈 10
강상준, 김닛코, 김봉석, 손지상, 심완선 외 지음 / 에이플랫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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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내게 취미는 과연 무엇인지 잠시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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