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난 벼루 - 김정희와 허련의 그림 이야기 토토 역사 속의 만남
배유안 지음, 서영아 그림, 서울대학교 뿌리깊은 역사나무, 전국초등사회교과 모임 감수 / 토토북 / 201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선택하는 나의 기준은 "끌림"이다. 책을 봤을 때 나의 구미를 당기는 그 무엇이 있으면 결국 가져야 하는 게 나란 사람이다. 우연히 발견한 이 책 역시 그랬다. "구멍 난 벼루"라는 제목에서, "배유안"이라는 낯설지 않은 작가의 이름에서. 나중에 보니 한글 창제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초정리편지"를 쓴 작가였다.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을 하는 걸 보면 꽤나 인상깊은 작품이었다. 그래서 책을 받고서 읽기까지 한참이 걸렸다. 차분히 집중해서 읽고 싶어서.

  이 책은 소치 허련이 우연히 만난 꼬마 아이의 질문을 받고 자신의 스승이었던 추사 김정희와의 지난 날을 회상하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제자로 받아달라던 허련에게 "스승을 찾고 스스로 제자가 되어라"고 답한 김정희는 최고의 스승이자 예술혼을 함께 키워나가는 진정한 동료가 되어주었다. 울이 되어서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시들지 않는 것을 아는 것처럼 사람도 어려운 일을 당해서야 진정한 친구를 알 수 있다는 말에서 두 사람의 관계에 깔려있는 그 묵직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귀양을 간 허련을 만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제주까지 내려가 배움을 청한 허련이나, 그런 상황 속에서도 제자와 함께 끊임없이 정진해 나가는 스승 김정희의 모습을 보며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단단한 벼루에 구멍이 날 정도로 피나는 노력을 이어간 두 사람의 모습에서 항상 주변만 탓하던 내 모습이 오버랩되었기 때문이다.

  "좋은 글에는 반드시 사람이 있다. 좋은 그림도 마찬가지다."는 김정희의 말처럼 모든 것은 사람에서 시작되고 사람으로 끝난다. 하지만 요즘에는 그 사람이 목적이 아닌 수단이 되어가는 것 같아 참 서글프기도 하다. 어쩌면 나역시 그랬는지 모른다. 이제부터라도 그 동안 내가 지나쳤을 수많은 김정희와 허련들과의 만남을, 인연으로 바꾸어나가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