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고자질할 게 있어요.

엄마, 나도 고자질하고 싶은 게 있어 - 초등학교 교사의 지나치게 솔직한 학교 이야기
서성환 지음 / 바이북스 / 2020년 11월

나는 아이들을 자주 만난다. 아니 거의 매일 보다시피 한다. 그 아이들을 보면서 매번 느끼는 건데 참 쉽게 말을 걸어온다. 상대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자주 보는 사람이고, 게다가 약간의 호응이 더해진다면 그 이야기는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주제도 참 다양하다. 어제 뭘 먹고 뭘 했는지 자신의 일과는 물론이고, 엄마 아빠 이야기, 심지어 길에서 보았던 강아지 이야기까지 자신이 보고 들었던 무수히 많은 이야기들. 정말이지 아이들은 분명 저마다의 이야기 보따리를 가지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그런데 그건 비단 아이들 뿐만은 아닌 것 같다. 생각해 보면 나 역시도 그렇다. 믿고 의지하는 사람, 그 사람을 만나면 나는 자연스레 수다쟁이가 된다. 바로 우리 엄마다. 엄마를 만날 때면 그 동안 즐거웠던 일, 속상했던 일, 화났던 일 등을 그렇게 재잘재잘 풀어 놓는다.
이 책은 선생님이 엄마에게 고자질(?)하는 내용을 몰래 엿보는 듯한 재미가 있다. 상상치 못했던 교실 속에서 수많은 어린이들 속, 유일한 어른이로서 살아가는 선생님이라는 상당히 외로운(?) 존재의 속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옛말에 선생님 그림자는 밟지도 않는다고 했다. 그 만큼 스승으로서 존중과 존경을 받았던 이들이다. 하지만 요즘은 선생님에 대한 그러한 믿음과 환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직업인으로서 요구되어지는 일들, 그리고 그것에 대한 냉철한 평가들만 존재할 뿐이다. 너무나 서글픈 일이지만,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도 모른다.
물론 내 아이가 소중한 만큼, 내 아이를 우선 해줬으면 좋겠고, 또 그런 아이가 아파하면 더 속상할 것이다. 하지만 분명 다른 입장도 있지 않을까? 무턱대고 행동하기 전에 간단한 대화라도 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이 책 속의 선생님은 그런 사소한 행동과 말 한마디로 힘을 얻고, 또 의욕을 잃기도 했으니까. 자신의 잘못은 누구보다 자신이 더 잘 알 테니까!
학교라는 공간 속에서 수많은 어린이들과 만나, 완벽한 어른인 척 하루를 보낼 그들을 위해 오늘도 고생했노라고, 지금도 충분히 잘 하고 있다고 말해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