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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슬러 ㅣ 민음사 모던 클래식 64
코맥 매카시 지음, 김시현 옮김 / 민음사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이번엔 시나리오다
지금까지 코맥 메카시의 작품 중에 시나리오는
없었습니다. 새로운 포맷의 작품을 쓰기 시작한거죠.
물론 처음이긴 한데,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일지,
혹은 시나리오 작품의 신호탄이 될지는 지켜볼
일입니다. 어쩌면 아예 영화 제작을 위해 아주 그냥
작정을 하고 작품을 쓴 것은 아닐까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도 영화화 되었잖아요. 그 때
재미 좀 봤을 수도 있지만, 글쎄요. 작품들을 읽고
보면 코맥 메카시라는 작가가 왠지 그랬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진 않기에, 그랬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맥 메카시의 작품들은 영화화
해도 좋을 만큼의 그 특유의 스타일과 서사가 있습니다.
얼마 전에 리들리 스콧 감독의 <카운슬러> 영화도
개봉했죠. 출연진이 아주 화려했지만 흥행은 쪽박
이었다죠? 이번에는 소설 <카운슬러> 이야기와 함께
영화도 같이 얘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카운슬러
소설의 주인공인 젊고 유능하고 전도유망한
변호사는 아름다운 연인과 함께 행복한 미래를
꿈꿉니다. 이 변호사가 어느 마약 거래에 개입하게
되는데 문제가 생깁니다. 마약과 현금 배달괴정에서
사고가 난거죠. 공포와 패닉에 휩싸인 변호사는
다른 도시에서 애인과 만나기로 하지만 애인은
납치됩니다. 그리고 이야기는 변호사의 절망과
파멸이 기다리고 있는 끝을 향해 달려갑니다.
100% 코맥 메카시
서부의 셰익스피어라 불리우는 코맥 메카시라고
해서 반드시 말타고 황야를 달리는 이야기만 쓰라는
법은 없죠. <카운슬러>는 다른 작품들과는 좀 달리
현대적인 배경이면서도 모던한 느낌이 있습니다.
앞서 얘기했듯이 첫 시나리오 작품이기도 하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완전 100% 코맥 메카시
스럽습니다. 그의 이전 작품에서 볼 수 있던 특성이나
성향, 분위기, 스타일, 심지어 주제의식까지도 하나도
빠짐없이 고스란히 느껴볼 수 있다고 봐요. 이 작품
하나만으로도 코맥 메카시의 필치를 충분히 맛볼 수
있는 아주 진액! 정수! 라고 할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작품을 읽어나가는 동안 어쩌면 우리는 이 소설의
끝을 예감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코맥 메카시
작품들 속에서 흐르는 '하지 말야아 할 것' 그리고
'결정된 미래' 에 대한 이야기는 <카운슬러>에서도
여전합니다. 변호사가 마약거래에 손을 대었다는
것을 알게된 순간부터 우리는 어떤 불길한 예감에서
부터 결코 벗어날 수 없게 되고, 또 그 불길한 예감이
현실이 되어 나타날 것이라는 것도 이미 알고 있습니다.
마치 원래 그렇게, 그런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처럼 말이죠. 마약에 손을 대는 순간부터
이미 이 일이 어떻게 될 지 결정되어 있는 듯 그렇게
이야기는 진행됩니다. 결코 떨쳐 낼 수 없는 슬픈 예감을
통해 이미 줄거리와 결말은 정해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될
독자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결말이 오기를 기다리는 일
밖에는 없어요. 그렇기에 소설의 재미는 결말 자체나
스토리를 를 보는데에 있지는 않아 보입니다. 결말이
그 정체를 드러냈을 때 어떤 모습인가를 보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즐기게 될 재미, 그중에서도 아주 꿀재미겠지요.
하지만 그 결말의 모습은 소름끼칠만큼 과묵하면서도
끔찍하리만치 공포스럽습니다.
원래 그렇게 읽는 겁니다
이번 작품에서도 다소 철학적인 대사와 대화가 자주 오고
갑니다만 그 내용이 아주 쌩뚱맞지는 않습니다. 작품의
주제의식이라고 할 만한 탐욕 그리고 그 탐욕의 부작용에
관한 가르침을 어떨 때는 심오한 개똥철학 같은 대사로,
또 어떨 때는 우화같은 이야기로 우리에게 들려줍니다. 물론
개중에는 그냥 집어넣어 놓은듯한 이야기들도 있지만요. 결국
해석은 온전히 독자의 몫입니다. 보이는만큼 들리는만큼
의미를 가져가는 거겠지요. 혹은 작가의 철학과 생각을
따라가지 못하는 독자의 우매함이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런 철학적인 대화 속에서 혹시
내가 중요한 메세지를 놓친 게 있지는 않나 걱정하지는
마시란 겁입니다. 모든 메세지를 다 알아채야 하는 것도
아니구요, 모든 이야기가 의미있는 것도 아닙니다.
사람마다 이야기에 부여하는 의미가 다 다른 법이기도
하구요, 메세지를 놓쳤다 하더라도 또 다른 곳에서
찾으면 그만입니다. 그렇습니다. 코맥 메카시의 책은
그렇게 읽는 겁니다.
보라 그대들의 탐욕을!
내용이 심오해 보이고 철학적인 듯 보이긴 해도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어쩌면 참 쉽고 일반적이면서도
간단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바로 탐욕에 관한 교훈
이겠지요. 과도한 탐욕의 부작용과 탐욕이 부르는
비극을 코맥 메카시는 직접 보여줍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직접 보는 탐욕의 결과는 상상하는
것보다 더 끔찍하고 처참합니다. '탐욕은 언제나
과대평가되지만, 공포는 그렇지 않는다' 는 대사처럼,
탐욕 뒤에 따라오는 공포의 맛을 우리는 간과하거나
우습게 볼 때가 많죠. 탐욕에 눈이 멀어 두려움조차
잊어버리는 게 바로 어리석은 인간들입니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교훈을 전달하는 이가 바로 상담을
해주는 사람이 아닌 - 상담을 받아야 할 것만 같은
우리의 주인공 '카운슬러counselor' 라는 점일
겁니다.
영화는 무리수였나
시나리오라는 것이 영화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긴
하지만, 시나리오라는 포맷으로 작품이 존재하는
것과 그것을 영화로 만드는 것은 완전히 별개의
문제라는 것을 이번 <카운슬러>를 통해 깨달은 것
같습니다. 단언컨대, 이 작품을 영화로 옮기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그것도 흥행이라는 요소가
중요한 대중 상업영화로 만든다는 것은 무모한 도박에
가깝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는 스토리라인, 화려하고 현란한 액션, 마음을 울리는
감동 따위를 기대하기 힘든 코맥 메카시의 작품들은
대중상업영화로 만들어 흥행대박을 칠만큼 재미있지는
않다는 겁니다. 물론 그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독창적
이며서도 놀라운 살인 장면이나 사고 장면 같은 것들은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영화를 만들
수는 없는 법이니까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리뷰
에서도 잠시 이야기한 적 있지만, 코맥 메카시의 작품은
영화화 한다고 해서 그 작품의 진면목을 담아내기가
굉장히 까다로운 작품일 겁니다. 철학적이면서도 잠언
같은 대사와 내용들은 소설 속에서는 차곡차곡 서로
켜켜히 중첩되면서 작품의 메세지와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데 비해 이런 요소들이 영상으로 만들어졌을 땐
그저 단순히 장면 하나하나로 흩어져 사라져 버릴
가능성이 높다는거죠. 그렇게 되어 버리면 자칫 잘못하면
영화로 만들어진 코맥 메카시의 작품들은 헛소리나
지껄이며 허세 쩌는 대사나 가득한 무슨 내용인지
이해하기 힘든 그런 류의 영화가 되기 십상이라는
겁니다.
카운슬러
- 감독
- 리들리 스콧
- 출연
- 마이클 패스벤더, 브래드 피트, 카메론 디아즈, 페넬로페 크루즈, 하비에르 바르뎀
- 개봉
- 2013 미국, 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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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맥 메카시 만나기, 여러분의 선택은?
영화관에 걸렸던 '카운슬러'는 뭐 지금은 이미 벌써
막을 내렸죠. 흥행성적은 처참했구요. 영화가 나쁘진
않았습니다. 원작에 충분히 충실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다만 좀 이해하긴 힘들었을 뿐입니다. 이해하기
힘들었다기 보다 뜬구름 잡는 소리같은 내용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관람객을 가장 많이 사로잡았던 부분은
놀라운 살인장면과 아주 휘황찬란했던 출연배우 리스트
정도 였겠지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포스팅 때
했었던 이야기를 그대로 다시 반복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소설의 깊이를 영화가 따라가지를 못해요. 영화를
잘 못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것은 작품의
형태와 포맷이 가지는 특성의 문제라고 해야할 것
같아요. 코맥 메카시의 이야기는 영화로 그려내는
것보다 소설을 읽는게 더 효과적으로 전달되는 듯
해요. 리들리 스콧 감독이 이 작품을 예술영화로
만들었으면 어땠을까요? 그랬다면 흥행같은건 신경
안써도 되었을 텐데요. 탐욕에 관한 인간의 본성과
그에 대한 작가의 경고는 관람객들에게 잘 전달
되었을까요? 결국 이 영화의 문제는 심오한 작품을
이해하기엔 관객과 독자가 그만큼 심오하지 않아서
일까요?
코맥 메카시 입문서로 추천!
이 책은 코맥 메카시의 작품들 중에서는 가장
얇습니다. 일반 소설책에 비교해도 1/3 정도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큰 부담없이 읽을 수 있어요.
혹시 코맥 메카시의 작품을 읽어 보고 싶었는데
무엇부터 읽어야 할지 망설이셨던 분들, 혹은
다른 코맥 메카시의 책들이 좀 두꺼워서 선뜻
읽기를 망설이셨던 분들께 저는 과감하게 이 책
<카운슬러> 를 추천합니다. 코맥 메카시 특유의
그 필치를 흠뻑 느껴보실 수 있으면서도 크게
부담없는 이 작품이라면 코맥 메카시 시리즈
입문에 딱일듯 하네요! ^^
코맥 메카시의 다른 작품들 만나기!
[로드] : http://blog.naver.com/opusdog/130182770611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http://blog.naver.com/opusdog/1301824235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