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가벼운 아이와 너무 무거운 아이 - 2023 볼로냐 라가치상 어메이징 북셸프 선정작 곰곰그림책
남기림 지음 / 곰곰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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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아이와 무거운 아이, 우리의 이야기

남기림 그림책, 너무 가벼운 아이와 너무 무거운 아이(곰곰)

 


너무 가벼운 아이와 너무 무거운 아이가 하나가 될 수 있을까? 서로 불완전한 두 아이는 서로에게 괜찮을까? 생각보다 쉽게, 빨리 하나가 될 수 있지만 우리는 짧은 길을 언제나 먼 길로 돌아온다. 여러 갈래의 길을 걷고, 생각지 못한 상황에 놓여 보고 그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쓰는 등 수많은 선택을 통해 많은 경험을 한다. 그렇게 쌓인 경험은 나와 네가 우리가 되는 순간을 더 단단하게 만들지도 모르겠다.


처음 너무 가벼운 아이와 너무 무거운 아이라는 제목을 머릿속에서 발음하고, 입 밖으로 소리 내어 발음했을 때 무게가 달랐다. 머릿속으로 발음했을 때는 가벼웠다면 입 밖으로 소리 냈을 때는 무거웠다. 제목에 무게를 느낄 수 있는 가벼운무거운이 있어서 그럴 수도 있다. ‘가벼운과 무거운앞에 붙은 너무가 그 무게에 더 힘을 싣는다.


너무 가벼운 아이는 하늘에, 너무 무거운 아이는 땅에 있다. 가벼운 아이는 무거운 아이가, 무거운 아이는 가벼운 아이가 부럽다. 바람이 강하게 부는 어느 날 가벼운 아이는 겁에 질려 무거운 아이에게 언제나 자신을 잡아줄 거냐고 묻는다. 무거운 아이는 가끔 네가 혼자 걸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 말에 놀라고 슬펐던 가벼운 아이는 무거운 아이의 손을 놓는다. 한 번 놓은 손은 더 이상 잡을 수 없었다. 가벼운 아이가 느꼈을 슬픔과 놀라움도 무거운 아이가 한 말의 진심도 다 이해된다. 가벼운 아이는 무거운 아이를 진심으로 믿고 자신을 지켜주길 원하고, 무거운 아이는 분명 가벼운 아이를 위해 한 말이었을 테니까. 그렇게 서로의 손을 놓은 채 가벼운 아이는 하늘을, 무거운 아이는 땅을 자유롭게 떠다니고 걸어 다닌다. 근데 둘은 자유를 느끼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서로의 손을 잡고 있을 때가 더 행복하고 자유로워 보였다. 가벼운 아이는 떠나가는 것들을 붙잡고 싶었고, 무거운 아이는 하늘로 올라가고 싶어 했다. 가벼운 아이에게는 무거운 아이가, 무거운 아이에게는 가벼운 아이가 필요한 것이다. 둘은 원래 떨어질 수 없는 하나가 될 운명이니까. 애초부터 하나를 전제하고 존재하는 거니까. 그렇게 떠나간 것들을 붙잡으려는 마음과 하늘로 올라가려는 마음이 닿는 지점에서 가벼운 아이는 팔을 활짝 벌려 무거운 아이를 맞이하고, 둘은 절대 다시 잡을 수 없을 것 같던 손을 마주 잡는다. 잡은 손을 놓고 각자 지낸 시간 동안 가벼운 아이는 하늘을 떠다니면서 떠나간 것들을 보고, 무거운 아이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방황했다. 둘이 만나서야 가벼운 아이는 떠나간 것들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무거운 아이는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목적지가 생겼다. 서로를 향해 이어진 길에 여러 장애물이 많았을 뿐이다. 그 장애물을 뛰어넘어 둘은 두 번 다시는 서로의 손을 놓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손을 마주 잡은 것이다. 얼마나 많은 손들이 놓고 놓쳐지고, 어렵게 마주 잡았을까.


가벼운 아이와 무거운 아이는 나의 상태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 지금 나의 상태에서는 두 개의 나이다. 가벼운 아이는 가벼워지고 싶은 나이고, 무거운 아이는 흔들리지 않는 나인 것이다. 한동안 우울과 자존감을 1도 찾을 수 없는 바닥에 꼬꾸라진 채로 침체되어 있었다. 햇빛을 보기 위해서 밖으로 나가야 하는데, 그럴 힘이 없고 두려웠다. 살아야 하는 이유가 사라지니 나의 존재를 세상에서 지워버리고 싶었다. 죽고 싶다는 생각을 매일 했고, 숨이 붙어 있으니 마음이 수척해진 날들은 계속 이어지고 내 주변 사람들은 그런 나를 보고 답답해하면서도 안타까워했다. 그들의 시선이 나를 더 괴롭게 만들었다. 우울의 굴레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을 거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시간이 해결 못 할 악운도 재앙도 없다(박완서, 세상에 예쁜 것(마음산책))라는 말이 맞았다. 내가 쳐놓은 검은 커튼 틈으로 햇살 한 줄기가 들어왔고, 눈이 부셔 얼굴을 찌푸린데 반해, 한 줄기가 너무 따뜻해서 나도 모르게 커튼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게 시작이었다. 다리에 일어설 힘이 조금씩 생기더니 그냥 매일 해가 뜨는 것을 보자.’라는 마음으로 일어났다. 그렇게 두 아이가 서로의 손을 다시는 잡을 수 없을 것 같았던 것처럼 되찾을 수 없을 것 같던 일상을 찾기 위해 하루하루, 천천히 걸었다. 그러다 보니 살아졌고, 일상으로 돌아왔다. 언제 다시 또 일상을 잃고 우울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다 저 아래로 가라앉아서 나를,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할지 알 수 없어 두렵지만-내가 누리고 있는 일상을 잃을까봐-신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르는 시간이 해결 못 할 것은 하나도 없으니까 나는 시간의 힘을 믿기로 했다. 나의 가벼운 아이와 무거운 아이는 지금 손을 맞잡은 상태이다. 가끔 손이 떨어질 것 같으면 가벼운 아이가 손을 세게 쥐거나 무거운 아이가 손을 감싸듯 잡는다. 서로 놓지 않겠다는 마음이 간절해서 아슬아슬하지만, 당분간 서로의 손을 놓치지 않을 거라고 확신한다. 손을 놓거나 놓치더라도 하나가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기에 둘은 돌고 돌아 만날 것이다. 그리고, 서로에게 서로가 있어야 하며 혼자로 하나가 아닌 둘이 하나가 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특별하고, 감사한 일인지 깨닫게 될 것이다. 이 그림책 책장을 넘기는 어느 날, 내가 가벼운 아이와 무거운 아이에 어떤 의미를 담을지 알 수 없지만 그때는 가볍고 흔들리지 않는 나였으면 좋겠다.


 

이 그림책은 책 제목 댓글 이벤트 당첨으로 곰곰출판사에서 받았습니다:D

 

@곰곰출판사 : 세로 그림책은 처음이라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아요. 세로 방향으로 펼쳐진 둘의 세상이 끝도 없이 위아래로 펼쳐지는 것 같아요. 너무 잘 읽었습니다. 그림도, 그림을 타고 제 마음에 살포시 앉은 문장들도 오래오래 떠올릴 것 같아요. 너무 가벼운 아이와 너무 무거운 아이를 만나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너무 가벼운 아이와 너무 무거운 아이는 사실, 저희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언제나 우리 곁을 맴돌고 있는 것 같아요. 오늘은 그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주변을 자세히, 오래 들여다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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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 구멍을 내는 것은 슬픔만이 아니다
줄리애나 배곳 지음, 유소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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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절과 연결, 파괴와 회복을 동시에 꿈꾸는 우리, 이대로 괜찮은가?

줄리애나 배곳 지음 유소영 옮김, 우주에 구멍을 내는 것은 슬픔만이 아니다(인플루엔셜) 티저북

 


우주에 구멍을 내는 것은 슬픔만이 아니다라는 제목만 보고, 나를 위한 책이구나, 어떻게든 내가 만나게 될 책이구나.’라고 생각했다. 제목을 어떻게 이렇게 지을 수 있을까, 감탄했다. 우주에 구멍을 내는 것은 슬픔만이 아니라는 문장을 자꾸 곱씹게 된다. 곱씹을수록 내 마음에, 아니 나의 우주에 내가 알고 있는 구멍과 나도 모르는 사이에 생긴 구멍이 메워지는 것 같다. 분명 이 책은 이번이 아니더라도 나와 만났을 것이다.


왜곡된 거울상으로 재현한 흐릿하고 낯선 미래의 이야기곱씹을수록 진해지는 책 제목을 달고 한 권의 책으로 나왔다. 단절과 연결, 파괴와 회복을 동시에 꿈꾸는 오늘의 SF에 발 들일 준비는 책 제목을 보자마자 끝냈다. 다만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면, ‘단정과 연결, 파괴와 회복이라는 각각 반대의 세계에서 내가 어느 한 곳에라도 속하지 않은 채 붕- 떠 있지는 않을까, 그게 두렵다. 우주에 구멍을 내는 것은 슬픔만이 아니다에 제대로 발을 들이기 전에 설렘과 두려움을 안고, 내딛는 첫걸음으로 만난 포털역노화꿈에서 흐릿하게 봤던 장면 같았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분명 인간이 겪어야 할 시공간을 미리 엿본 기분이랄까. 두 작품을 읽고 난 후, 뭔가에 쫓기다가 겨우 따돌린 후 숨어서 간신히 숨을 돌리면서 여전히 쿵쾅대는 심장 소리로 귀가 먹먹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울고 싶어졌다. 엉엉-, 소리 내어 울고 싶었다. 왜 울고 싶었는지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지만, 울고 나면 두 작품을 잘 소화했다는 느낌이 들 것 같다. 다행히 울지 않았지만, 마음에 물컹한 무언가가 걸려 있다. 걸린 것이 무엇인지, 힘을 줘서 빼내야 하는지 아니면 녹아서 사라지는 건지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건 내 심장이 두 작품에 반응했다는 것이다.


포털은 파괴와 회복 사이에 어딨는지 모르는 이들을 위한 희망을 노래하는 것 같다. 3년 전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데릭의 포털을 보자. 데릭은 자기 아버지가 3년 전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곳 인근에서 혼자 사냥하면서 한 줄로 나란히 나 있는 구멍들을 발견했고, 그 구멍에 손을 넣었다. 구멍에는 살아있는 아버지의 얼굴이 있었다. 분명 살아 있고, 따뜻했다. 구멍에 손을 넣어 아버지의 얼굴을 만진 데릭은 쓰러져서 심하게 울고, 동생이 안아줘야 했다. 데릭의 경우를 보면, 포털이 보이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닌 것 같다. 포털을 통해 떠나보내지 못한 아버지를, 목 놓아 불러도 오지 않을 그리운 아버지를 향한 슬픔을 온전히 느끼고 표출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포털이 생기고, 보이는 이유가 애도할 일이 많아진 것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애도할 일이 많아지면, 사람들은 짓눌린 채 힘든 일에 대처하는 심리적 기제가 무너지고 온갖 중독에 빠져들며, 엉망이 되고 폭력적이고 초췌해진다. 그렇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생기를 잃은 채 그저 숨이 붙어 있어서 사는 좀비가 된다. 포털에는 포털이 아주 많다. 작가가 만들어낸 허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포털을 봤을지 모른다. 포털에 다른 이름을 붙여 부르고, 전해졌을 수도 있다. 나도 포털을 봤을까? 포털은 개인적인 것으로, 누군가에게 필요한 것이 들어 있는 공간 개념이다. 개인적이기에 세상에는 수많은 포털이 있고, 지금도 포털이 생기고 앞으로 셀 엄두조차 낼 수 없게 포털이 생길 것이다. 포털로 가득 찬 세상에서 모든 걸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포털을 발견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홀린 듯이 포털 앞에 설 것이다. 그리고 데릭처럼 손을 넣거나 다브로스키 아저씨처럼 흙을 파서 묻을 수도 있다. 포털 안에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이 들어 있다면 망설임 없이 손을 넣을 수 있을까? 포털이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라면, 나의 포털에는 만져지지 않는 것들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손을 넣어도, 얼굴을 들이밀어도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나는 지금도 포털을 만들고 있다. 불안과 고민, 걱정에 쫓기며 잠드는 것이 힘들어서 책상 앞에 앉아 마음을 달래기 위해 책장을 천천히, 넘기는 행위가 의미 없이 자꾸 구멍이 생기고, 무언가가 빠져나가는 좋지 않은 느낌을 자주 느낀다. 포털을 통해 내가 가벼워질 수 있다면, 나는 기꺼이 포털을 만들 것이다. 애초에 포털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은 없다. 현실과 상상을 넘나들며 펼쳐지는 포털이 넷플릭스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와 겹쳐서 찌릿했다. 곱씹을수록 자꾸 현실이 아닌 다른 차원의 세계로 눈길이 가는 내 모습을, 이미 다른 차원의 세계로 발걸음을 옮기는 나를 발견할 수 있는 포털을 찾은 것 같다.


역노화의 설정은 참신했다. 나이가 들어 죽는 건 자연의 섭리이기에 놀랄 것도 없고, 너무 익숙하게 슬픔에 젖는다. 무뚝뚝하고 무심하고, 자기밖에 몰랐던 아버지(게리 시먼스)가 소생술 대신 유전자 역전을 선택하면서 딸 (하데)은 그의 역노화 과정을 참관한다. 그와 딸의 시간이 완전히 반대로 흐르는 것이다. 참신한 발상인 만큼 생각할 거리가 많았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일이니 말이다. 아버지의 역노화를 지켜보는 딸의 심정에 몰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버지는 딸에게 사과하고, 용서를 구해야 했다. 역노화를 선택하는 것으로 심판을 받는 것일까? 하데()는 눈물의 임종이 싫고, 싸구려 용서도, 마지막 순간 한마디로 해결되는 속죄도, 다 싫어!’(38)라고 했다. 그녀의 말대로라면 유전자 역전의 선택이 최선이었을지도 모른다. 근데 누구를 위한 최선일까? 역노화를 직접 경험하며 아기의 모습으로 죽는 아버지, 아니면 아버지의 역노화 과정을 참관하는 딸? 하데는 아버지가 점점 젊어지고 어려지고, 유아가 되는 순간에 울음을 터뜨린다. 눈물을 그치지 못한다. 하데의 눈물은 무슨 의미일까? 하데는 아버지의 죽음을 바라지 않았나. 끝까지 용서를 구하지 않은 아버지에 대한 원망일까, 아니면 역노화를 참관하면서 자신이 존재하지 않았을 때, 존재했던 아버지의 모습에 대한 형용할 수 없는 무언의 감정 때문일까. 세상에 태어나 존재하는 것, 무슨 이유로든 존재가 사라지는 것. 존재하는 것과 존재하지 않는 건 괴로움과 슬픔, 고통 등 다양한 감정이 수반되지만, 동전 뒤집기처럼 쉽게 결론 낼 수 있는데 어째서 존재하는 쪽(남는 사람)이 더 괴로워야 하는 걸까. 아기가 된 아버지를 가슴에 단단히 끌어안고 뛰기 시작한 딸은 아버지를 용서했다(오래전에 용서했던 건 아닐까). 아버지와의 단절이 연결되었고, 아버지를 용서하는 것으로 파괴되었던 하데 자신의 일부를 회복했다. 이는 하데가 존재하기 때문에, 살아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단절과 연결, 파괴와 회복은 우리와 무관하지 않으며, 간단하고 자주 일어난다. 하지만 연결과 회복은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한다. 조건을 맞춰도 이루어지지 않을 때가 많다. 두 작품을 보자. 단절과 연결 그리고, 파괴와 회복이 왜곡된 거울상으로 재현한 흐릿하고 낯선 우리의 이야기라는 걸 알 수 있다. 단절과 연결, 파괴와 회복을 동시에 꿈꾼다는 것이(동시에 꿈꾸는 게 이기적이다) 쉽지 않겠지만 가능할 거라는 걸 우리는 안다. 우리는 단절과 연결, 파괴와 회복에서 자유를 찾지 못한다. 그 안이 아니면 우리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단절과 연결, 파괴와 회복이 이루어지는 건 어렵지 않게 경험하거나 볼 수 있다. 단절되기 위해서 연결하고 연결하기 위해서 단절되고, 파괴하기 위해서 회복하고 회복하기 위해서 파괴한다고 생각해도 될까. 모두에게 좋은 쪽(연결과 회복)으로만 흐릿하고 낯선 우리의 이야기를 끌고 가면 안 될까. 이것 또한 그저 나의 바람일 뿐이다. 모두의 바람이라면 바람이 아닌 현실이 될 수 있다.


단절과 연결, 파괴와 회복이라는 키워드를 SF와 접목하여 흐릿하고 낯선 멀지 않은 우리 미래의 이야기를 참신하고, 깊게 그려낼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읽는 동안 정신이 몽롱했다. 두 작품을 잘 읽어냈는지 여전히 모르겠다. 그저 읽는 동안 내가 했던 생각, 느꼈던 것들을 적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읽었을지 궁금하다.


우주에 구멍을 내는 것은 슬픔만이 아니다를 제목으로 둔 건 최고다. 제목을 곱씹다 보면 어느 순간 느낀다, 우주에 구멍을 내는 것은 슬픔만이 아니며 구멍을 메울 수 있는 것 또한 슬픔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 티저북은 서평단 활동을 위해 제작되었으며 비매품으로 인플루엔셜출판사에서 받았습니다:D

 

줄리애나 배곳 작가님이 궁금하다. 어떻게 이 작품을 쓰게 되었는지, 작가님의 우주에 구멍이 있다면 그 구멍을 내는 것이 무엇인지 며칠 밤새워 듣고 싶다. 솔직해서 따갑고 눈물이 터질 것 같은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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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x4의 세계 - 제29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 수상작(고학년) 창비아동문고 341
조우리 지음, 노인경 그림 / 창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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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와 세로가 만든 세계는 언제나 빙고!

조우리 장편동화 노인경 그림, 4x4의 세계(창비)(창비좋은어린이책수상)(가제본)


 

4x4의 세계와 같은 책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읽기에 좋은 책이니까. 사람 냄새가 나는 책은 오랜만이라 책장을 덮고 나서 잠깐 멍하니 표지를 바라보았다.


학교에서 공부하고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운동장을 가로지르며 공을 차야 할 아이들이 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주사를 맞고 맛없는 건강식 병원 밥을 먹으며, 답답한 시간을 보내야 하는 상황이 처음에는 안타깝고, 내가 병원에 있는 것처럼 답답했다. 뒤로 갈수록 가로와 세로 모두 희망 가득한 날을 기대할 수 있는데도 자꾸 울컥했다. 이 울컥함은 분명 좋은 감정이다. 나는 한 번도 병원에 입원한 적이 없이 건강하게 자라서 가끔 농담 반으로 병원에 누워서 해주는 밥 먹으면서 좀 쉬고 싶다.’라고 말했는데 그 말이 병원이 집이고 학교인 사람들에게는 정말 잔인한 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갈호와 미호, 무하마드, 새롬이에게 미안했다. 어리석고 안일한 생각이었다. 어른이 되어도 철없는 건 똑같고, 오히려 아이들을 통해 보고 배우는 게 많다.


갈호는 여섯 살 때,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자주 주저앉다가 혼자 힘으로 일어날 수 없게 되면서 찾은 병원에서 병명 진단을 받고, 병원에서 재활 받는 생활을 한지 어느덧 1년이 다 되어 간다. 부모님은 일을 하느라 바쁘기도 하고, 병원과 집이 멀어서 한 달에 한 번씩 부모님과 동생이 갈호를 보러 온다. 갈호는 그날을 가장 손꼽아 기다린다. 그날을 기다리는 건 갈호뿐만이 아니다. 부모님의 빈 자리를 채워주는 제갈해 할아버지도 그날을 기다린다! 갈호는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과 그동안 못 나눈 이야기를 나누고, 할아버지는 그동안 마시지 못했던 막걸리를 친구들과 마음껏 마실 수 있고! 여러모로 갈호 가족에게 특별한 날이다. 그날은 참 짧고, 엄마 품에서 엉엉 우는 갈호와 미안하다며 갈호를 꼭 안아주는 엄마의 모습으로 끝난다. 마음이 쿡쿡, 쑤시다. 원치 않는 병원 생활과 집이 그립고, 학교생활은 어떤지 상상하는 갈호의 마음이 어떨까? 짐작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습기가 찬다. 하지만 갈호는 병원 생활에 지루함을 느끼면서도 스스로 만든 놀이를 통해 소소한 재미를 느낀다. 예를 들면, 직사각형으로 가득 채워진 병원을 보자. 병실 천장 패널이 직사각형인데 그것에 색을 채워 그림을 연상하거나 글자를 만든다. 갈호만의 스케치북이다. 천장의 패널을 종이로 이용하는 갈호는 하루빨리 건강해져 학교에서 뛰어놀아야 할 아이다. 공부도 잘하는 편이고, 학교에서 아주 재밌고 멋진 생활을 할 만큼 놀이를 잘 만들고, 친구들이 많은 건 당연할 것이다. 갈호에게 가능성과 희망이라는 단어가 희망 고문 같지만 포기할 수 없다. 한 병원에 머물 수 있는 기간은 정해져 있고, 갈호와 갈호 부모님은 가능성을 좇아 다른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 재활 유목민.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생활에서 가장 힘든 건 제갈호, 본인이다. 갈호는 가장 힘들고 불편하지만, 울거나 불평하지 않는다. 자기를 보러 올 수 없는 부모님을 이해하고, 자신을 돌봐주는 할아버지의 마음을 안다. 갈호는 어쩌다 보니 어른아이가 되었다. 갈호가 처한 상황이 갈호를 어른아이로 만들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그 나이 때만 누리고, 즐길 수 있는 것들은 지금의 갈호에게 아무리 손을 뻗어도 닿지 않는 달처럼 아득한 꿈이다. 그럼에도 희망을 놓을 수 없다.


갈호의 답답한 병원 생활에 변화가 생긴다. 바로 클로디아의 비밀책으로 포스트잇을 붙여 가며 대화를 나누는 친구가 생긴 것이다!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가. 오랫동안 책에 포스트잇을 붙이며 서로에 대해 알아 가면서 서로가 궁금한 둘의 모습을 보면 웃음이 난다. 갈호는 걷지 못하는 자신을 보고, 세로가 실망하거나 친구를 해주지 않을까 봐 걱정한다. 하지만 그건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갈호와 새롬이는 포스트잇으로 자신을 소개하며, 갈호는 가로가 되고 새롬이는 세로가 되었다. 가로와 세로는 바늘과 실처럼 언제나 붙어 있다. 가로가 없는 세로, 세로가 없는 가로는 상상할 수 없다. 애초에 갈호와 새롬이는 만날 운명이었던 건지도 모른다. 서로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소중하고 특별한 존재인 것이다. 둘은 분명 운명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병원이 아니어도 분명 만났을 것이다. 지루하기 짝이 없는 병원 생활에 활기가 돈 것은 가로와 세로가 함께 만든 세계때문이다. 본인의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아서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겠지만, 서로를 위한 어여쁜 마음이 둘을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로 만들었다. 둘이 나눈 대화는 하나같이 내가 당연하게 생각하고 언제나 누리고 있는 것이라 지루하게 느껴지는 것들이었다. 그래서 마음이 쿡쿡, 아팠다. 가로와 세로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소원을 빌어도 이루어질까 말까 하는 일들이 나에게는 매일이었으니까. 몸 아픈 곳 없이 잘 지내고 있는 나보다 가로와 세로가 더 살아있다라는 느낌이 든다. 부끄럽다. 어린 나이에 병원 생활을 오래 하고, 가능성과 희망을 놓을 수 없는 상황-놓지 않고-에서 아이들은 살아가고 있다. 다시 살아가는 것. 좌절했던 시간을 지나서 걷는 것보다 더 중요한 다시 살아가는 것을, 가로와 세로는 해내는 중이다. 희망을 놓지 않고 살면서 세로의 안녕을 진심으로 바라는 가로의 모습 앞에서, 퇴원 후 그리웠던 집으로 돌아온 가로는 자기 방에 세로와 나눴던 포스트잇을 벽면에 붙이고 세로와 함께 만든 우리의 세계에서 잘 살 살아갈 거라고 다짐하는 가로의 모습에서 나는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가로와 세로가 만든 세계가 너무 아름다워서(가로와 세로다워서) 울고 싶어졌다. 아무 걱정 없이 뛰어놀아야 할 아이들에게 무거운 돌덩이를 준 신에게 닿을지 모르지만 원망스럽다(가로와 세로의 이야기에 너무 몰입했다). 여러 번 목구멍을 치는 울컥함을 꾹꾹, 눌렀다. 한 번 터지게 되면 오랫동안 울 것 같아서, 한 번에 쏟아낼 내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서 참았다. 무엇보다 나에게 울 자격이 없다. 가로와 세로의 눈을 제대로 마주칠 수 있을 만큼 내게 주어진 삶을 열심히 살고 있을 때, 울 것이다. 우는 나를 안아줄 가로와 세로의 모습이 그려진다. 가로와 세로가 서로에게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앞으로 둘 앞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지만, 둘이 만든 단단한 세계가 있기에 흔들리더라도 절대 꺾이지 않을 것이다. 흔들려도 둘의 세계가, 단단하게 성장하는 마음이 가로와 세로를 붙잡을 것이다. 포스트잇에 적었던 것들을 하나씩, 이루어야 하니까.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가서 클로디아의 비밀을 이은 <가로와 세로의 비밀>을 만들어야 하니까. 가로와 세로의 안녕을 진심으로 바란다. 가로와 세로가 만든 세계가 무너지거나 부서질 일이 없겠지만 만약 금이 가고 틈이 보인다면, 나의 세계를 덜어 벌어진 틈이 쉽게 또다시 벌어지지 않도록 막을 것이다. 아름다운 세계가 시들어 가는 것은 괴로운 일이니까.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것이 있고, 사라지는 것은 당연하다. 근데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것도 있다. 가로와 세로의 특별한 우정 같은 것 말이다. 둘의 우정이 너무 부럽다. 가로에게 세로가, 세로에게 가로가 있다는 것이 눈시울이 붉어질 만큼 부럽다. 나는 누군가에게 가로일까 세로일까. 아니 가로, 세로가 될 수나 있을까. 직사각형이든 정사각형이든 내가 서 있으면 흔들리지 않게 맞대어 꼭짓점을 함께만들어 주는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가로와 세로처럼 우리의 세계, 4x4의 세계를 만들 수 있으니까.


세상 곳곳에 있을 수많은 가로와 세로에게 다정한 손길이 닿았으면 좋겠다. 날카롭게 스치는 바람을 막아 줄 튼튼한 품이 많아지길 바란다. 나부터 가로와 세로를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가야겠다. <빙고를 외치지 않는 빙고 게임>을 하고 비가 오고 날이 개면 햇빛을 피하지 못해서, 사람들의 발에 밟혀 죽는 지렁이 위에 흙을 덮고 꽃을 꽂아 무덤을 만들어 주고, 함께 만든 세계에서 잘 살아보겠다고 다짐해야겠다. 가볍게 읽으려고 펼친 가로와 세로의 세계에서 너무 많은 것을 배웠다. 삶이 무엇인지, 왜 사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 등등. 여전히 10대 어딘가에 머물러 있는 마음의 나에게 가로와 세로는 봄날의 햇살처럼 다가와 나의 하루를, 나의 삶을 향해 걸어왔다. 휠체어를 탄 가로와 휠체어를 밀어주는 세로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존재이며, 누구에게나 다정한 친구가 되어줄 것이다. 그리고 조우리 작가님과 나처럼 세상에는 가로와 세로에게 다정한 친구가 되어줄 사람들이 많다. 둘과 친구가 된다면, 어떤 사각형이 돼도 두렵지 않을 것이다. 희망의 꽃망울이 터지고, 가로답게 세로답게 성장하는 둘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마음 한구석에 나도 모르게 희망의 씨앗을 심고, 햇빛과 물을 주며 정성을 다해 돌보는 중이다. 내 마음을 돌보는 것이다. 내 마음에 가로와 세로의 자리를 마련했다. 언제든지 어떤 이유로든 들린다면 나는 더없이 행복할 것이다. 두 팔 벌려 가장 환한 미소로 그들을 반길 것이다. 둘이 내게 준 선물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지만.


가로와 세로가 만나는 날은 하늘도 행복하여 가장 예쁜 무지개와 구름, 햇살을 선물할 것이다. 세로가 간절한 마음을 담아 빌었던 생일 소원과 세로와 함께 빌었던 가로의 소원이 이루어지고, 둘의 소원이 이루어지게 해달라는 나의 간절함이 신에게 닿은 후에 말이다.

 


˚₊· ❤ ˚₊·

 


이 가제본은 서평단 활동을 위해 <서평단 특별 가제본>으로 제작되었으며, 창비에서 받았습니다:D

 


조우리 작가님, 정말 고맙습니다. 하루하루 사는 게 아니라 버티고 있는 제게 가로와 세로의 세계는 충격이었습니다. 다정한 위로였고, 당장 내일을 잘 살아보고 싶다는 꿈을 갖게 만들었습니다. 더디지만 그 꿈을 이루는 즐거움을 느껴보려고 합니다. 이 둘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잘 살아보고 싶어졌습니다. 제 삶을, 저만의 세계를 가꿔보고 싶어졌습니다. 제 세계가 단단해지면 가로와 세로를 초대하여 밤낮 없이 이야기를 나눌 겁니다. 그때도 가로와 세로를 만나게 해준 작가님께 고마운 마음을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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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층 침대 문지아이들
사이토 린.우키마루 지음, 이가라시 다이스케 그림, 고향옥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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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층 침대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어!

사이토 린 우키마루 글, 이가라시 다이스케 그림, 고향옥 옮김 - 이층 침대(문학과지성사)


 

남매의 이층 침대모험에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오랜만에 정말 아무 걱정 없이 남매를 따라 유령 나라부터 북극까지 달렸다. 침대만 있으면, 남매는 어디든 갈 수 있다. 남매의 모험은 밤하늘에 반짝이는 수많은 별이 고개를 내밀 때 시작된다!


이층 침대를 떠올리면 어린 날 잠깐 이층 침대를 사용했던 나와 여동생의 모습이 생각난다. 남매와 달리 우리 자매는 2층을 동생이 쓰고, 1층을 내가 썼다. 남매처럼 침대를 타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거나, 재밌는 이야기를 하면서 밤새워 본 적이 없다. 그저 각자 다른 방향으로 등을 지고 누워서 휴대폰 액정만 빤히 쳐다보면서 두드리다가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르게 다음날 아침을 맞는 게 대부분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동생과 단둘이 있는 유일한 그 시간에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않은 게 후회된다. 동생도 나와 같을까? 나와 다를까 봐 물어보기 겁난다. 물어봐도 동생이 기억할지도 모르겠다. 다음에 생각나면 뜬금없이 물어봐야겠다. ‘이층 침대 썼을 때 기억나?’하고.


2층을 쓰는 오빠가 부러웠던 동생은 오빠가 배 아파서 며칠 입원하게 되면서 2층에 올라간다. 전에 동생은 오빠에게 2층을 쓰고 싶다고 말했지만, 엄청 위험해서 안 된다고 오빠는 말했다. 동생은 아마 그때 오빠가 2층을 혼자서 쓰고 싶어서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댄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빠가 집에 없는 사이에 올라간 2층은 정말이지 위험했다! 항상 오빠와 이층 침대를 타고 이곳저곳 모험을 떠났던 동생은 오빠 없이 혼자 모험 길에 오른 것이다. 언제나 곁에 오빠가 있었는데, 오빠가 없는 동생이 느끼는 쓸쓸함은 당연하다. 오빠의 곁이 아니어도 갈 곳이 많은데, 동생은 침대를 타고 오빠가 있는 병원으로 간다. 병원에 있는 오빠는 분명 혼자 이층 침대에서 잠을 잘, 모험을 떠날 동생을 걱정했을 것이다. 남매는 수많은 모험을 함께 한 만큼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게 없다(좋으면서도 아는 게 많아서 불편한 것도 있다). 그래서 동생은 오빠에게 갔고, 오빠는 그런 동생은 반가워했을 것이다. 남매의 모험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유령 나라는 허구에 불과하고, 위험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정글과 아주 추운 북극은 갈 엄두조차 낼 수 없다. 하지만 이층 침대가 남매를 유령 나라, 정글, 북극에 데려다주었다. 아니, 이층 침대를 타고 남매는 현실에서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을 보고 듣고 말하며, 느꼈다. 달이 슬며시-, 자리를 비키고 날이 밝아오면서 해가 달의 자리를 채우면, 이층 침대는 더 이상 마법을 부리지 않는다. 남매도 모험을 즐기던 모습을 숨기고 일상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어쩌면 남매는 매일 밤을 손꼽아 기다리며, 아무도 모르게 서로만 아는 신호를 주고받으며, 모험을 떠날 곳을 정하고 있는지 모른다. 모험을 떠날 때 필요한 것은 모험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편안한 잠옷과 이층 침대, 즐기는 마음만 있으면 된다. 그리고 오빠에게는 동생이, 동생에게는 오빠가 있으면 된다. 만약 오빠나 동생 중, 서로가 없다면 모험을 떠날 순 있어도 함께 했을 때 느낀 즐거움보다 느낄 즐거움이 작아질 것이다. 혼자라면 이층 침대가 아니라 1인용 침대로도 충분할 것이다. 남매가 이층 침대를 타고, 앞으로도 수많은 모험을 즐겼으면 좋겠다. 어른이 되고 나서 이층 침대를 타고 나섰던 모험 이야기를 며칠 밤새워 나눌 수 있을 만큼 말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모두가 잠든 시간에 침대를 타고, 모험을 떠났던 적이 있을 것이다. 대폰 그만하고 일찍 자라며 잔소리를 하면서 이불을 목 아래까지 덮어주던 부모님까지 말이다. 이층 침대를 타고 모험을 떠나는 남매의 이야기를 부모님과 동생들에게 들려주면 어떤 반응일까? 동생들은 무심할 것 같고, 부모님은 어른이 된 지금도 어린애처럼 그림책을 보냐고 우스갯소리를 할 것 같다. 뭐 어떤가. 남매 이야기를 하는 내 이야기는 귀에 박힐 것이고, 나중에 혼자 있을 때 침대를 타고 모험을 떠났던 어린 날을 떠올리며 피식-, 웃을 게 뻔하다. 내가 잊고 있던 행복했던 순간을 꺼내준 것이니 나는 뿌듯할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잊히지만 아예 잃어버리지 않는 이상, 다시 떠올릴 수 있다. 그래서 기억이 아프기도 하고, 다정하기도 한 것이다. 우리는 커가면서 어렸을 때 했던, 낙엽 굴러가는 것만 봐도 소리 내어 환하게 웃던 순간을 잊고 아이였을 때가 없이 바로 어른이 된 것처럼행동한다(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그 모습을 강요한다. 우리는 어른보다 아이일 때가 가장 솔직하고, 행복했다). 실은 어렸을 때로 돌아가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닐 것이다. 하루를 정리하고 안정감을 주는 이불 속으로 들어가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몰래 웃거나 괜히 웅장해지던 순간들 말이다. 그때는 되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 하고 싶은 일 등 불가능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 오늘은 어른이지만 매일 어른인 척하느라 힘든 나를 위해 어른아이를 벗어두고, 진짜 아이가 되어-이층 침대가 아니어서 아쉽지만-모험을 떠나야겠다. 지금은 곁에 동생이 없지만 뭐 괜찮다. 혼자서 떠나는 모험이 주는 즐거움도 제법 쏠쏠할 테니까. 침대를 타고 혼자 떠난 모험 길에 이층 침대를 탄 남매를 만날 수도 있고, 생각지 못한 연속의 만남에서 나도 몰랐던 나를 발견하거나 늘 버킷리스트 상위권에 있는 가보고 싶은 나라(스위스, 뉴질랜드, 독일, 영국)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정말 꿈만 같은 일이 벌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침대는 현실적인 조건을 일일이 따지는 대신 무조건 ‘Go!’를 외치기에 망설일 시간도 없이 모험 길에 올라 어느새 즐기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길 바란다. 어릴 때는 침대가 새로운 세계 또는 가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갈 수 없는 시공간에 데려다줬지만 어른이 되고 나서는 침대의 푹신함을 느낄 새도 없이 지쳐 잠드는 날이 대부분이다. 침대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보다 내일을 위해 조금이라도 더 자는 게 더 효율적이니까(어른이 되면 더 편할 줄 알았다. 그건 내 착각이었다). 혼자 상상하는 것을 좋아하고, 자주 현실에서 불가능한 일들을 상상하는 나에게 침대와 반짝이는 별들이 비추는 밤은 언제부턴가 걱정과 고민, 불안이 뒤엉켜 짙은 한숨과 동시에 뒤척이다가 오늘, 내일 경계에서 언제인지도 모르게 잠들어 개운하지 않은 내일을 맞이하는 딱딱하고 불편하고, 흐릿한 사물이 되었다. 이층 침대덕분에 오늘 밤은 걱정과 고민, 불안 대신 조금 들뜬 마음으로 이불 속에서 평소와 다른 밤을 맞이할 수 있을 것 같다. 잠이 안 오는 밤이나,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은 날에는 남매를 찾아가 이층 침대를 타고 모험을 떠날 것이다. 현실보다 이층 침대를 타고 떠나는 모험이 내겐 덜 힘들고, 맞서서 버텨낼 용기가 생길 것 같다. 잊고 있던 밤에 침대에서 일어나는 즐거웠던 나만의 모험을 상기하며 일에 치여 지친 마음에 잠깐이지만 웃음을 톡톡-, 뿌려줄 수 있어서 좋았다(선물 같은 시간이었다). 이층 침대를 선물하고 싶은 수많은 얼굴이 머릿속에 떠다닌다. 남매와 함께 이층 침대를 타고, 곧 그들을 찾아갈 것이다! 그냥 우리를 기다리고 있기만 하면 된다!

 


이 책은 서평단 활동을 위해 문학과지성사에서 받았습니다: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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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방의 고수 북멘토 가치동화 67
주봄 지음, 국민지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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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잠재적 ‘진정한 고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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