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x4의 세계 - 제29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 수상작(고학년) 창비아동문고 341
조우리 지음, 노인경 그림 / 창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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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와 세로가 만든 세계는 언제나 빙고!

조우리 장편동화 노인경 그림, 4x4의 세계(창비)(창비좋은어린이책수상)(가제본)


 

4x4의 세계와 같은 책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읽기에 좋은 책이니까. 사람 냄새가 나는 책은 오랜만이라 책장을 덮고 나서 잠깐 멍하니 표지를 바라보았다.


학교에서 공부하고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운동장을 가로지르며 공을 차야 할 아이들이 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주사를 맞고 맛없는 건강식 병원 밥을 먹으며, 답답한 시간을 보내야 하는 상황이 처음에는 안타깝고, 내가 병원에 있는 것처럼 답답했다. 뒤로 갈수록 가로와 세로 모두 희망 가득한 날을 기대할 수 있는데도 자꾸 울컥했다. 이 울컥함은 분명 좋은 감정이다. 나는 한 번도 병원에 입원한 적이 없이 건강하게 자라서 가끔 농담 반으로 병원에 누워서 해주는 밥 먹으면서 좀 쉬고 싶다.’라고 말했는데 그 말이 병원이 집이고 학교인 사람들에게는 정말 잔인한 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갈호와 미호, 무하마드, 새롬이에게 미안했다. 어리석고 안일한 생각이었다. 어른이 되어도 철없는 건 똑같고, 오히려 아이들을 통해 보고 배우는 게 많다.


갈호는 여섯 살 때,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자주 주저앉다가 혼자 힘으로 일어날 수 없게 되면서 찾은 병원에서 병명 진단을 받고, 병원에서 재활 받는 생활을 한지 어느덧 1년이 다 되어 간다. 부모님은 일을 하느라 바쁘기도 하고, 병원과 집이 멀어서 한 달에 한 번씩 부모님과 동생이 갈호를 보러 온다. 갈호는 그날을 가장 손꼽아 기다린다. 그날을 기다리는 건 갈호뿐만이 아니다. 부모님의 빈 자리를 채워주는 제갈해 할아버지도 그날을 기다린다! 갈호는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과 그동안 못 나눈 이야기를 나누고, 할아버지는 그동안 마시지 못했던 막걸리를 친구들과 마음껏 마실 수 있고! 여러모로 갈호 가족에게 특별한 날이다. 그날은 참 짧고, 엄마 품에서 엉엉 우는 갈호와 미안하다며 갈호를 꼭 안아주는 엄마의 모습으로 끝난다. 마음이 쿡쿡, 쑤시다. 원치 않는 병원 생활과 집이 그립고, 학교생활은 어떤지 상상하는 갈호의 마음이 어떨까? 짐작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습기가 찬다. 하지만 갈호는 병원 생활에 지루함을 느끼면서도 스스로 만든 놀이를 통해 소소한 재미를 느낀다. 예를 들면, 직사각형으로 가득 채워진 병원을 보자. 병실 천장 패널이 직사각형인데 그것에 색을 채워 그림을 연상하거나 글자를 만든다. 갈호만의 스케치북이다. 천장의 패널을 종이로 이용하는 갈호는 하루빨리 건강해져 학교에서 뛰어놀아야 할 아이다. 공부도 잘하는 편이고, 학교에서 아주 재밌고 멋진 생활을 할 만큼 놀이를 잘 만들고, 친구들이 많은 건 당연할 것이다. 갈호에게 가능성과 희망이라는 단어가 희망 고문 같지만 포기할 수 없다. 한 병원에 머물 수 있는 기간은 정해져 있고, 갈호와 갈호 부모님은 가능성을 좇아 다른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 재활 유목민.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생활에서 가장 힘든 건 제갈호, 본인이다. 갈호는 가장 힘들고 불편하지만, 울거나 불평하지 않는다. 자기를 보러 올 수 없는 부모님을 이해하고, 자신을 돌봐주는 할아버지의 마음을 안다. 갈호는 어쩌다 보니 어른아이가 되었다. 갈호가 처한 상황이 갈호를 어른아이로 만들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그 나이 때만 누리고, 즐길 수 있는 것들은 지금의 갈호에게 아무리 손을 뻗어도 닿지 않는 달처럼 아득한 꿈이다. 그럼에도 희망을 놓을 수 없다.


갈호의 답답한 병원 생활에 변화가 생긴다. 바로 클로디아의 비밀책으로 포스트잇을 붙여 가며 대화를 나누는 친구가 생긴 것이다!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가. 오랫동안 책에 포스트잇을 붙이며 서로에 대해 알아 가면서 서로가 궁금한 둘의 모습을 보면 웃음이 난다. 갈호는 걷지 못하는 자신을 보고, 세로가 실망하거나 친구를 해주지 않을까 봐 걱정한다. 하지만 그건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갈호와 새롬이는 포스트잇으로 자신을 소개하며, 갈호는 가로가 되고 새롬이는 세로가 되었다. 가로와 세로는 바늘과 실처럼 언제나 붙어 있다. 가로가 없는 세로, 세로가 없는 가로는 상상할 수 없다. 애초에 갈호와 새롬이는 만날 운명이었던 건지도 모른다. 서로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소중하고 특별한 존재인 것이다. 둘은 분명 운명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병원이 아니어도 분명 만났을 것이다. 지루하기 짝이 없는 병원 생활에 활기가 돈 것은 가로와 세로가 함께 만든 세계때문이다. 본인의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아서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겠지만, 서로를 위한 어여쁜 마음이 둘을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로 만들었다. 둘이 나눈 대화는 하나같이 내가 당연하게 생각하고 언제나 누리고 있는 것이라 지루하게 느껴지는 것들이었다. 그래서 마음이 쿡쿡, 아팠다. 가로와 세로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소원을 빌어도 이루어질까 말까 하는 일들이 나에게는 매일이었으니까. 몸 아픈 곳 없이 잘 지내고 있는 나보다 가로와 세로가 더 살아있다라는 느낌이 든다. 부끄럽다. 어린 나이에 병원 생활을 오래 하고, 가능성과 희망을 놓을 수 없는 상황-놓지 않고-에서 아이들은 살아가고 있다. 다시 살아가는 것. 좌절했던 시간을 지나서 걷는 것보다 더 중요한 다시 살아가는 것을, 가로와 세로는 해내는 중이다. 희망을 놓지 않고 살면서 세로의 안녕을 진심으로 바라는 가로의 모습 앞에서, 퇴원 후 그리웠던 집으로 돌아온 가로는 자기 방에 세로와 나눴던 포스트잇을 벽면에 붙이고 세로와 함께 만든 우리의 세계에서 잘 살 살아갈 거라고 다짐하는 가로의 모습에서 나는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가로와 세로가 만든 세계가 너무 아름다워서(가로와 세로다워서) 울고 싶어졌다. 아무 걱정 없이 뛰어놀아야 할 아이들에게 무거운 돌덩이를 준 신에게 닿을지 모르지만 원망스럽다(가로와 세로의 이야기에 너무 몰입했다). 여러 번 목구멍을 치는 울컥함을 꾹꾹, 눌렀다. 한 번 터지게 되면 오랫동안 울 것 같아서, 한 번에 쏟아낼 내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서 참았다. 무엇보다 나에게 울 자격이 없다. 가로와 세로의 눈을 제대로 마주칠 수 있을 만큼 내게 주어진 삶을 열심히 살고 있을 때, 울 것이다. 우는 나를 안아줄 가로와 세로의 모습이 그려진다. 가로와 세로가 서로에게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앞으로 둘 앞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지만, 둘이 만든 단단한 세계가 있기에 흔들리더라도 절대 꺾이지 않을 것이다. 흔들려도 둘의 세계가, 단단하게 성장하는 마음이 가로와 세로를 붙잡을 것이다. 포스트잇에 적었던 것들을 하나씩, 이루어야 하니까.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가서 클로디아의 비밀을 이은 <가로와 세로의 비밀>을 만들어야 하니까. 가로와 세로의 안녕을 진심으로 바란다. 가로와 세로가 만든 세계가 무너지거나 부서질 일이 없겠지만 만약 금이 가고 틈이 보인다면, 나의 세계를 덜어 벌어진 틈이 쉽게 또다시 벌어지지 않도록 막을 것이다. 아름다운 세계가 시들어 가는 것은 괴로운 일이니까.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것이 있고, 사라지는 것은 당연하다. 근데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것도 있다. 가로와 세로의 특별한 우정 같은 것 말이다. 둘의 우정이 너무 부럽다. 가로에게 세로가, 세로에게 가로가 있다는 것이 눈시울이 붉어질 만큼 부럽다. 나는 누군가에게 가로일까 세로일까. 아니 가로, 세로가 될 수나 있을까. 직사각형이든 정사각형이든 내가 서 있으면 흔들리지 않게 맞대어 꼭짓점을 함께만들어 주는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가로와 세로처럼 우리의 세계, 4x4의 세계를 만들 수 있으니까.


세상 곳곳에 있을 수많은 가로와 세로에게 다정한 손길이 닿았으면 좋겠다. 날카롭게 스치는 바람을 막아 줄 튼튼한 품이 많아지길 바란다. 나부터 가로와 세로를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가야겠다. <빙고를 외치지 않는 빙고 게임>을 하고 비가 오고 날이 개면 햇빛을 피하지 못해서, 사람들의 발에 밟혀 죽는 지렁이 위에 흙을 덮고 꽃을 꽂아 무덤을 만들어 주고, 함께 만든 세계에서 잘 살아보겠다고 다짐해야겠다. 가볍게 읽으려고 펼친 가로와 세로의 세계에서 너무 많은 것을 배웠다. 삶이 무엇인지, 왜 사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 등등. 여전히 10대 어딘가에 머물러 있는 마음의 나에게 가로와 세로는 봄날의 햇살처럼 다가와 나의 하루를, 나의 삶을 향해 걸어왔다. 휠체어를 탄 가로와 휠체어를 밀어주는 세로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존재이며, 누구에게나 다정한 친구가 되어줄 것이다. 그리고 조우리 작가님과 나처럼 세상에는 가로와 세로에게 다정한 친구가 되어줄 사람들이 많다. 둘과 친구가 된다면, 어떤 사각형이 돼도 두렵지 않을 것이다. 희망의 꽃망울이 터지고, 가로답게 세로답게 성장하는 둘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마음 한구석에 나도 모르게 희망의 씨앗을 심고, 햇빛과 물을 주며 정성을 다해 돌보는 중이다. 내 마음을 돌보는 것이다. 내 마음에 가로와 세로의 자리를 마련했다. 언제든지 어떤 이유로든 들린다면 나는 더없이 행복할 것이다. 두 팔 벌려 가장 환한 미소로 그들을 반길 것이다. 둘이 내게 준 선물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지만.


가로와 세로가 만나는 날은 하늘도 행복하여 가장 예쁜 무지개와 구름, 햇살을 선물할 것이다. 세로가 간절한 마음을 담아 빌었던 생일 소원과 세로와 함께 빌었던 가로의 소원이 이루어지고, 둘의 소원이 이루어지게 해달라는 나의 간절함이 신에게 닿은 후에 말이다.

 


˚₊· ❤ ˚₊·

 


이 가제본은 서평단 활동을 위해 <서평단 특별 가제본>으로 제작되었으며, 창비에서 받았습니다:D

 


조우리 작가님, 정말 고맙습니다. 하루하루 사는 게 아니라 버티고 있는 제게 가로와 세로의 세계는 충격이었습니다. 다정한 위로였고, 당장 내일을 잘 살아보고 싶다는 꿈을 갖게 만들었습니다. 더디지만 그 꿈을 이루는 즐거움을 느껴보려고 합니다. 이 둘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잘 살아보고 싶어졌습니다. 제 삶을, 저만의 세계를 가꿔보고 싶어졌습니다. 제 세계가 단단해지면 가로와 세로를 초대하여 밤낮 없이 이야기를 나눌 겁니다. 그때도 가로와 세로를 만나게 해준 작가님께 고마운 마음을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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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층 침대 문지아이들
사이토 린.우키마루 지음, 이가라시 다이스케 그림, 고향옥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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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층 침대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어!

사이토 린 우키마루 글, 이가라시 다이스케 그림, 고향옥 옮김 - 이층 침대(문학과지성사)


 

남매의 이층 침대모험에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오랜만에 정말 아무 걱정 없이 남매를 따라 유령 나라부터 북극까지 달렸다. 침대만 있으면, 남매는 어디든 갈 수 있다. 남매의 모험은 밤하늘에 반짝이는 수많은 별이 고개를 내밀 때 시작된다!


이층 침대를 떠올리면 어린 날 잠깐 이층 침대를 사용했던 나와 여동생의 모습이 생각난다. 남매와 달리 우리 자매는 2층을 동생이 쓰고, 1층을 내가 썼다. 남매처럼 침대를 타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거나, 재밌는 이야기를 하면서 밤새워 본 적이 없다. 그저 각자 다른 방향으로 등을 지고 누워서 휴대폰 액정만 빤히 쳐다보면서 두드리다가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르게 다음날 아침을 맞는 게 대부분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동생과 단둘이 있는 유일한 그 시간에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않은 게 후회된다. 동생도 나와 같을까? 나와 다를까 봐 물어보기 겁난다. 물어봐도 동생이 기억할지도 모르겠다. 다음에 생각나면 뜬금없이 물어봐야겠다. ‘이층 침대 썼을 때 기억나?’하고.


2층을 쓰는 오빠가 부러웠던 동생은 오빠가 배 아파서 며칠 입원하게 되면서 2층에 올라간다. 전에 동생은 오빠에게 2층을 쓰고 싶다고 말했지만, 엄청 위험해서 안 된다고 오빠는 말했다. 동생은 아마 그때 오빠가 2층을 혼자서 쓰고 싶어서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댄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빠가 집에 없는 사이에 올라간 2층은 정말이지 위험했다! 항상 오빠와 이층 침대를 타고 이곳저곳 모험을 떠났던 동생은 오빠 없이 혼자 모험 길에 오른 것이다. 언제나 곁에 오빠가 있었는데, 오빠가 없는 동생이 느끼는 쓸쓸함은 당연하다. 오빠의 곁이 아니어도 갈 곳이 많은데, 동생은 침대를 타고 오빠가 있는 병원으로 간다. 병원에 있는 오빠는 분명 혼자 이층 침대에서 잠을 잘, 모험을 떠날 동생을 걱정했을 것이다. 남매는 수많은 모험을 함께 한 만큼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게 없다(좋으면서도 아는 게 많아서 불편한 것도 있다). 그래서 동생은 오빠에게 갔고, 오빠는 그런 동생은 반가워했을 것이다. 남매의 모험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유령 나라는 허구에 불과하고, 위험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정글과 아주 추운 북극은 갈 엄두조차 낼 수 없다. 하지만 이층 침대가 남매를 유령 나라, 정글, 북극에 데려다주었다. 아니, 이층 침대를 타고 남매는 현실에서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을 보고 듣고 말하며, 느꼈다. 달이 슬며시-, 자리를 비키고 날이 밝아오면서 해가 달의 자리를 채우면, 이층 침대는 더 이상 마법을 부리지 않는다. 남매도 모험을 즐기던 모습을 숨기고 일상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어쩌면 남매는 매일 밤을 손꼽아 기다리며, 아무도 모르게 서로만 아는 신호를 주고받으며, 모험을 떠날 곳을 정하고 있는지 모른다. 모험을 떠날 때 필요한 것은 모험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편안한 잠옷과 이층 침대, 즐기는 마음만 있으면 된다. 그리고 오빠에게는 동생이, 동생에게는 오빠가 있으면 된다. 만약 오빠나 동생 중, 서로가 없다면 모험을 떠날 순 있어도 함께 했을 때 느낀 즐거움보다 느낄 즐거움이 작아질 것이다. 혼자라면 이층 침대가 아니라 1인용 침대로도 충분할 것이다. 남매가 이층 침대를 타고, 앞으로도 수많은 모험을 즐겼으면 좋겠다. 어른이 되고 나서 이층 침대를 타고 나섰던 모험 이야기를 며칠 밤새워 나눌 수 있을 만큼 말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모두가 잠든 시간에 침대를 타고, 모험을 떠났던 적이 있을 것이다. 대폰 그만하고 일찍 자라며 잔소리를 하면서 이불을 목 아래까지 덮어주던 부모님까지 말이다. 이층 침대를 타고 모험을 떠나는 남매의 이야기를 부모님과 동생들에게 들려주면 어떤 반응일까? 동생들은 무심할 것 같고, 부모님은 어른이 된 지금도 어린애처럼 그림책을 보냐고 우스갯소리를 할 것 같다. 뭐 어떤가. 남매 이야기를 하는 내 이야기는 귀에 박힐 것이고, 나중에 혼자 있을 때 침대를 타고 모험을 떠났던 어린 날을 떠올리며 피식-, 웃을 게 뻔하다. 내가 잊고 있던 행복했던 순간을 꺼내준 것이니 나는 뿌듯할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잊히지만 아예 잃어버리지 않는 이상, 다시 떠올릴 수 있다. 그래서 기억이 아프기도 하고, 다정하기도 한 것이다. 우리는 커가면서 어렸을 때 했던, 낙엽 굴러가는 것만 봐도 소리 내어 환하게 웃던 순간을 잊고 아이였을 때가 없이 바로 어른이 된 것처럼행동한다(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그 모습을 강요한다. 우리는 어른보다 아이일 때가 가장 솔직하고, 행복했다). 실은 어렸을 때로 돌아가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닐 것이다. 하루를 정리하고 안정감을 주는 이불 속으로 들어가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몰래 웃거나 괜히 웅장해지던 순간들 말이다. 그때는 되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 하고 싶은 일 등 불가능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 오늘은 어른이지만 매일 어른인 척하느라 힘든 나를 위해 어른아이를 벗어두고, 진짜 아이가 되어-이층 침대가 아니어서 아쉽지만-모험을 떠나야겠다. 지금은 곁에 동생이 없지만 뭐 괜찮다. 혼자서 떠나는 모험이 주는 즐거움도 제법 쏠쏠할 테니까. 침대를 타고 혼자 떠난 모험 길에 이층 침대를 탄 남매를 만날 수도 있고, 생각지 못한 연속의 만남에서 나도 몰랐던 나를 발견하거나 늘 버킷리스트 상위권에 있는 가보고 싶은 나라(스위스, 뉴질랜드, 독일, 영국)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정말 꿈만 같은 일이 벌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침대는 현실적인 조건을 일일이 따지는 대신 무조건 ‘Go!’를 외치기에 망설일 시간도 없이 모험 길에 올라 어느새 즐기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길 바란다. 어릴 때는 침대가 새로운 세계 또는 가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갈 수 없는 시공간에 데려다줬지만 어른이 되고 나서는 침대의 푹신함을 느낄 새도 없이 지쳐 잠드는 날이 대부분이다. 침대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보다 내일을 위해 조금이라도 더 자는 게 더 효율적이니까(어른이 되면 더 편할 줄 알았다. 그건 내 착각이었다). 혼자 상상하는 것을 좋아하고, 자주 현실에서 불가능한 일들을 상상하는 나에게 침대와 반짝이는 별들이 비추는 밤은 언제부턴가 걱정과 고민, 불안이 뒤엉켜 짙은 한숨과 동시에 뒤척이다가 오늘, 내일 경계에서 언제인지도 모르게 잠들어 개운하지 않은 내일을 맞이하는 딱딱하고 불편하고, 흐릿한 사물이 되었다. 이층 침대덕분에 오늘 밤은 걱정과 고민, 불안 대신 조금 들뜬 마음으로 이불 속에서 평소와 다른 밤을 맞이할 수 있을 것 같다. 잠이 안 오는 밤이나,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은 날에는 남매를 찾아가 이층 침대를 타고 모험을 떠날 것이다. 현실보다 이층 침대를 타고 떠나는 모험이 내겐 덜 힘들고, 맞서서 버텨낼 용기가 생길 것 같다. 잊고 있던 밤에 침대에서 일어나는 즐거웠던 나만의 모험을 상기하며 일에 치여 지친 마음에 잠깐이지만 웃음을 톡톡-, 뿌려줄 수 있어서 좋았다(선물 같은 시간이었다). 이층 침대를 선물하고 싶은 수많은 얼굴이 머릿속에 떠다닌다. 남매와 함께 이층 침대를 타고, 곧 그들을 찾아갈 것이다! 그냥 우리를 기다리고 있기만 하면 된다!

 


이 책은 서평단 활동을 위해 문학과지성사에서 받았습니다: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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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방의 고수 북멘토 가치동화 67
주봄 지음, 국민지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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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잠재적 ‘진정한 고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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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방의 고수 북멘토 가치동화 67
주봄 지음, 국민지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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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쓸데없는 재주는 없다!

주봄 글 국민지 그림, 먹방의 고수(북멘토)

 


동화라고 해서 가벼운 마음을 펼친 책장에는 한 소년이 자신을 찾아가는 나름 치열하고, 와중에 재미를 곁들인 이야기가 담겨 있다. 재료가 한눈에 보이도록 정갈하게 색과 모양대로 자리를 배치하고, 코끝을 스치는 은은한 각 재료 본연의 냄새와 그것들이 함께 어우러져 나는 독보적인 냄새에 정신을 못 차리는 듯한(과장을 조금 보태면) 느낌이 들었다.


영찬이와 같은 아이들을 종종 보고는 한다. 나도 영찬이만큼은 아니지만, 정말 많이 먹고 먹는 것을 좋아했다. 어른이 된 지금도 음식을 좋아하지만, 어릴 때처럼 많이 먹지 못한다. 어릴 때는 지금 내가 먹을 만큼 먹었구나, 하고 나의 배가 찼다는 신호를 잘 알아차리지 못하고 먹었던 탓에 여러 번 체를 하여 부모님 걱정을 사기도 했고, ‘이제는 조금만 먹을 거야!’라며 다짐을 여러 번 했던 적이 있다. , 그 다짐은 며칠을 가지 않았지만. 세상에는 맛있는 음식이 너무 많고, 먹고 싶은 음식도 먹지 못한 음식도 너무 많다. 세상 곳곳에 있는 음식을 모두 먹어보려면 하루가 24시간이고 위가 하나인게 부족할 것 같다고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어른이 되어도 동화를 읽으면, 어린아이로 돌아가 아이처럼 생각하게 된다. 잠시나마 치열하고 냉정하기만 한 세상에서 나와 여유를 갖고, 진정한 웃음을 지어 보이며 작은 일에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은 중요한 것 같다. 영찬이 덕분에, 중요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영찬이는 무한 리필 식당 사장님들을 공포에 떠는, 식당 사장님들이 기피하는 아이다. 아이지만 맞는 사이즈가 없어서 어른 옷에 직접 포켓몬을 그려 입는 그런 아이다! 처음에는 먹어봤자 얼마나 많이 먹겠어, 했지만 영찬이는 정말 많이 먹었다. 많이 먹고, 음식을 정말 좋아했다. 음식을 표현할 때는 인이 따로 없을 정도다. 부모님과 형과 누나한테 구박을 받으면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음식을 좋아하고 많이 먹는다고만 생각했는데 영찬이는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을 찾아가는 과정 중에 있었다. 그 과정이 순탄치 않았지만 영찬이는 끝내 자신이 가진 잘 먹는 재주를 인정했고, 자신이 많이 먹는 것에 대해 뭐라고 한 사람들에게 자신의 재주를 보여주고 인정받는다. 유명 먹방 유튜버 멸치와 배틀 먹방을 하고 어쩌다 신지호와 먹방 채널을 개설하여 영상을 찍어 올리고 먹방 영상에 대해 이것저것 공부하면서 미운 정 고운 정이 들고, 뷰티 유튜버로 활동하는 이세진의 속마음을 알게 되면서 유튜버로서 가져야 할 책임감을 배운다. 영찬이 혼자였다면 오래 걸렸을 길이 지호와 세진 덕분에 조금은 짧은 길로 영찬이 자신의 꿈에 닿을 수 있었다. 지호도 영찬이 덕분에 자신의 꿈은 유튜버 감독의 꿈을 실현하며,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꿈을 좇는 줄도 모르고, 그저 친구가 권해서 자신의 자존심을 허락하지 않아서 어쩌다 시작하게 된 일들이 영찬이는 물론 지호, 그리고 영찬이의 식욕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던 가족들의 생각을 바꿔놓았다. 영찬이는 이제 음식을 많이 먹는 아이가 아니다. 음식을 좋아하고, 좋아하는 만큼 먹으면서 진정한 먹방의 고수가 되기 위한 첫걸음을 떼었다. 영찬이는 한 번 찐빵을 먹다가 급체를 한 적이 있다. 이 일은 영찬이 스스로 체를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뿐만 아니라 영찬이가 다른 아이들보다 확실히 소화 능력이 남다르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던 에피소드다. 이 일을 계기로 영찬이는 음식을 조절해서 먹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저 영찬이의 남다른 식욕이 대단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영찬이는 진작에 좋아하는 것을 알았고 자신의 재주를 뒤늦게 알아차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족들이 잘 먹는 영찬이를 보고, 먼저 권해줄 수 있었던 먹방 유튜버 활동을 친구 지호가 권해줄 뿐만 아니라 시작을 함께해서 더 좋았던 스토리라고 생각한다. 몸에 변화가 생기고 목소리가 변하고, 깨끗했던 얼굴에 붉은색 여드름이 올라오는 사춘기에는 가족보다 친구가 더 좋은 법이니까(나는 그렇지 않았지만). 영찬이도 사춘기를 겪었을 텐데, 가족의 구박에도 크게 상처받거나 반응하지 않는 점에서 영찬이라는 캐릭터가 동글동글한 성격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나도 영찬이처럼 동글동글했다면 사춘기에 상처를 덜 받고, 갑자기 떠오른 학창 시절을 고개를 흔들어 지우기보다 회상했을 텐데, 하고 아쉬움이 조금 남는다. 뭐 하나 쉽지 않은 세상에서 자신의 재주를 찾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으로 뭔가를 시작한 영찬이와 지호, 세진이의 앞날이 기대된다. 그들이 더 환하게 반짝였으면 좋겠고, 가만히 있지 않고 뭐든 시작했다는 도전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고수가 되기 위한 첫걸음을 뗀 영찬이는 진정한 먹방 고수가 되는 그날까지 음식에 대한 애정을 멈추지 않을 것이며, ‘곰돌이 푸 숟가락으로 음식을 아주 맛있게 먹을 것이다. ‘국자 소년덕분에 지호처럼 입 짧은 친구들이 대리 만족을 느끼거나 음식을 더 맛있게 먹는 사람이 늘거나, 혼밥이 외롭지 않은 사람이 늘어날 것이다. 예전에 먹방을 보며 밥을 먹는 동생들을 보면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뒤늦게야 동생들이 먹방 영상을 친구 삼아 혼밥을 하던 이유를 어느 정도로 알았다. 혼밥을 하는 나에게 예능 영상이 친구였던 것처럼 사춘기를 보내고 있던 동생들에게 먹방 영상은 친구 그 이상이었던 것 같다.


이 세상에 쓸데없는 재주는 없다고, 작고 큰 재능들이 모여 언젠가 더 멋진 나를 만들어 줄 거라는 작가님의 말에 살짝, 울컥한 걸 보니 누군가에게 듣고 싶었던 말인 것 같다. 재주, 재능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을 갖고 있지 않고 어릴 때 칭찬받았던 것들이 어른이 된 지금은 아무 쓸데 없고, 쓸모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감에 눌려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었는데 작가님의 말에 철푸덕-, 넘어져 그동안 편히 내쉬지 못한 숨을 내쉬니 살 것 같다. 아이들만 읽는 장르라고 생각했는데, 동화는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읽어야 할 것 같다. 어른이 된 순간, 아이였던 시절을 쉽게 금방 잊힌다. 잊었다는 것도 한참 후에야, 그리고 어린 날의 내가 가장 솔직했고 진심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후에야 알게 된다. 잘 먹는 재주를 가진 영찬이처럼 내가 보기에 진부한 것 같은 나의 작은 재주들이 언젠가 더 멋진 나를 만들어줄 거라고 믿어야겠다. 한 번 시작된 의심을 끊기 힘들지만, 내가 아니면 끊을 수 없는 것이다. 나를 위해서, 더 멋져질 나를 위해 나만 할 수 있는 일이다. 의심과 제자리에서 하는 고민은 멈추고, 영찬이처럼 일단 시작하는 것이다. 시작하면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도 있으니까. 고민한다고 나올 답이었으면 진작에 나왔을 것이다. 고민보다 Go! 그러고 보니 영찬이는 고민보다 Go를 선택했다. 정말 멋진 아니다. 먹방의 고수 이전에 Go의 고수가 아닌가!

 

이 책은 서평 부탁을 받아 북멘토출판사에서 받았습니다:D

 

너무 잘 읽었습니다. 영찬이와 지호, 세진이를 만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사춘기 시기를 보내고 있는 아이들,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라서 공감도 되고 꼭 어린 시절 한참 이런저런 고민을 하며 혼자 끙끙, 앓았던 시간들이 떠올랐습니다. 자녀를 보고 있으면 한숨이 나오고 답답한 부모님들이 읽어도 좋고, 자녀들에게 추천해도 좋을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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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 2 (무선) 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 2
나태주 엮음 / &(앤드)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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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손짓, 부름 그리고 오늘 내일

나태주 엮음, 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 2(앤드)

 


나태주 시인의 이야기는 언제나 다정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겨울에 주황빛 조명이 공간을 아늑히 비춰주고, 따뜻한 공기가 나를 감싸고 은은하게 퍼지면서 닿지 않는 곳이 없도록 닿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사랑받는 인이면서 내가 가장 사랑하고, 존경하는 인이다. 나태주 시인을 만날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고, 행복한지 모르겠다. 그때가 아니라도 반드시 만났을 거라는 확신마저 드는 인연인 것 같달까. (풀꽃 시인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었다)


나태주 시인의 마음을 울린 103의 축복. 좋은 시에는 신이 주신 문장이 들어있다.’라는 띠에 박힌 이 한 문장은 처음 읽자마자 내 마음과 머릿속에 박혔다. 그렇다. 좋은 시에는 신이 주신 문장이 있기에 한 편으로 인생이 달라지는 사람을 종종 본 적이 있다. 나 또한 를 통해 인생이 완전히 뒤바뀌는 상상을 하곤 한다. 꿈 같은 일이다. 를 읽고 필사하고, 에 담긴 이야기를 나름대로 해석하고 의미를 찾아보는 시간은 아주 특별하고도 다정한 시간이다. 나열할 수 없을 만큼 수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이다. 그 시간을 선물해 준 나태주 시인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모든 가 마음을 울렸지만, 특히나 내 마음을 울린 들이 몇 편 있었다. 그리 길지도 않은데, 자꾸 내 마음을 붙잡고 놓아 주지 않는 들 덕분에 시가 무엇인지, 시의 세계가 얼마나 광활한지 새삼 깨달았다. 나태주 시인의 마음을 울린 시들이 내 마음을-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도 마찬가지 아닐까?-울린 걸 보니 시인과 내 마음이 닮은 게 아닐까 싶다. 나태주 시인의 는 냉정하고 차갑고 빠르게 돌아가는 오늘날에 어울리지 않게 만개한 어여쁜 꽃 같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그 꽃을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고, 그 꽃을 보러 가기 위해 시간을 낸다는 점에서 나태주 시인의 는 우리에 위로, 공감, 사랑, 웃음, 행복 그리고 희망을 품게 한다. 103편의 도 그렇다. 어려운 단어나 표현 없이, 그렇지만 현실에서 직접적으로 자주 쓰지도 않는 단어와 표현을 통해 우리를 위로한다. 들을 세상에 태어나게 해준 , 작가들이 나보다 먼저 세상을 보고 듣고 느껴서 얼마나 다행인가. 내가 그들이 남긴 글을 읽고 밑줄을 긋고, 내 이야기를 덧붙이며 다친 마음과 기억에 위로를 받고,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으니 말이다. 그렇게 다른 작가들의 책은 솔직해서 어여쁜 수많은 일기장이 되었다.


인들도 다른 인의 작품에 대한 애정을 스스럼없이 들어 내는 것이 새삼 놀랍고, 신기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나태주 시인이 그러니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나태주 시인이 아니었다면 시간을 들여 찾아보고 읽어보지 않았을 전 세계 곳곳에서 피어난 들을 만날 수 있는 이 시간은 선물이다. 선물은 서로를 생각하며 고민하고 준비한 끝에 떨리는 마음과 미소를 덧붙여 주는 것이다. 그 선물을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행복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나태주 시인은 이 책을 쓰면서 103편의 를 읽고 또 읽으며, 옆자리에 자신의 이야기를 덧붙이며 읽는 독자가 와 다정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같이 경험과 감정을 공유했다. 나와 다른 삶을 살았지만, 와 나태주 시인의 이야기, 그리고 나까지 모두 통했다. 출발점이 모두 달랐지만 결국 만났다. 때로는 힘겹고 때로는 즐거웠던 여정 끝에 만난 이들이 와 내가 애정하는 와 시인이라면 기꺼이 그 여정을 다시 선택할 수 있다. 여정이 곧 삶이라는 것을, 가 말해줬다.


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 이 책의 제목 정말 잘 지었다. 방향을 제시하고, 얼핏 냉정하게 들릴 수 있지만 참 다정하다. 나태주 시인의 포근한 미소가 제목 위에 선명하게 떠올라 머릿속에 그려진다. 가끔 이대로 살아도 되는 걸까, 삶을 축내고 있는 건 아닐까, 이 정도로밖에 살지 못할 거면 가능만 하다면 다른 누군가에게 남은 시간을 알 수 없는 내 생을 전부 주고 싶다, 등등 삶에 미련이 없는 수많은 문장을 되뇌며, 날카로운 화살촉을 나 자신을 향해 겨누고 화살을 날릴 때가 많았다(지금도 그렇다). 그런데 103가 나보고 살라고 한다. 나에게 살아도 좋다고 한다. 살라고, 그저 살아주기만 하라고 한다. 삶의 벽에 부딪혔을 때, 언제나 몸을 웅크려 혼자가 되어 사라지기를 선택하며 내가 만든 지하로 발걸음을 옮길 때 누구 하나 내 손을 잡아 돌려세우거나, 같이 있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까지 내가 읽었던 소설, 동화, 에세이 그리고 는 나를 붙잡았다. 뿌리치고 지하를 향하면, 입구에 멈춰서 멀어지는 나를 보고만 있지 않고, 아무 말 없이 내 걸음을 맞춰 같이 걸어주었다. 언제 어디서나 변함없이 나를 기다려준 유일하게 경계 없이 묶어 놓은 수많은 마음을 풀어 놓을 수 있는 나의 전부’’이다. 종종 생각한다, 책이 없었다면 나는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했을까?’하고. 책과 한 모든 순간은 언제나 환하고 완벽했다. 책을 놓을 수 없는 이유면서 책과의 관계가 단단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책은 나의 과거였고 현재이고, 미래일 것이다.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나에게 넓은 품을 아무 조건 없이 내어준 책에게 고맙다.


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 2. 곱씹을수록 너무 좋다. 누군가의 삶에 관심 가지는 것이 오지랖이거나, 그럴 여유가 없기에 오는 외로움을 모두 갖고 있다. 막상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은 이야기나 기분, 감정은 순간 머물다 지나가는 바람과 같고, ‘남들도 다 똑같은데.’라며 속에 쌓아둔다. 쌓일 공간이 없으면, 그때는 아무 일도 없어도 눈물이 난다. 내 몸에 있는 물이 전부 빠지는 것처럼 끝도 없이 나온다. 내 몸에 물이 이렇게 많았나 싶을 만큼. 사람도 하지 못하는 일-근데 는 인간의 펜 끝에서 탄생하는데?-가 해낸다. 103개의 축복을 아무 조건 없이 받았고, 나보고 살라고 하니 열심히 살아봐야겠다. 죽고 싶다는 생각을 밥 먹듯이 생각하는데, 실은 나는 누구보다 더 살고 싶었는지 모른다. 죽을 용기는 무슨. 죽을 생각조차 없었으면서 생각만 죽고 싶다는 구간에 정체되어 있을 뿐이다. 코끝이 찡-, 한 울림을 선물한 103편의 를 알려준 나태주 시인께 정말 감사드린다. 덕분에 비어 있던 <좋아하는 시인> 목록 칸이 오랜만에 북적북적, 하다. 자주 꺼내볼 , 자주 내 글씨로 따라 써볼 들을 만난 건 행운이다. 행운을 거머쥔 내 삶이 앞으로 틈틈이 를 향해 눈짓하길 바랄 뿐이다. 특별한 인연은 없다. 언제가 되었든 만날 인연이었고, 생각보다 이르게 만나면 우리는 특별하다는 반짝이는 표현을 가져다 붙이는 것이다. 그렇게 나도 와의 첫 만남을 정의했다. 틀린 말도 아니다. 혼탁한 나의 삶에, 아니 우리의 삶에 단비를 내리고 무지개를 피우는 밤하늘을 비추는 달이 외롭지 않게 뒤에서 재잘거리는 별들보다 더 반짝인다. 나의 밤에는, 를 사랑하는 모든 이의 밤에는 수많은 가 각자의 빛으로 어둠을 몰아내고, 경이로운 세계를 보여준다. 가 보여준 세계를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고, 그곳에서 나의 를 찾지 않을 이유도 없다. 시가 나에게 살라고 손짓했으니, 그 부름에 응답할 것이다. 살겠다고, 살아보겠다고. 덕분에 살아갈 용기를 얻었다고.

 


이 책은 서평단 활동을 위해 넥서스에서 받았습니다:D

 

나태주 인님, 책 너무 잘 읽었습니다. 덕분에 신이 주신 문장이 들어있는 좋은 를 알게 되었어요. 매일 1편씩 필사하며, 하루를 특별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시가 나에게 살라고 했어요. 정말 놀라운 일이지요. 그래서 시의 부름에 응답하려고 합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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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은 없다」(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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