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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들에 입술을 달아주고 ㅣ 에세이&
이근화 지음 / 창비 / 2025년 4월
평점 :
‘작은 것들을 위한 詩’
이근화 詩인 산문집, 『작은 것들에 입술을 달아주고』(창비)
‘삶을 소중함’을 발견하게 되길 바란다는 작가님의 마음이 내게 잘 닿았지만, 삶의 반도 살아보지 않은 나는 삶의 소중함이라는 것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알지 못한다. 언제가 될지 알 수 없겠지만 계절의 흐름에 따라 나이를 하나씩 더하다 보면 ‘삶의 소중함’이라는 걸, 내 삶의 소중함을 놓치지 않고 알아차리고 간직하고, 기록할 수 있지 않을까?
『작은 것들에 입술을 달아주고』는 이근화 詩인의 일기장을 몰래 본 느낌이다. 금방이라도 일기장 주인이 문을 열고 들어올 것 같은 불안에서 나오는 두근거림으로 심장이 빠르게 뛰고, 한 번 마음을 빼앗긴 내용에 멈추지 못하고 긴장감으로 버벅거리며 책장을 넘기는 것 같달까. 읽을 쪽수가 줄어들수록 아쉬움이 남는 건 왜일까? 이근화 詩인의 솔직하고 담백한 삶의 일부 장면들을 볼 수 있음에 감사하면서도 그녀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그녀의 마음을 붙드는 것들은 詩와 음악과 아이들이라고 했다. 마음을 붙드는 것이 있다는 건 삶을 지탱하는 단단한 밧줄, 가야 할 길을 명확하게 알려주는 나침반과 같은 것이다. 작년 여름 마음이 너무 아픈 시기를 보내면서 괴로웠던 건 살아야 하는 이유가 사라진 것, 내 마음을 붙들 무언가가 없다는 거였다. 전에는 ‘굳이 이유가 있어야 할까? 붙들면서까지 살아야 할까?’ 했지만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어둠과 지내는 시간 동안 붙잡을 게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깨닫는 마음과 생각처럼 쉽게 움직여주지 않는 몸이 충돌했다. 금방이라도 서로를 잡아먹을 것 같은 이 충돌은 다행히 빛을 볼 수 있게 사방이 단단한 벽으로 둘러싸인 공간의 벽면을 부숴버리는 데 힘을 써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감사하게도 천천히 일상을 되찾기 시작했다. ‘숨 가쁜 일상에서 놓쳐버린 나를 찾아 떠나는 여정’이었지만 나를 찾기보다 이근화 詩인 그녀가 ‘나’를 찾아가는 여정을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적당한 거리를 두고 따라갔다. 詩인의 삶을 내 마음대로 특별하다고 생각했다. 특별함을 빠르게 발견하고 글로 쓰는 詩인의 삶을 동경했다. 그런데 사람 사는 건 다 똑같다고 했던가, 詩인이 아닌 사람들과 닮은 삶을 사는 詩인의 삶에서 당연하게도 사람 냄새가 났고, 너나 할 것 없이 우리의 삶이 특별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詩가 더 친근하게 다가왔다. 이번 기회에 이근화 詩인 시집을 한 권 만나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 책에 쓰인 글들은 ‘이리저리 치이고 닦이며 나란 사람, 나의 인생에 의문이 생기고 헤매게 되며 그래서 이리저리 흔들리는 마음을 붙들기 위해 두리번거리는데, 그렇게 두리번거리는 몸짓’이라고 했다. 우리는 살면서 끊임없이 두리번거린다. 두리번거리는 몸짓은 우리가 ‘살아있음’을 의미한다. 살아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의외로 쉽게 잊는다. 살아있음을 매순간 인지하면서까지 살지 않는다. 숨 가쁜 일상에서 살아있음을 잊고, ‘나’를 놓치는 일은 어렵지 않게 누구나 겪는다. 그래서 안타깝다. 그녀가 ‘작은 것들에 입술을 달아주고’라는 날개를 붙여 세상에 날려 보낸 이 책은 아마 숨 가쁜 일상에서 놓쳐버린 그녀 자신을 되찾기 위한 여정을 기록하며,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당장에 내일의 날씨를 몰라도, 예기치 않은 사건 사고가 닥쳐도 삶은 지속되는 것이기에” 삶은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고 삶을 사랑하길 바라는 마음을 전해주기 위한 묵직한 다정함이 담겼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향할수록 이근화 詩인이 삶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사랑한다는 점을 느꼈다.
각자 삶을 사랑하는 방식은 다르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삶이라는 정원을 내 마음대로 내 것으로 가꾸는 것, 다정한 온기로 나만의 방을 가득 채우는 것’으로 시작점과 목표에 닿기 위해 걷는 길은 다르지만 결국 한곳에 모이게 된다고 생각했다. 이근화 시인의 숨 가쁜 일상은 다양한 감정이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수많은 두리번거림과 몸짓이 가득 채워져 다채로웠다. 부지런함과 성실함, 삶의 소중함과 애정을 가득 담아 독자들에게 선물한 『작은 것들에 입술을 달아주고』를 읽을 수 있어서 다시 한번 감사하며, 그녀만의 문장으로 그녀의 시간을 뒷짐 지고 여유롭게 뒤따라 걸으며 내 삶을 아끼고 사랑해야 할 이유를 찾아야 할 길을 발견한 것 같다. 시작은 어렵지만, 하나씩 기록하다 보면 늘 꿈으로 간직한 내 이야기를 책 한 권으로 엮어 세상과 사람들의 손에 쥐어지는 날을 멀지 않게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이근화 詩인의 발걸음이 내 마음 수많은 길 중 하나에 차곡차곡 쌓였다. 그 걸음 위에 내 발걸음을 덧대기 시작하지만 언젠간 내 발걸음이 짙게 새겨진 길이 밤하늘을 수놓은 별처럼 새기지 않을까 바라본다.
◎ 이 책은 서평단 활동을 위해 ‘창비’ 출판사에서 제공받았습니다: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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