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세계최강입니다 - 제4회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대상 수상작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박상기 지음 / &(앤드)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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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조연은 없어, 주연만 있을 뿐.

박상기 장편소설, 우린 세계 최강입니다(앤드)

 

주원, 영훈, 아민, 성진, 지유 모두 비 맞는 방식이 모두 달랐고, 어느 한 사람만 주목하기 싫다던 작가님은 모두를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모두 주인공으로 만들어준 작가님께 고마웠다. 주인공이 있으면 그 뒤에는 주인공을 더 빛나게 해주는 조연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내심 싫었다. 이왕이면 조연보다 주연이 좋지 않은가. 조연도 자신의 입장에서는 주연이니까.

세계최강밴드를 응원하고 싶다. 각자 품고 있는 상처의 크기와 깊이가 다른 이들이 모여 세상을 향해 연주하는 단 하나뿐인 밴드니까. 부모님의 이혼에 숨겨진 사실을 알고 배신감과 분노를 느끼고 연을 끊고 살던 주원, 왕따 피해자 형의 견디다 못한 의자 휘두름으로 인해 순식간에 가해자가 되어 쫓기듯 살던 곳을 떠나 이름을 바꾼 채 정체를 숨기며 살던 영훈, 차기 걸그룹 데뷔에 유력한 연습생이자 세계최강 밴드의 보컬 아민, 세계최강 밴드 동아리의 지도 교사 성진, 피아노 치는 것을 좋아했던 지유. 캐릭터마다 분명한 자신만의 이야기를 갖고 있다. 그 이야기를 자신이 드러내기보다 누군가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드러난다. 영훈과 성진의 이야기가 누군가의 입과 손가락으로부터 나오면서 사실이 아닌 부분이 사실이 되고, 살까지 붙어 진실의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만큼 부풀어진 눈덩이가 되어 영훈과 성진의 뒤를 쫓는다. 영훈과 성진은 분명 사람들이 알고 손가락질 하고 수군대고, 따가운 시선을 보낼 날을 수도 없이 상상했을 것이다. 막상 그런 날을 마주한 그들은 생각보다 단단했다. 속은 무너져 내리고 있는지 몰라도 겉은 꿋꿋했다. 그들이 단단할 수 있던 이유는 무엇일까? 개인적으로 수도 없이 그려본 그날을 마주하는 수많은 자신을 상상했기 때문에 가능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의 잘못이 아니며 숨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깨달았거나(영훈), 당시에 자신을 괴롭히는 것(, 아픈 동생, 엄마 등)에 가려져 못 본 척 했던 것(지유의 마음)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할 거라는 용기가 있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영훈과 성진과 같은 상황에 놓였다면(상상만으로도 괴롭지만), 나는 또 다시 숨을 곳을 찾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렸을 것이다. 숨고 나면 떨리는 심장을 부여 잡고 아주 잠깐 숨을 고를 수 있지만, 들키게 되면 또 다시 도망가야 하고, 그렇게 내게 주어지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 채 어둠만 쫓아 완전히 어둠이 될 거라는 두려움을 안은 채 말이다. 나와 달리 숨지 않고 세상을 향해 고개를 든 영훈과 성진에게 아무 말 없이 환한 웃음으로 응원과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다섯 인물의 이야기 모두 내가 겪었거나 혹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들이다. 누구나 겪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유 모를 안도감이 느껴진다. 다만,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인데도 불구하고 수군대고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살을 붙여 확인되지 않은 소문을 퍼뜨리는 사람들의 태도가 모순적이라는 것이 당황스럽다. 삶의 주인공은 나 자신인데, 언제부터 타인의 개입이 자연스러워진 걸까. 타인의 개입으로 본인 삶의 색은 물론 형태마저 잃어가는 삶을 더러 본 적 있다. 그들이 맞고 있는 비를 같이 맞아줄 마음이 없다면 눈길조차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 눈길이 관심이라고 착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관심은 눈길에 마음이 있을 때 성립하는 것이다. 비를 피할 우산이 없어도 좋다. 그냥 머리부터 발끝까지 젖어도 상관 없고, 곁에 있어 주고 싶은 마음만 있으면 된다. 비가 그치고 맑은 하늘을 올려다보는 날이 오면, 비를 함께 맞아줘서 고맙다는 듯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나를 보며 환하게 웃어줄 테니까.

세계최강 밴드 안에서 각자 역할을 맡아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는 일은 주원, 영훈, 아민, 성진, 지유에게 있어서 기분 좋은 시원한 바람 또는 저 멀리서 반갑게 손을 흔들며 나를 향해 뛰어오는 친구들인 지도 모른다. 또다시 그들에 비가 내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이겨내는 방법을 알고 있다. 아니, 비가 멈추고 해가 뜬다는 것을 안다. 비가 내리는 무대에서도, 비가 그치고 맑게 갠 무대에서도 조연이 아닌 주연으로 꿋꿋하게 온전한 자신으로 하루하루를 연주하며 멋들어진 삶을 만들 거라는 걸 안다. 그들의 밴드 활동을, 앞으로를 응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우린 세계최강 입니다!’ 하고 외치고 시작하는 무대는 모두가 행복할 것이다.

 

이 책은 서평단 활동을 위해 넥서스 앤드출판사에서 받았습니다: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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