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의식을 가진 이래, 사후에 대한 공포는 결코 끊을 수 없는 삶의 연장선이었다. 과연 인간의 죽음은 스티브 잡스나 스티븐 호킹의 주장처럼 컴퓨터 전원을 꺼버린 것에 불과할 것인가?
하지만, 인간의 보편적 의식은 삶과 죽음을 쉽게 단절하지 못한다. 그러기에 서양의 구울ghoul, 동양의 강시殭屍 와 같은 죽은 후에도 움직이는 시체에 대한 공포를 결코 떨치지 못한다. 이러한 공포를 극명하게 실체화 시킨 것이 서인도 제도 부두교의 좀비 Zombie이다. 주술사가 흑마법으로 살려내는 좀비는 현대에 들어서서 좀비처럼 자본주에 의해서 삶과 죽음이 좌우되는 노동자 계층이나, 특정 이데올로기나 종교적 세뇌에 움직이는 추종자를 은유적으로 일컫는 은어가 되어 보통 명사적 인정을 받기에 이르렀다. 나아가 좀비는 현대인의 정신문화 속에 숨은 죽음에 대한 공포를 대변하는 상징적 의미를 나타내는 일종의 증후군 syndrome이 되어 좀비 문화를 탄생시키기에 이르렀다.
좀비를 주제나 소재로 한 많은 소설과 영화, 파생 상품이 하나의 산업을 이룰 때, 대한민국은 그에 대한 무지로 인하여 소외되었다. 이런 차제에 김재성 작가의 본격 국산 좀비인 “경성 좀비 탐정록”은 신선한 충격일 수밖에 없다.
특히, 인류 역사상 가장 잔혹한 일본제국의 731부대의 마루타 생체실험은 인간 자체의 본성 속에 숨은 기본적 인격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인류사적인 흑역사인 바, 이러한 역사적 사실에서 좀비를 끌어낸 작가의 상상력은 놀랄 만하다.
추리소설의 내용을 스포일러하는 서평만큼 어리석은 일은 다시없을 터, 더 이상의 장광설은 작가에 대한 무례에 다름없을 것이므로 이쯤에서 접고자 한다.
좀비와 함께 인간의 악마적 내면을 고찰하고 공포 미학으로 더위를 잊으려는 독자들에게는 다시없는 선물이 될 ‘경성 좀비 탐정록’은 우리 문학의 다양성 측면에서도 결코 좌시해서는 안 될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