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사 여행 - 역사기행으로 읽는 일본사
하종문 지음 / 역사비평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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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독특한 인상을 주는, 두툼한 책이다. 일본 근대사를 전공한 하종문 선생의 저작인데 역사기행으로 읽는 일본사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기행(紀行) 안내서와 역사서, 얼핏 상반된 두 정체를 모두 지향하고 있다.


1<답사로 찾는 일본>은 북쪽 홋카이도부터 남쪽 오키나와까지(여기에 중국, 한국, 대만 등 동아시아 일부 추가) 각 지역에서 들러볼 만한 탐방지(또는 관광지)를 그에 얽힌 역사 이야기를 중심으로 소개하고 있고, 2<역사로 읽는 일본>은 말 그대로 고대부터 현대까지 일본 역사의 큰 흐름을 개괄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이를테면 1부 미야기현 항목에서는 오사키시 후루카와의 요시노 사쿠조 기념관을 소개하면서 근대일본 민주주의의 아버지라 불리는 요시노 사쿠조의 민본주의와 행적을 서술하고, 덤으로 그 근방에 있다고 하는 나루코 온천을 언급하고 있다. 교토 옆 시가현 항목에서는 귀실신사를 중심으로 이 지역에 남아 있는 고대 백제 도래인 마을을 소개하는 식이다. 2부에서는 고대-토지, 중세-무사, 근세-신분제, 근현대-민주주의라는 핵심어를 중심으로 일본사를 구조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서술한 것이 특징이다.


한일 근대역사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만주사변의 핵심인물이었던 이시하라 간지라는 이름을 접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정력적으로 활동했던 동아연맹을 통해 해방 후 민단 단장을 역임한 조영주와 인연이 있었다든지, 조영주는 가라데를 통해 최영희(최배달)과 사제관계를 맺었었다는 등의 역사의 뒷이야기는 전공자가 아니면 쉽게 접하지 못했을, 그러나 재미있는 이야기들이다.


일본통을 자처하는(!) 소수의 독자층 정도를 제외한다면 일본 여행을 즐겨하는 사람, 일본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 한일관계에 관심이 있는 사람, 어떤 독자층에게도 상당히 매력적인 책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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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독립운동사 - 해방과 건국을 향한 투쟁 청소년과 시민을 위한 20세기 한국사 9
박찬승 지음 / 역사비평사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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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부터 발간되기 시작한 역사비평사 ‘20세기 한국사시리즈의 아홉 번째 책이다. 이 책보다 조금 뒤에 나온 일제강점기 사회와 문화책을 통해 총 10권의 기획이 일단락되었다. 한국 근현대사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기 시작한 이후 그간 이 시리즈의 책들을 수시로 찾아봤고, 많은 도움을 받았다. 신간이 나올 때마다 이번엔 어떤 주제/내용의 책일까기대하며 읽어보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뭔가 시원섭섭한 기분이다. ‘20세기 한국사이면서도 그간 대한제국을 다룬 서영희 선생 책을 제외하고는 식민지기에 대한 책이 없었는데, 이번 두 권의 발간으로 공백을 메웠다.


한국독립운동사라는 제목이 뭐랄까, 어떻게 생각하면 굉장히 익숙한 제목이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낯설다는 느낌을 받았다. 근대사라는 표현을 많이 쓰고 보았지 책 제목으로 독립운동사를 내세운 건, 최근 현황에 둔감해서일 수도 있겠지만 더욱이 최근 책들 가운데서는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책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이야기는 아니지만, 2년 전 즈음 독립운동사 강의에서 교수님이 하셨던 말씀이 떠올랐다. 그 자신 독립운동사를 전공했지만 근대사 전공자 가운데서도 독립운동사를 주로 하는 연구자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유는 연구자들에게도 어렵기 때문이라 했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한 학기 수업을 들으면서도 무엇을 배웠고 남겼는지 모를 만큼 복잡해 그 때는 그냥 그런가보다 정도로 지나쳤었는데, 그런 기억을 떠올리니 왜 제목이 익숙하면서도 낯설다고 생각했는지 알 것 같고 그 낯섦이 실은 반가운 낯섦이었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책은 1910년부터 1945년까지 식민지기 독립운동을 3·1운동 이전, 3·1운동과 임시정부, 1920년대 민족주의/사회주의운동의 분화, 1931년 만주사변 이후, 중일전쟁 이후, 총 다섯 시기로 구분해 서술하고 있다. 각 시기마다 일제의 지배정책을 개괄해 독립운동이 어떤 맥락에서 전개되었던 것인지 이해를 돕고 있다. 저자의 설명처럼 식민지기 독립운동을 이끌었던 주요 주체는 민족주의 세력과 사회주의 세력, 민족협동전선 세력, 크게 셋으로 구분할 수 있고, 이 중 무엇을 주류로 볼 것인지는 역사관이 개입된 미묘하고 논쟁적인 문제일 수 있다. 또한 거시적 관점에서 해방건국을 바라보는 관점과도 연결된다. 저자는 독립운동가들이 각지에서 각자 치열하게 싸웠고, 큰 희생을 감수했다는 점에서 모두 나름대로 높이 평가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각각의 독립운동 양상을 객관적으로 충실히 정리하고자 했다. 민족주의 또는 사회주의를 떠나 식민지기 우리 조상들이 독립을 위해 어떻게 애써왔는가를 알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찾아볼 만한 책이라는 생각이다.


여담이지만 사회주의운동이 독립운동/민족해방운동의 영역에 처음으로 포함, 서술되었던 것이 1980년대, 강만길 선생에 의해서였다고 한다. 반쪽짜리 역사가 나머지 반쪽을 찾아 나선 게 불과 30여 년 되었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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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사회와 문화 - 식민지 조선의 삶과 근대 청소년과 시민을 위한 20세기 한국사 10
이준식 지음, 역사문제연구소 기획 / 역사비평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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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처음 발간되기 시작했던 역사비평사 ‘20세기 한국사시리즈가 식민지기에 관한 최근 두 권의 책으로 7년여에 걸친 총 10권의 매듭을 지었다. 한양대 사학과 박찬승 교수가 쓴 한국독립운동사와 연세대 이준식 교수가 쓴 이 책 일제강점기 사회와 문화가 그것이다. 시리즈 전체 10권은 각각 근대사 세 권(대한제국, 독립운동사, 사회문화사)과 현대사 세 권(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북한 현대사 두 권, 주제사 두 권(경제사, 한일관계사)으로 채워졌다. 적어놓고 보니 ‘20세기 한국사란 기획에 걸맞게 주제별·시대별 구성이 매우 적절하다.


시리즈의 매듭을 지었다고 해서 일까, 한국 근현대사에 애정과 애착을 갖고 있는 독자로서 괜스레 기분이 이상하다. 나는 10여 년 전에 고등학교를 졸업했는데, 교과과정에 국사와 별개로 근현대사가 선택과목으로 막 도입되던 즈음이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근대사, 특히 현대사를 제대로 배웠던 기억은 별로 없다. 수능 출제 여부로 가르치고 배울 중요성을 가늠하던 입시현장에서 근현대사는 결국 국사의 일부, 꼬리에 불과할 뿐이었다.


근현대사를 제대로 공부하기 어려운 환경인 것은 대학/사회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특별한 관심을 갖고 관련 강의를 찾아듣는 경우가 아니라면 근현대사에 대한 관심을 충족시킨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근현대사에 대한 학계의 연구 성과를 사회적·대중적으로 공유/소통할 수 있는 수단이 마땅치 않았던 게 중요한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근현대사가 교육 차원을 넘어 점차 정치적/사회적 논란으로 비화되고 있는 요즈음의 현실에 더 절실하고 긴요한, 고민을 필요로 하는 문제이다.


이런 안타까운/아쉬운/절박한 상황에서 ‘20세기 한국사시리즈는 학계의 현 연구수준과 시각, 고민을 대중의 눈높이로 전달하는 역할을 해왔다. 일례로 이승만은 1948년 정부 수립 후 초대 대통령으로서 1960년까지 12년 간 장기 집권했고 그런 만큼 좋든 싫든 한국현대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인물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막상 이승만/이승만정권에 대한 좋은 참고서/개설서를 찾고자 하면 이 시리즈를 제외하고는 바로 떠오르지 않는 게 사실이다. 바꿔 말하면 ‘20세기 한국사시리즈는 근현대사의 굵직굵직한 주제들에 대해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일종의 교과서 역할을 해왔고, 이제 10권을 마무리함으로써 개략적이나마 말 그대로 ‘20세기 한국사를 포괄하는 기획을 자부할 수 있게 되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괜히 기분이 이상한, 그리고 시리즈 머리말마다 적혀 있어 이제는 친숙해진 기획의 후원자 김남흥 선생께 감사한 마음이 드는 이유이다.


마지막 권은 식민지기 사회문화사를 다루고 있다. 총리 후보자였던 모 씨가 과거의 식민지배 미화 발언으로 낙마했던 일이 상징하듯 소위 말하는 식민지근대화론은 더 이상 일본 우익 내지 한국 일부 인사들의 소수의견에 그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이 책의 저자는 우리가 일제강점기를 얼마나 알고 있는가란 문제의식에서 사회/문화를 통해 식민지근대의 실체를 들여다보려 했다. 한국인들이 겪은 근대가 식민지라는 조건에서 어떻게 비틀린 근대였으며, 그것이 이후 한국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책에 담긴 저자의 문제제기와 논지는 식민지근대화론에 대한 학계의 한 답변이자 최근의 역사논쟁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나름대로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각과 내용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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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와 쟁점으로 읽는 20세기 한일관계사 청소년과 시민을 위한 20세기 한국사 8
정재정 지음 / 역사비평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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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일 병합(대한제국 패멸)부터 최근의 한일 문화교류와 독도를 둘러싼 갈등까지 말 그대로 근현대 한일관계를 아우른 개설서이다. 좋건 싫건 일본은 우리의 가장 가까운, 또 여러 면에서 닮은 이웃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말마따나 20세기 한일관계에 관한 본격적인 연구서는 극히 부족하다. 식민지기를 전공한 역사학자가 저술한 이 책은 주제별로 학계의 연구성과를 충실히 반영하면서도 읽기 쉬운 대중 개설서를 지향했다. 때문에 책을 처음 접했을 때 그 자체로 기쁘고 반가웠다.


책은 크게 식민지기의 한일관계, 한일회담, 재일조선인(재일한인), 현대 한일 경제 및 문화 역사문제, 여섯 가지 주제를 포괄하고 있다. 주제 하나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고 또한 역사적이면서도 시사적인 주제들이기도 하다. 근현대 굳이 구분을 하자면 근대보다는 해방 후의 현대 한일관계가 보다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각각의 주제 또는 논쟁점들의 개요와 골자를 균형잡힌 시각에서 전달하고자 했다는 느낌이 든다. 식민지기 유산의 단절/계승/극복의 문제라든지 역사의식/경제적 측면에서 한일회담의 평가 여하, 한일 경제교류의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 등을 골고루 언급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일관계에 대한 대중적 관심은 물론 보다 학술적인 관심을 가진 독자를 위해서도 길잡이 역할을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현재 한일관계의 원점이 1965년에 체결된  한일협정이라고 한다면 한일협정(회담)에 대한 평가는 이후의 한일관계에 대한 평가는 물론 앞으로의 전망과도 연결되는 문제이다. 책에 서술되었듯이 한일회담은 과거사 인식의 측면에서는 부족함을 남겼지만, 한일관계 정상화를 통해 경제적 성장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볼 여지가 있다, 라는 정도가 일반적인 평가인 것 같다. 앞으로 이러한, 어떻게 보면 절충적이라고도 할 수 있을 이러한 시각을 넘어서는 게 가능할까? 이 책은 이런 의문 또한 독자에게 던져주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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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사를 다시 말한다
역사문제연구소 민중사반 지음 / 역사비평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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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이란 말이 유행처럼 사회 곳곳에서 사용되었던 시절이 있다. 20년도 더 전의 일이다.

민중신학부터 민중문학, 민중가요, 민중문화 등등등.

지금은 파편만 남긴 채 그 흔적/자취만 겨우 찾아볼 수 있다.

민중이란 말 자체가, 그리고 민중을 접두어로 하여 파생된 여러 개념과 분야들이 과거의 역사가 되고 있다.


민중사도 그 중 하나이다.

1980년 광주민중항쟁의 충격과 민족적/계급적 자각, 뒤이은 사회변혁을 위한 각 분야 민주화운동 및 통일운동은 민중을 역사의 주체이자 변혁의 주체로 보는 인식을 기저에 두었고 또 그것이 심화된 결과였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민중에 대한 재인식을 바탕으로, 민중을 기반으로 역사를 조망하고 서술하고자 했던 것이 민중사였다.


그러나 다른 민중 담론들과 마찬가지로 밖으로 지구적 차원의 냉전이 끝나고 안으로 형식적 민주주의를 쟁취한 1990년대 이후 민중사는 빠르게 그 목표와 방향을 상실했다.

상실한 것처럼 보였다. 상실했다고 회자되었다.

그런데, 정말 그러한가? 민중사의 역사적/시대적 사명은 다했는가?


이 책은 그렇지 않다고, 새로운 민중사를 모색할 수 있고 모색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연구자들의 생각을 담았다.


2000년을 전후해 기존 민중사에 대한 회의와 비판이 횡행하는 가운데 떠난 사람도 있고, 남은 사람도 있다. 그 중 남은 사람들은 2005년 역사문제연구소 내 민중사반을 결성해 연구와 고민을 이어갔다. 이 책은 그 고민의 첫 결과물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그 자체 현실사회주의 붕괴 이후 민중사 연구의 여정이며 연구/연구자들의 하나의 증언이자 자기고백이라 할 수도 있겠다. 또 한국 현대사의 사학사의 일단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책이기도 하다.


저자들이 얘기하는 새로운 민중사의 이론적 논의, 그리고 그러한 관점을 직접 역사서술에 적용한

여러 편의 논문들이 담겨 있다. 비단 한국 현대사 공부를 위해서만 아니라 민중이란 말에 대해 조금의 관계/추억/기억이 있는 사람들도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책을 읽고 새로운 민중사 시도에 동의하든지 또는 그렇지 않든지는 그 다음 문제이다.


노파심에 덧붙이자면 민중이란 단어에 추억/호감을 느끼는 사람만큼이나 반대로 단어 자체만으로도 까닭모를 불편함을 느낄 독자들도 적지는 않을 것 같다. 미리 그럴 필요는 없다고 말해주고 싶다. 본문에도 적혀 있지만 지금 민중사 연구에서 민중이란 개념이 정확히 어떤 대상을 지칭하는지, 그리고 이들이 고민하는 어떤 주체를 민중이라 명명하는 게 옳은 것인지조차 명확히 합의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이들이 역사의 주인공이며 보다 행복해져야 한다는 믿음이 민중사의 존재 이유라고 강변하는 저자들의 문제제기에 주목할 때 독자 또한 보다 진지하게 역사/역사서술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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