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양제 - 전쟁과 대운하에 미친 중국 최악의 폭군
미야자키 이치사다 지음, 전혜선 옮김 / 역사비평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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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관심을 갖는 분야가 한정되어 있다 보니 갈수록 독서의 폭이 좁아지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개인적으로 한국사에 관심을 갖고 있어 동양사는 관심사와 그리 무관하다 할 수 없는 분야이지만, 독서에 소홀해진 것은 동양사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이 책, <수양제>도 우연한 기회에 읽게 되었다.

 

우선 저자는 일본의 동양사학자 미야자키 이치사다라는 사람이다. 1990년대에 타계했고, 1960년대까지 교토대학 사학과 교수였다고 한다. 잘은 모르겠으나 동양사의 대가 중 한 명임은 분명한 것 같다. 책을 읽은 후 저자에 흥미가 생겨 좀 찾아보았는데 이 책의 배경인 남북조와 수, 그리고 송에 근세로 내려오면 청조까지 그의 저술이 있다. 전근대 중국사의 상당한 부분을 포괄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광범한 연구영역은 학문의 세분화가 점차 진행된 요즘은 거의 불가능한 것이 되어버렸지만 그렇기에 그에게서는 근대학문 개척과정에서 대가의 풍모를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내용도 무척 흥미로웠다. 요즘 책 하나 잡으면 다 읽는데 며칠은 걸리는 게 보통이었는데 이 책은 한나절만에 술술 읽을 수 있었다. 위 책소개에도 있는데 무엇보다 사실만을 엄밀히 추려낸 역사학자의 역사서임에도 불구하고 어렵지 않다는 게 책의 최대 미덕인 것 같다. 저자가 대중서를 염두에 두고 평이한 문체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하는데, 번역서임에도 그 점에서 왜 호평을 받았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책을 재밌게 읽을 수 있었던 다른 이유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생각해볼 거리였던 것은 인물사라는 분야였다. 이 책은 제목처럼 수나라 2대 황제였던 양제를 중심으로 남북조-수-당으로 이어지는 시기를 살펴보고 있다. (물론 그것이 주인 것이지 그것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고 있지는 않다) 저자는 인간의 삶이란 결국 인간관계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역사학의 최종 목적은 인간관계를 규명하는 일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구조와 개인은 모두 역사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축이고, 그 중 무엇이 더 중요한가는 제각기 이견이 있을 수 있는 오랜 논쟁거리이지만 '인물'의 중요성을 새삼 간과하고 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최근 어떤 정치인의 자서전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상황에서, 진실을 외면한 자화자찬격의 자기홍보가 아닌 엄밀한 사실 고증을 토대로 한 진정한 인물사가 더 많이 필요로 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대중적으로뿐만 아니라 학술적으로도 그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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