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으로 읽는 대한민국 - 한국현대사의 그때 오늘
박태균 지음 / 역사비평사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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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인 역사학자 박태균은 최근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연구자 중 한 명일 것이다. 그를 활발하다고 평할 때 두 가지 측면에서 그러한데 하나는 활동 분야이고, 다른 하나는 연구 분야이다책의 머리말에서 저자가 언급하고 있듯이 그는 전문성을 갖추면서도 다양한 부류의 독자들에게 쉽게 읽힐 수 있는 원고를 쓰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 점은 비단 이 책뿐만 아니라 그가 쓰는 글들을 유심히 살펴본 독자라면 누구나 어렵지 않게 동의할 것이다. 또 그는 한국현대사의 특정 시기나 주제에 얽매이지 않고 해방 후 미군정 시기부터 1960~70년대 경제개발까지 정치경제사회 전반을 아우르는 글을 쓰는 흔치 않은 연구자 중 한 명이다.


이 책은 그가 지난 1년간 중앙일보에 연재했던 '그때 오늘'이란 칼럼을 바탕으로 수정·보완한 책이다. 해방 직후의 미소공위부터 1979년 부마항쟁까지, 또 주택복권 발행과 권투선수 홍수환의 세계챔피언 등극, 대연각호텔 화재 사건 등 현대사의 다양한 '그때 그날'과 그 의미를 조명했다. 한미관계를 주전공으로 하는 저자의 연구이력답게 요도호 납치 사건이라든지, 팔레스타인해방기구 조직, 문화대혁명 등 한국사와 관련 있는 국외 소식도 같이 담고 있는 것도 시야를 넓히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저자의 말마따나 all round player로서의 저자의 색깔이 뚜렷이 드러난 책이라고 봐도 좋겠다.


얼마 전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종편의 추측성 보도가 논란이 되었었다. 바로 오늘자 기사에는 대통령이 중고생의 다수가 6.25를 북침으로 안다는 여론조사를 언급하며 역사왜곡을 묵과 못한다는 뉴스가 있었다. 교과서가 6.25 남침임을 명시하고 있으므로 6.25개전 주체에 대한 중고생의 인식 문제는 왜곡의 문제라기보다, 굳이 구분하자면 교육의 문제일 텐데 그와 별개로 대통령이 역사교육 왜곡 시정을 강조할 때 그가 왜곡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무엇일지 다소 우려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어쨌든 누군가는 역사전쟁이라고 표현하듯이 그만큼 역사가, 특히 한국현대사가 논란의 중심에 서고 있는 시대인 것 같다. 그 속에서 중심을 잃지 않고 자신의 역사관을 견지하려면 역시 출발점은 다양한 사실들을 여러 관점에서 알아가는 게 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 책은 현대사의 중요한 사건 또는 중요하면서도 잘 알려지지 않았던 여러 사건들을 복원하고 그것을 통해 미래를 전망할 수 있는 역사적 사고를 제시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일독의 가치가 있다. 다만 책을 훑어보면서 아쉬운 점 하나를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5.16군사쿠데타, 헌정을 부인한 박정희정부의 10월유신, 5.18광주민주화운동 등이 누락되었다. 한국현대사에서 이 사건들보다 팔레스타인해방기구가 더 중요한가? 사건을 취사선택한 기준은 저자의 판단이겠으나 그런 것은 제시되지 않았다. 다소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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