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시즘과 제3세계주의 사이에서 - 족청계의 형성과 몰락을 통해 본 해방 8년사 역비한국학연구총서 34
후지이 다케시 지음 / 역사비평사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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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은 <파시즘과 제3세계주의 사이에서>이다.

-족청계의 형성과 몰락을 통해 본 해방8년사-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책의 저본이 된 저자의 박사학위논문은 반대로 부제가 제목(족청 족청계의 이념과 활동)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학위논문을 읽고 이 책을 접했을 때, 학위논문에서 저자가 정말 하고 싶었던 얘기가 책의 제목이 되었구나란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이 책은 해방 8년의 공간에서 국가 주도의 강력한 민족주의 이념을 내세웠던, 일정 정도 파시즘(또는 제3세계주의)의 성격을 띠었으며, 그래서 반공을 내세우면서도 동시에 친미가 아니라 자본주의에 비판적일 수 있었던 족청계의 기원과 모태, 활동과 몰락을 매우 꼼꼼히 분석했다.

이를 통해 우리가 알고 있는 통념과 달리, 휴전 전까지의 한국사회가 친미반공 일변도가 아니었으며, 국제적인 차원의 냉전이 맞바로 한국사회에 이식된 것도 아니었다는 점을 주장한다.

요컨대 해방 8년의 한국사회는 냉전과 반공으로만 단정할 수 없는, 또는 반공으로 대표되는 사상지형이 매우 유동적이었던 '역사적 공간'이었으며, 그러한 역사적 균열의 지점들을 살펴보는 것이 편협하거나 왜곡된, 몰역사적 역사이해로부터 벗어나는 길임을 역설하고 있는 책이다.


책의 미덕 중 하나는, 아래 리뷰에도 언급되었듯이, 꼼꼼한 실증과 역사를 바라보는 거시적 시각과 관점을 아우르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결론에서 언급하고 있는 '긴 30년대(long Thirties)'의 관점이 흥미롭다.

1930년대 자본주의 위기와 그에 대한 대응방식에서부터 파시즘 등 세계사적 흐름과 해방 후 한국사회의 사상적 유동성을 설명하는 방식은, 1945년 이후 한국사를 냉전 일변도로 해석하는 경향과는 또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필요성과 가능성을 제시한다.

책에서 얘기하는 제3세계주의란 달리 말하면 포스트식민주의에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표면적인 식민통치로부터는 벗어났지만 여전히 사회 곳곳에 식민주의의 유산이 잔재한다는 점에서(물론 전전과는 다른 방식과 차원에서), 또 그것이 냉전보다 오히려 본질적인 것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한국 현대사의 좀 더 다양한 해석을 고민해보고자 하는 독자들에게도 소중한 성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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