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이삼촌
현기영 지음 / 창비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현기영 소설집.
난 이 책을 강준만 교수가 쓴 한국현대사산책을 읽으면서 알았다.
1948년의 제주 4.3항쟁 그리고 뒤이은 무차별 양민 학살의 비극. 그 끔찍한 실상을 증언하는데
이 책이 각주에 계속 인용되더라. 어떤 책일까 궁금해했었다.

잊을래도 잊을 수 없는 끔찍한 기억.
어쩌면 그 당시 동네 이웃이웃의 아지망들과 같이 죽는 편이 나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면 그건 너무 많은 숫자로 인해 차라리 아무렇지도 않은 듯 으레 그러기 마련인 듯 그렇게 여겨질 수도 있을 것이었기 때문이다. 

죽음이 너무 많아 죽음이 당연시 여겨지려면
그리고 너무도 공포스러워 30여년이 지나도 그 때를 입밖에 내는 것조차 꺼려지려면
그 때 그 놈들 이름이 무엇이였는지조차 알고 싶지 않으려면
그냥 운명이려니, 복수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사람의 힘으로 불가항력인 전설속의 해룡의 짓으로 여겨버리려면

그건 도대체 그 때를 겪지 않은 사람들이 상상으로나마 복원시킬 수는 있는, 그런 일이긴 한걸까?

말 그대로 순이삼촌의 죽음은 30년 전의 해묵은 죽음이다.
-30년 전 그 옴팡밭에서 구구식 총구에서 나간 총알이 30년의 우여곡절한 유예를 보내고 오늘에야  당신의 가슴 한복판을 꿰뚫었을 뿐이었다.- 란 구절이 참 절절하다. 

-남모를 비밀, 비밀이라기엔 너무나 잘 알려진, 잘 알려졌다기엔 그것이 거짓의 꺼풀로 위장되어버린-
어떤 말로도 다 할 수 없을 공포를, 고통을 안고 저마다의 유예 기간을 지탱해왔을
살아남았던 희생자들을 대신해 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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