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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다시 건강해지려면 - 정의로운 건강을 위한 의료윤리학의 질문들
김준혁 지음 / 반비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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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다시 건강해지려면. 부제는 정의로운 건강을 위한 의료윤리학의 질문들. 말 그대로 코로나19라는 강력한 팬데믹이 제기한 여러 가지 이슈를 하나씩 제시하고 답하는 책이다. 건강 불평등, 백신과 인권, 가족 이데올로기, 혐오와 차별 등 감염병을 둘러싼 14가지 주제를 의료윤리의 관점에서 조명한다.

2020년 초 발병한 코로나19는 그 해 여름이면 끝날거라는 주장과는 달리 꼬박 2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전세계를 괴롭히다, 최근 포스트코로나시대에 접어들었다. 초기에 K-방역으로 세계를 놀라게 하던 한국은 2022년 들어 일일 60만명 확진이라는 신기록(?)을 세우며 최다 확진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가 지금은 거의 수그러들어 차차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다. 우리는 2년 동안 팬데믹을 겪으며 코로나19가 일으킨 수많은 사회문제와 직면해 왔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게 본 몇 가지를 다뤄보려고 한다.

첫 번째 개인과 국가(사회), 어느 쪽이 더 중요한가.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개인에 무게가 실리겠지만, 세계적인 팬데믹이라는 위급 상황에서는 말이 달라진다. 국가는 전염병이 퍼지지 않기 위해 개인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고, 백신패스를 도입해 국민들이 반강제적으로 백신을 맞게 했다. ‘남을 보호하여 나를 보호한다는 상보성의 원칙에 의해 마스크 착용은 비교적 잘 지켜졌다. 누군가를 배려하는 마음 이전에 나 그리고 내 가족이 살기 위해서는 마스크를 열심히 착용해야 했다. 하지만 백신의 경우 이야기가 다르다. 백신은 단기간에 개발되어 임상실험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우려와 같이,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은 모든 케이스를 포함해 수많은 억울한 목숨을 앗아갔다. 물론 접종 당시 잠깐 앓고 무탈하게 지나간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실제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이 존재하고 부작용 사례도 만만치 않게 나타났다. 설령 백만분의 일 확률이라 하더라도 그 불운이 나와 내 가족에게 찾아온다고 생각하면 아찔하다. 공공의 안전이라는 명목 하에 국가는 어디까지 개인의 자유를 강제할 수 있는가

두 번째는 팬데믹으로 인해 드러난 우리 모두의 무한이기주의다. 넓게는 국가 차원에서, 좁게는 개개인의 행동까지 세상은 그 어느 때보다 이기적으로 굴었다. 한창 그 높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공급으로 백신 수급 문제가 빚어졌을 때, 저소득 국가는 1차도 제대로 접종하지 못한 상황에서 강대국은 부스터샷을 실시하는 자국민중심주의를 보였다. 현대사회의 종교라고 일컬어지는 자본주의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연대와 협력이 중요한 시기였던지라 씁쓸함은 어쩔 수 없다. 팬데믹에 대한 불안으로 점점 더 심해지는 서로 간의 경계와 갈등 그리고 저소득층, 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감 또한 안타깝기는 마찬가지다. 이기주의라고 볼 수는 없지만, 딱 한 명만 치료할 수 있는 상황에서 노인보다는 더 가능성이 높은 젊은 사람을 선택하는 상황 또한 슬프다. 사람의 목숨을 살리는 고귀한 의료가 왜 사람의 목숨에 경중을 따지게 되었는지 통탄스러울 일이다.

마지막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코로나19가 바꾼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팬데믹은 정말로 많은 것을 바꿨다. 재택 근무 시행으로 인한 근무 환경과 조직 체계의 변화, 여행관광업의 쇠퇴와 반비례하는 배달업의 성행, 학교 등 다양한 시설 폐쇄로 인한 돌봄노동의 중요성, 개인의 위생 수준 향상과 더불어 환자의 급감을 겪은 소아과의 위기, 학교 교육과정 변화까지. 마스크 착용으로 인해 리코더, 단소 등 입으로 불어 소리를 내는 관악기 대신 실로폰, 우쿨렐레 등을 배우는 초등학교가 많다고 한다. 학생들은 작게는 소풍이나 수학여행 등 추억을 쌓을 수 있는 외부활동이 취소되고, 크게는 학교나 학원에 가지 못하여 교육수준에 격차가 생기는 등의 피해를 겪었다. 장차 나라의 미래가 될 소중한 아이들임에도 불구하고 코로나로 인해 가장 직접적으로, 또 많이 피해 본 계층이라 무엇보다 안타까웠다.

코로나19는 기존 사회의 많은 모습을 바꿈과 동시에 새로운 문제를 수면 위로 떠오르게 했다. 기후 위기 등 앞으로 다른 팬데믹이 계속 이어질텐데, 우리는 지난 경험으로부터 끊임없이 학습하고 노력하여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명심해야 할 것이다.

 

~한 당신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1. 인문학, 특히 사회 분야에 관심이 많다.

2. 아직 끝나지 않은 코로나 낱낱이 알고 싶다.

3. 코로나 관련해서 얻을 유익한 정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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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주는 나의서재
<책 읽어주는 나의서재> 제작팀 지음 / 넥서스BOOKS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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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주는 나의 서재>tvN STORY에서 방영 중인 시사교양 프로그램으로, 이번에 인문/ 사회/ 과학 분야의 다양한 강의를 엮어 동명의 책으로 출판되었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한 권의 책을 소개하고, 관련한 사회 이슈에 개인의 의견을 덧붙여 간단하고 명쾌하게 설명해준다. 400페이지의 분량으로 한 번에 완독하기에는 무리가 있는데, 15개의 챕터로 나눠져 있어 단편처럼 읽기 편하다. 그냥 강연이었으면 자칫 지루할 법한데, 책을 소개하는 내용이라 쉽고 재미있다. 읽어본 책이 나오면 더욱 반갑고, 새로운 책이 등장하면 신선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은 세 권이다. 첫 번째는 임상심리학자 김태경 교수가 소개한 나는 내가 좋은 엄마인 줄 알았습니다이다. 이 책에서 나오는 인에이블러사랑한다면서 망치는 사람이란 뜻의 심리학 용어로 다른 사람의 책임을 대신 떠맡는 방식으로 관계를 맺는 사람이라고 한다. 헌신적이고 선한 의도를 가지고 있으나, 과도한 돌봄이 의존성을 점점 심화시켜서 상대를 자존감 낮고 무책임한 사람으로 만든다고 한다. 자식에게 지나치게 간섭하여 자기주도적으로 성장하지 못하게 막는 부모들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섹솔로지스트 배정원 교수가 소개한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또한 그 내용이 흥미로워서 인상 깊었다. 전세계에서 450만부 이상 판매된, 사랑과 성을 요리라는 매개를 통해 경쾌하게 풀어낸 작품으로 인간의 욕망을 잘 차려진 요리에 비유한 밝고 생동감 넘치는 소설이라고 한다. (책 소개 발췌) 북스타그램에서 많이 봤던 책이기도 하고, 줄거리와 결말은 다 알게 되었지만 그래도 한번 직접 읽어보고 싶어서 바로 주문했다.

마지막은 뇌과학자 김대식 교수가 소개한 클라라와 태양이다. 4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지만 재미있어서 단숨에 읽었던 책인데, 김대식 교수님은 이 책이 너무 지루해서 내가 이걸 지금 왜 읽고있지? 라는 생각까지 했다고 한다. 역시 같은 사람이라도 생각하는 게 이렇게 다르다. 패스트푸드와 비슷한 패스트책이 아닌, 사찰 음식처럼 건강하고 오래오래 몸과 마음에 남는 책이라고 표현하고 싶다는 것에 동의한다. 세월이 흘러 후대가 되면, 2020년대의 고전으로 꼽힐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 책 중 하나다.

인문학에 관심이 많거나, <책 읽어드립니다>를 재미있게 보신 분이라면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듯하다. <책 읽어주는 나의 서재> 프로그램으로 이미 한 번 보신 분도, 책으로 한 번 더 복습하며 정리하면 기억에 잘 남을 것 같다.

 

 

이 책을 추천드립니다

1. 지적허영심을 쉽고 간단하게 책 한 권으로 채우고 싶으신 분

2. 다양한 사회이슈에 관한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견문을 넓히고 싶으신 분

3. 과학, 역사, 신화, 고전문학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인문학적 소양을 쌓고 싶은 분

 

#책읽어주는나의서재 #인문학 #인문학책 #베스트셀러 #책읽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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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조가 놓인 방 소설, 향
이승우 지음 / 작가정신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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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0 이별 후에 어떤 물건들은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매개물로 작용한다. 물건들은 어떤 시간을 상기시키고 그 시간 속에서 함께했던 어떤 사람, 어떤 사연, 어떤 약속을 불러낸다. 물건은 시간이 고스란히 보존되어있는 화석이다. 그러니까 사람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먼저 물건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

 

p.42 그 순간에 세상은 현저하게 축소되었다. 그 땅에, 이 세상에, 당신과 그녀 말고 다른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사랑에 빠지는 순간 세상은 두 사람만 사는 공간이 된다. 그들이 어디 있든 마찬가지다. 연인들은 최초의 하늘과 땅을 가진 에덴의 연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 세상에 단 두 사람만 거주하는 양 느끼고 말하고 행동한다. 연인 이외의 모든 사람들은 그저 배경에 지나지 않는 것이 된다. 연인은 연인 말고는 다른 누구도 의식하지 않는다. 말하자면 사랑은 세상을 축소시키는 기술이다.

 

p.91 기다리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은 더이상 당신이 자유롭지 않다는 뜻이다. 누군가를 기다리기 시작하는 순간 우리의 자유는 차압당한다.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 등을 수상한 이승우 작가의 중편소설.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 보는 소설인지, 또는 연애소설인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는 전적으로 독자에게 달려 있다. 처음에 표지를 봤을 때는 추상적이라고 생각했는데, 다 읽고 난 지금 다시 보니 굉장히 매력적이다. 푸른 물과 노란 달은 이 글을 관통하는 주제와 닿아있는 매개체이다. 이미 끝나 버린 결혼 생활. 지난 인연을 놓지 못하는 아내, 새로운 연을 시작하는 남편. 아무도 이 허울뿐인 결혼 생활을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 ‘맞불륜이라는 자극적인 단어로 폄하하기에는 어느 하나 진정이 아닌 것이 없다. 얇아서 휴대하며 읽기 좋은 책이지만, 집중력을 요하는 글이므로 한 번에 진득하게 완독하길 추천한다. 그저 연애소설인지, 또는 인간에 대한 탐구인지 심오하고 사색적이다. “사랑은 오해에서 시작된다.” 당신의 사랑은 오해로부터 비롯되었는가? 이 책은 당신에게 연애소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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