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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감동을 만나고 싶다 - 히사이시 조가 말하는 창조성의 비밀 ㅣ 아우름 11
히사이시 조 (Joe Hisaishi) 지음, 이선희 옮김 / 샘터사 / 2016년 5월
평점 :
어릴 때부터 디즈니만큼이나 지브리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을 좋아했다. 어릴 땐 환상적인 이야기가 마냥 좋았는 데 어른이 되서 다시 본 애니메이션들은 우리의 삶을 아주 세심하게 다루고 있어서 놀랐다. 나 뿐만이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테마곡 '인생의 회전목마'는 전주의 피아노 소리만 들어도 기분이 몽롱해진다. 마치 하울의 세계에 빠져드는 기분에 즐겨 듣는 테마곡 중 하나이다.
이 노래를 만든 이, 세계적인 영화음악의 거장 '히사이시 조'이다. 그가 말하는 창조성의 비밀이 담긴 책 '나는 매일 감동을 만나고 싶다.'가 궁금했던 이유이다.
나는 무언가 만드는 것을 즐겨 했다. 어릴 적부터 나만의 이야기를 쓰기도 했고 레고 조립이나 그림 그리기, 요리하기 등은 내 취미 생활이었다. 무언가를 만드는 행위, 창조는 나의 즐거움이었다. 살면서 악기 하나를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는 것을 후회하는 데 앞으로의 삶에 꼭 이루고 싶은 목표 중 하나이기도 하다.
늘 음악가의 삶을 동경한 것은 자신이 보고 느끼는 감정들을 멜로디로 표현한다는 점 때문이었다. 하물며 영화음악, 그 중에서도 애니메이션에서 음악이 갖는 힘은 실로 놀랍다. 현실이 아닌 이야기를 더 환상적으로 보이는 장치이기도 하며 이야기를 더 풍성하게 만드는 도구이기도 하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만드는 세계를 더 실감나게 관객이 믿을 수 있는 건 히사이시 조의 음악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최근에 자소서를 작성하면서 창조성에 대해 또 다른 고민에 빠졌다. 분명 내 이야기를 쓰는 것이지만 남들과 다른 변별력 있는 답변을 작성할 수 있지 않을까란 고민에 이 책을 만났다. 히사이시 조는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다양한 상황과 방법들을 제시한다. 그러나 여타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와는 다르게 나는 잘났으니 너희도 이렇게 하면 할거야, 라는 불친절함이 없다. 오히려 겸손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아주 섬세하게 들려준다.
그 중 인상적이었던 대목 중 하나는 '질보다 양으로 승부하라'라는 부분이었다. 그는 창조력에서 중요한 가치로 얼마나 많이 보고, 얼마나 많이 듣고, 얼마나 많이 읽었느냐를 꼽는다. 창조력의 원천인 감성의 토대는 자기 내부에 있는 지식과 경험의 축적이라 평하며 축적의 절대량을 늘려 수용 능력을 넓히라고 조언한다.
지금의 내가 이 상황에 놓여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것 또한 지난 날의 많은 경험들의 산물이라 생각한다. 내가 앞으로 더욱 많은 것을 창조해내고 싶다면 난 끊임없이 열정을 갖고 도전하며 깨지기도 하고 좌절도 해야 성취할 수 있을 것이다.
번역가의 공도 컸겠지만 히사이시 조가 말하는 방식이 따뜻해서 참 좋았다. 한 분야의 성공한 사람으로서 권위의식이나 잘난척은 없이 진지한 자세로 창조성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드러낸다. 만일 새로운 것을 갈구해내는 것에 목마른 사람이라면 이 책, '나는 매일 감동을 만나고 싶다.'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