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머리말은 이런 문장으로 시작한다. "이 책은 '이직'이라는 주제로 '일하는 젊은이' 8인을 취재한 내용을 담은 논픽션이다. 8인 모두 1979년생인 나와 동세대이며 이른바 '좋은 대학에서 좋은 취직'을 이룬 젊은이들이다.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인 '취업빙하기'에 기업 사회로 첫걸음을 내디딘 그들은 '로스트 제너레이션'이라는 별명까지 얻은 세대이다." 그렇다. 이 책은 한 번 이상은 직장을 그만 둔 젊은이들의 이야기이다. 책에 등장하는 8명의 젊은이는 각자 저마다의 이유로 이직을 했지만 우리나라 세대의 젊은이들이 하는 고민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내가 왜 이 직업을 원했는가, 나는 미래에 어떤 모습으로 성장할 것인가, 내가 정말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 등, 나에 대한 아무런 고민없이 흘러갔던 지난 날의 모습 속에서 나를 되찾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로도 볼 수 있다. 특히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이 시대 많은 취업준비생들이 읽기에 좋고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내디딘 사회초년생들에게도 많은 의미를 줄만한 책이다.
하반기 공채가 시작되었다. 다른 이유들로 돌고 돌아 취업을 위한 과정을 밟아가고 있는 요즘, 무서우면서도 떨리는 마음을 동시에 갖고 있다. 취업에 성공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살아가는 많은 이들을 보며 존경의 마음이 들지만 그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면 정작 나의 처지를 부러워한다. 조급해하지 말라고, 지금 이 시간들을 느긋하게 즐기라고 말하지만 내 마음은 늘 전쟁과 같다.
제8장에 등장하는 나가야마는 늘 불안해서 계속 달릴 수 밖에 없음을 고백한다. 나 역시 그렇다. 어느 순간부터 마음 속의 불안함이 사라지지 않는다. 직업을 갖게 된다고 해서 사라질까? 내 생각은 그렇지 않을 것 같다. 이미 뒤처졌다는 마음이 강하다. 사회가 정해놓은 암묵적인 단계가 있지 않은가. 이 나이 때엔 졸업을 하고 이 나이 때엔 취업을 해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살아가는 그런 단계들. 이미 졸업을 늦게 하고 다른 분야를 준비하다 방향을 돌리면서 시간이 많이 흘렀다. 벌써 2년차, 3년차인 친구들보다 사회적인 시선에서 봤을 때 나는 늦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중요한 건 내 마음가짐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어차피 인생이란 레이스는 내 친구들과 경쟁하며 다리는 경기가 아니다. 나의 인생은 오로지 나와의 싸움이며 나와의 여행일 뿐이다. 이 싸움에 승자와 패자란 없다. 내가 정해놓은 실체 없는 목표와 끊임없이 경쟁하며 싸울수록 지치는 건 나 자신일 뿐이다. 이긴다고 해서 손에 쥐는 건 스트레스뿐일 것이다.
직업표류. 어른이 된다는 건 직업을 갖고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발을 내딛는 것이라 생각했다. 또한 그 과정이 순탄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나이를 먹어가면서 취업의 문턱을 넘기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을 바라보며 직업을 갖는다는 것이 얼마나 큰 의미인지, 혹은 얼마나 작은 의미인지 헷갈릴 때가 종종 있다. 인생의 목표가 직업이 되어서는 안 되는데 우리는 가끔 이 사실을 망각한다. 결국 중요한 건 내 마음의 목표, 어떻게 살아가겠다는 내 나름의 플랜이 있어야하고 그 중에 직업은 아주 작은 단편적인 부분이라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기 위한 정답은 결국 내 안에 있다.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내 안에 것들을 지켜볼 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