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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닭 치리 ㅣ 높새바람 51
신이림 지음, 배현정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21년 3월
평점 :
까만 수탉과 하얀 수탉이 경쟁하듯 달리고 있는 표지 그림이 책을 읽고 나니 이해가 된다.
까만 수탉 '깜이'와 하얀 수탉 '치리'가 달리기 내기를 하고 경주하는 첫 장면이다.
울안에서 안전하게 보호받고 있는 아직은 어린 깜이와 치리의 모습이다.
어린 수탉의 성장과 인간들의 투계 도박 이야기가 맞물려 긴장감 있게 전개되어 단숨에 읽어내렸다.
특히나 투계 장면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읽으면서도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수탉 '치리'와 '깜이'에게서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
등장하는 인간들의 모습은 부모, 어른들의 모습이 오버랩되어 보였다.
치리와 깜이는 직접 부딪혀 보고 험난한 여정을 거치는 동안 성장하기도 하지만 초반부터 고생길이 훤히 보여서 읽는 동안 너무 안타까웠다. 하지만 두렵고 겁나는 상황 속에서도 서로 의지하며 주저앉지 않고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치리와 깜이의 모습은 대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자신의 길을 찾았으니 말이다. 우리 아이들도 이렇지 않을까하는 마음에 더 감정이입이 된 것 같다.
그럼 나는 어떤 부모, 인간인걸까?
가야리 닭장 주인? 털보? 챙모자? 둥근 안경? 각 인물을 살펴 보다가 적어도 하지 말아야 할 건 뭘까를 생각해봤다.
이와 관련해서 마지막 치리의 선택을 곰곰히 생각해 보지 않을 수가 없다.
치리는 가족을 깜이는 자유를 선택했다.
"왜 난 그동안 한 번도 닭장 밖에서 산다는 걸 생각해 보지 않았을까요?"라는 치리의 질문에
"그거야 길들여져서 그렇지. 그래서 길들여진다는 게 무서운 거야." 라고 늙은 수탉이 대답한다.
닭장 밖에서도 살 수 있다는 걸 알지만 가족을 선택하고 닭장 속으로 들어간 치리는 이전의 치리와는 다른 삶을 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그랬으면 좋겠다. 두려워해야 할 것은 닭장 안이냐, 밖이냐가 아니라 '길들여진다는 것'이 아닐까? 최소한의 안전망이 되진 못할 망정 길들이려는 시도는 하지 말아야겠다.
"내 길이요? 내가 가야 할 길이 어떤 건지 잘 모르니까 그게 문제죠."
"왜 난 그동안 한 번도 닭장 밖에서 산다는 걸 생각해 보지 않았을까요?"
"그거야 길들여져서 그렇지. 그래서 길들여진다는 게 무서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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