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F코드 이야기 - 우울에 불안, 약간의 강박과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하늬 지음 / 심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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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질병에는 알파벳으로 시작하는 질병분류기호가 있는데 정신과 질환은 F로 시작한다. 다수의 F코드를 진단 받은 저자가 우울, 불안, 약간의 강박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백하게 담아 놓았다. 우울증,공황장애 같은 말은 이제 너무 익숙한 말이 됐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신경정신과의 문턱은 일반 진료과에 비해 높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 나는 이미 F코드에 대해 알고 있었다. 늦은 발달로 갖가지 센터를 다녔던 조카와 지인이 있었고 큰 아이도 ADHD가 의심되어 검사를 받기도 했기 때문이다. 고로 나름 신경정신과에 거부감이 없다고 자신했는데 다른 사람에게 감기나 위장장애처럼 아무렇지 않게 진단 받은 병을 얘기할 수 있느냐와는 별개였던 것 같다. 말하자면 굳이 알리고 싶지 않은 병인 것이다. 아마 정신과 질환이 주는 편견이 나도 모르게 내재해 있었나보다. 그래서 자신의 약점을 과감히 오픈함으로써 본인 스스로는 물론 같은 고통을 겪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자처한 저자의 용기가 놀라웠던 것 같다. 아니 어쩌면 그 이면에는 나의 상태를 비교 점검하기 위한 마음이 있었을 지도 모른다. 나는 괜찮다 같은...

[절대 우울증에 걸리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은 없다]

그렇다. 우울증에 걸리는 사람이 따로 정해진 것은 아니라는 것에 동의한다. 그러니 우리는 스스로를 자꾸 점검해야 한다.
이 책의 제목을 보고 왜 이 책을 읽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유인 즉슨 나는 절대 우울증에 걸리지 않을 사람이라고. 나를 밝은 사람으로 봐주니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종종 감정 컨트롤이 잘 안 될 때 엄밀히 말하면 안 하고 싶을 때가 있다. 이런 나는 나 외엔 알 수 없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저자와 그의 지인들의 사례를 보며 정도의 차이가 커도 너무 커서 내가 우울증이나 불안 강박 등에 대해 얼마나 무지했는지를 오히려 확실히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완치보다는 관리'
우울증을 관리하기 위해 나를 알아야 했다.

일반 질병은 사람마다 증상은 조금씩 다르지만 관리하는 방법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우울증은 그렇지 않단다. 사람마다 느끼는 게 달라서 관리하는 방법도 다르다고 한다. 우울증을 잘 관리하기 위해선 내가 무엇에 취약한지 또 언제 어디서 안전하고 편안함을 느끼는 지 나를 잘 알아야 했다고 한다.
앞으로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 아는 척 함부로 조언하는 일은 피해야겠다. 그 사람은 얼마나 치열하게 자신과 병에 대해 알려고 했겠는가를 생각한다면 말이다.

이 책은 나같은 사람이 F코드 진단을 받은 사람들에게 저지르는 무지에서 만들어 내는 폭력을 사전에 방지하게 만들어 준다. 실제 전문의 상담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나 가족에게는 상담 과정을 알려주는 가이드 역할도 톡톡히 해 줄 정도로 정보도 잘 담고 있다.

힘겹지만 있는 그대로 자신을 직시하고 인간관계도 사회생활도 연애도 일상으로 해 나가위해 여전히 관리하고 있을 저자가 자신의 편안함을 찾아서 하나씩 이뤄나가기를 바라고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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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domia 2021-01-31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리뷰의 도움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사랑하는 친구를 위해 읽어봐야겠습니다.

꿈맘 2021-01-31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읽었습니다.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들어요. 우리 사회가, 현대 사회가 우울증 없이 살아가기 힘든 구조는 아닐까...경쟁도 심하고 너무 치열하기도 하고... 쉽게 말하고 위로하면 안되겠단 생각도 드네요.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