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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비 ㅣ 미메시스 그래픽노블
크레이그 톰슨 지음, 박중서 옮김 / 미메시스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하비비"
아랍어로 내사랑, 달링이란 뜻이다.
하비비라는 단어가 어딘가 모르게 익숙했었는데, 기억을 더듬어보니
얼마전 읽었던 '테헤란 나이트'라는 여행에세이에 나왔던 단어였다.
거기에도 하비비의 뜻이 적혀있었고, 당시 넘 예쁜 단어라 머릿속에 남았었나보다.
만화책이라는 생각에 가볍게 생각했었는데
코란이라는 이슬람 경전과 기독교의 성경이 전체를 이끄는 바탕이 되고,
그 안에 인간의 욕망과 이기심, 그로 인한 환경의 변화, 생명의 존엄성, 두 남녀의 사랑 등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는 깊이있는 책이었다.
그래픽노블이라는 장르에 대해 알지 못했고 종교도 없는 나였기에
코란에 대해서,
성경에 대해서 이야기할때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그부분을 제외하고는 전체적으로 6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양과 작가의 디테일이 살아있는 그림실력,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탄탄한 스토리 구성을 보면 "와~대단하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도돌라라는 12살 소녀는 가난때문에, 무지한 부모때문에 나이많은 중년 남자에게 팔려간다. 얼마 못가 남편이 죽고
노예시장에서 그녀는 3살짜리 흑인 노예 잠을 만나 사막의 한 가운데 버려진 배에서 생활하게 된다.
잠이 한해한해 커가면서 들려주는 이야기도 달라지고, 많은 것을 알려주려했던 도돌라는 사막의 유령창녀로 불리며 힘겨운 생활을 이어가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욕정으로 가득찬 술탄에 납치당해 잠과 헤어지게 되는데...
어린 잠은 그녀가 어디서 먹을것을 구해오는지 몰랐으나, 헤어지기 전 카라반들에게 몸을 팔며 자신을 부양했다는것을 알게 되고
사라진 그녀를 찾아 떠나게 된다.
처음에는 수많은 아랍어와 화려한 그림들에 취해 내용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집중이 안됐던것도 사실이다. 아직도 무슨뜻인지 이해 못한부분도 많다.
하지만 종교적인 부분이 글을 읽는데 큰 방해가 될 정도는 아니였기 때문에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다음 장면이 기대되고,
그 둘의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해졌다.
그녀를 찾기 위해 떠난 잠은 신성한 물을 팔아 근근히 생활하다가 성스러운(?)곳으로 들어가
도돌라에 대한 자신의 욕정을 억제하고자, 그녀를 찾는 한 방법으로 생식기를 절제하기에 이른다.
여장을 하고 몸을 팔며 돈을 벌던 잠은 우연한 기회로 그녀가 살고 있는 술탄의 하렘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 둘은 또 운명적으로 다시 만나는데..
그사이 도돌라는 술탄의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까지 했다. 하지만 자신의 아이는 잠뿐이라며 잠에 대한 생각에, 그리움에 빠져지내다 결국 그 아이는 죽게된다.
시간이 흘러 개발로 인해 도시는 점점 발전하고 산업화가 이루어져 예전의 모습은 잃어가고 있었다.
여기저기 공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쓰레기와 오폐수로 도시는 황폐해져가고 그 사이 빈부격자는 더 커져만 갔다.
앞으로 우리에게 닥칠 상황을 경고라도 하듯..그림이 주는 의미가 대단했다.
도망나온 도돌라와 잠은 하수구에 휩쓸려 생사를 넘나들게 되지만 은혜로운 한 노인을 만나 다행히도 목숨은 구한다.
힘겨운 그들의 사랑을 지켜보면서 애처롭기도 하고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부모가 자식에게 줄 수 있는 희생적인 사랑을 그 둘에게서 본것 같다. 그 외에도 복잡다양한 감정이 느껴졌던 하비비..
마지막엔 내가 좋아하는 해피엔딩이라 좋긴 했지만, 좋다라는 말보단 다행이다라는 말이 떠오를정도로 그 둘의 사랑은 너무 힘들었다.
힘들었던 그 둘의 사랑은 마지막에 가서야 안정을 취하게 되고, 평범함을 느낄 수 있었다.
책을 읽기 전과 후의 느낌이 너무 달랐던 하비비다. 뭔가 뭉클하면서 한편의 감동적인 영화를 본 것 같은 기분이랄까..
많은 메세지가 담겨진 '하비비'는
한페이지 한페이지 정성들여 그린 디테일한 그림 자체로써도 소장가치가 충분히 있고,
들여다보면 왜 7년이란 세월이 걸렸는지 진정 알 수 있는 위대한 만화책이란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