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얻는 힘 : 인간력
다사카 히로시 지음, 장은주 옮김 / 북플레저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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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주관적 리뷰입니다.

이 책의 제목인 '사람을 얻는 힘'이라는 표현은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솔깃할 만한 주제다. 직장생활이나 일상에서 인간관계가 녹록지 않다는 사실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을 것이기에, 나 또한 사람을 얻는 힘을 배울 수 있을까 하는 호기심에 이 책에 눈길이 갔다. 저자 다사카 히로시는 단순한 기술적 처세술 대신 삶을 대하는 총체적인 역량인 '인간력'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하며 그 구체적인 수양의 길을 일러준다.

흔히 지혜를 얻기 위해 고전을 읽지만 삶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 이는 대개 이상적인 인간상을 머리로만 습득하려 하거나, 내 안의 사욕과 미숙함을 무조건 억누르는 것만이 수행이라 믿는 오해에서 비롯된다. 저자는 내 안의 '작은 자아'를 부정하기보다 그저 조용히 바라보며 인정하는 것이 수양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이 대목은 완벽한 인격자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을 가졌던 이들에게 내면의 미숙함을 있는 그대로 대면할 수 있는 묘한 해방감을 준다. 고결한 척하는 가면을 벗고 내 안의 여러 인격을 다스릴 줄 아는 힘, 그것이 곧 진정한 성장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특히 관계를 망치는 근본 원인으로 지적된 '우등생 의식'에 대한 논리는 매우 흥미롭다. 흔히 결점이 있어서 사람들이 멀어진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결점이 없는 척하며 "나에게는 잘못이 없다"고 믿는 은밀한 교만함이 사람들을 떠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 숨겨진 마음이 상대에게 고스란히 읽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소통에서 말로 전해지는 정보는 20%에 불과하며, 나머지 80%는 눈빛과 태도 같은 비언어적 메시지로 전달된다고 강조한다. 내가 마음 깊은 곳에서 부족함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유연함을 가질 때, 굳이 말로 다 표현하지 않아도 그 진심의 기운이 상대에게 전달되어 관계가 비로소 풀리기 시작한다는 대목은 약간 숙연해진다고나 할까, 꼭 기억해 두고 싶은 내용이었다.

저자가 말하는 '인생의 해석력'은 인연을 대하는 태도를 완전히 바꿔놓는다. 80억 인구 중 우리 각자의 찰나의 인생에서 누군가와 얼굴을 마주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기적 같은 일이다. 설령 나를 불편하게 하는 인연일지라도, 저자는 이를 나를 매끈하게 갈아주는 '거친 숫돌'로 해석한다. 불친절한 주유소 주인과 다툰 뒤 다시 그 주유소 앞에 차가 멈춰 선 저자의 일화처럼, 회피하고 싶은 관계를 '졸업하지 않는 시험'으로 받아들이고 정면으로 마주할 때 성장은 일어난다. 나 또한 과거에 이해할 수 없던 인연이 시간이 흐른 뒤 나를 성장시킨 고마운 존재로 기억되는 경험을 했는데, 이것이 바로 책에서 말하는 해석의 힘이었음을 깨닫는다.

이 책은 결국 내면의 거울을 닦고 사람을 향한 진심을 회복하라고 권한다. 내 앞에 있는 누군가에게 마음속으로라도 "고맙습니다"라고 전하면 그 기운이 전달될 것이라는 대목은 꼭 기억하고 싶다. 사실 일상에서 타인의 존재에 매번 고마움을 느끼기란 쉽지 않다. 어떤 만남은 그저 무덤덤하게 지나치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 이 사람과 마주하는 이 순간이 다시 오지 않을 유일한 시간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그 순간의 무게는 조금 달라진다. 앞으로는 내 앞에 선 이에게 마음속으로나마 있어줘서 고맙다, 존재해줘서 고맙다고 가만히 되뇌어 보려 한다. 내 미숙함을 인정하고 상대를 기적으로 받아들여 보려는 이 사소한 마음 습관이, 나를 더 단단하고 깊은 인간으로 성장시켜 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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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척학전집 : 훔친 부 편 - 있어 보이는 척하기 좋은 돈의 문법 세계척학전집 3
이클립스 지음 / 모티브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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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주관적 리뷰입니다.

'척학'이라는 말이 특이했다. 뭔가 경제 시스템의 비밀같은 것을 알려줄 것 같아 선택한 책인데, 읽는 내내 깊은 통찰이 이어져 책장이 넘어가는 게 아쉬울 정도였다. 태어나면서부터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살아 온 입장에서 마르크스가 분석한 시선은 생경하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그동안 공산주의 창시자라는 이미지 때문에 그를 비난했던 것이 미안하다는 마음이 들 정도로, 인간을 향한 그의 분석은 지금 이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고 따뜻했다.

우리는 보통 5,000원짜리 커피 한 잔을 사고 돈을 내어주지만, 그 이면에 숨겨진 농부의 땀이나 바리스타의 노고까지는 보지 못한다. 사람과 사람은 사라지고 물건과 숫자만 만나는 이 '물신숭배'의 현상은 결국 우리 자신에게도 가격표를 매기게 했다. 면접장에서 "희망 연봉은 4,000만 원입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존엄한 인간은 1년에 4,000만 원짜리 상품으로 전락하고 돈이 주인이 된다. 내가 내 노동력을 팔아 돈을 벌지만, 그 과정에서 나를 긍정하기보다 부정하며 자유로운 에너지를 잃어가는 '소외'의 상태가 자본주의의 민낯임을 이 책은 담담히 짚어준다.

특히 우리 부모 세대가 입버릇처럼 하시던 "열심히 하면 된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왜 지금 세대에게는 통하지 않는지도 명확해졌다. 피케티가 말하듯 자본이 돈을 버는 속도가 노동으로 돈을 버는 속도를 앞지르는 것이 인류 역사의 일반적인 모습이었다.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었던 부모 세대의 경험은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전후 복구를 위한 일시적이고 이례적인 '역사적 예외'였을 뿐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지금의 젊은 세대들이 삼포, 사포 세대가 된 것은 그들이 나약해서가 아니라, 세상이 다시 원래의 기울어진 게임판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씁쓸하면서도 새롭게 다가왔다.

결국 이 게임의 끝에서 만난 톨스토이의 질문은 피할 길이 없다. 평생 더 많은 땅을 가지려 질주했지만 결국 차지한 건 6피트의 무덤뿐이었던 파홈, 사회적 성공을 다 이뤘지만 죽음 앞에서 자기 삶이 가짜였음을 깨닫는 이반 일리치. 그들이 놓친 것은 바로 '진짜 내 삶'이었다. 저자는 "시간은 돈이다"라는 격언을 뒤집어 "돈은 시간이다"라고 선언한다. 30만 원짜리 가방을 살 때 지불하는 것은 종이가 아니라, 그 돈을 벌기 위해 바친 내 생명의 이틀이다. 돈을 벌기 위해 시간을 팔고, 그 돈으로 시간을 아끼는 물건을 사고, 다시 그 시간으로 돈을 벌러 나가는 무한 굴레 속에서 우리는 가장 비싼 우리의 '삶'을 헐값에 내던지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당장 내일 아침에도 우리는 스스로를 팔러 나가야 하는 현실이다. 헐값에 내 시간을 팔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 답답하기도 하지만, 저자는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결코 같은 삶이 아니라고 말한다.

내 몸에 붙은 가격표를 인지하는 것, 그리고 내 삶이 돈보다 훨씬 비싸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중심을 잡기에 충분할 것 같다. 이 책은 자본주의라는 익숙한 시스템의 이면을 들여다보게 하며, 경제의 역사와 원리에 대해 더 큰 호기심을 갖게 해주었다. 내가 무엇을 기준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할까. 자본주의를 벗어날 수는 없겠지만, 그 안에서 무작정 따라가기보다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보려는 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남는다. 이 책은 단순히 경제를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금의 내 삶을 다시 생각해보게 만드는 기록으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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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확언
백선엽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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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주관적 리뷰입니다.

워런 버핏은 '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차이는 생각의 차이'라고 말했다. 대체 그 생각의 차이가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이 이 책을 집어 들게 했다. 이 책에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전 세계 100명의 셀럽이 돈을 대하고, 불리고, 사용하는 태도와 철학이 담겨 있다. 현실적으로 그들을 직접 만나기는 어렵지만 이 책을 통해 그들을 만나는 느낌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호기심이 들었다.

책은 단순히 명언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부자들이 자란 환경과 그들이 제시한 말의 배경, 의미를 상세히 설명해준다. 또한, 그들의 말을 되새기며 한글과 영어 원문으로 필사하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고, '오늘의 질문' 코너를 통해 나 자신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답을 적는 과정이 결코 쉽지는 않았지만, 그만큼 깊은 생각을 하게 했다.

첫 장에 등장하는 워런 버핏은 "부자는 더 많이 벌기 전에 잃지 않는 법을 먼저 배운다"라고 강조한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나 리먼 브라더스 사태 때도 주식을 던지기는커녕 폭락한 우량 주식들을 골라 사들였다. 실제 시장이 50%, 70%씩 빠지는 상황에서 팔지 않고 산다는 것은 말이 쉽지, 지난 코로나 폭락장을 경험해본 입장에서 절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잘 안다. 시장의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전략적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는 그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하며, 매일 이 글귀를 새기고 있다.

워런 버핏의 스승인 벤저민 그레이엄의 가르침도 인상적이다. 가격에 흔들리지 말고 기업의 내재 가치를 계산해 가치보다 싸면 사고 비싸면 기다리라는 원칙이다. 가격은 숫자일 뿐이고 가치가 본질이라는 그의 말을 꼭 기억하며 시장을 바라봐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또한, 개인적으로 존경하며, <원칙>으로 유명한 레이 달리오가 1982년 멕시코 부채위기를 잘못 예측해 파산한 적이 있다는 인간적인 실수담이나, 12세에 골프장 캐디로 일하며 처음 주식을 샀다는 배경 지식 등은 그들을 훨씬 가깝게 느끼게 해주었다.

이 책은 단순히 돈 버는 법만을 담은 책이 아니다. 척 피니처럼 베풀고, 멜린다 게이츠처럼 세상을 바꾸며, 하워드 슐츠처럼 사람을 존중하는 법을 동시에 말한다. 돈은 벌되 좋은 사람으로 남는 법, 즉 의미 있는 삶을 사는 법을 배우고 싶은 우리 모두에게 이 책은 100일간의 훌륭한 성장 선물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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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 트레이시 자기 절제론 - 의지보다 기준을 세워라 위대한 행동주의자의 성공 원칙 2
브라이언 트레이시 지음, 정지현 옮김 / 21세기북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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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주관적 리뷰입니다.

아마 이 책의 제목인 ‘자기 절제’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나 역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가 자기 절제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 중요성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실천이 어렵다는 점이다. 해야 할 일을 알면서도 미루고, 당장의 편안함에 쉽게 흔들리는 모습은 많은 사람이 공감할 부분일 것이다. 나 또한 그런 고민 속에서 실천을 위한 구체적인 힌트를 얻고 싶다는 기대를 품고 책을 펼쳤다.

책에서는 우리가 성공에 이르지 못하게 만드는 강력한 방해 요인으로 두 가지를 이야기한다. 하나는 가장 쉽고 편한 길을 선택하려는 ‘최소 저항의 법칙’이고, 또 하나는 장기적 결과보다 당장의 만족을 우선시하는 ‘편의주의적 사고방식’이다. 이 대목을 읽으며 적지 않게 뜨끔했다. 마치 저자가 내 마음속을 들여다보고 있는 듯해 헛웃음이 나오면서도, 그 지적들이 결코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저자는 위대함에 이르는 열쇠가 바로 '자기 절제'라고 말한다. 여기서의 절제는 단순히 참는 것이 아니라, 감정과 욕구를 다스리는 ‘자기 통달’, 행동을 목표와 일치시키는 ‘자기 통제’, 그리고 더 큰 보상을 위해 당장의 유혹을 견디는 ‘만족 지연’의 능력을 모두 포함한다. 결국 자기 절제란 “해야 할 일을, 해야 할 때,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더라도 기어이 해내는 능력”이다.

이 부분을 읽으며 얼마 전 있었던 작은 일이 떠올랐다. 순간적인 감정에 이끌려 신중했어야 할 말을 내뱉은 적이 있었다. 이미 지나간 일이지만, 문득문득 생각이 나며 아쉬움과 후회가 남는다. 조금만 더 멀리 생각하고 잠깐만 더 참았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 때문이다. 이런 경험을 통해 자기 통제와 절제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다시 실감하며, 결국 사람의 성장은 자신을 다스리는 데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다시 느끼게 되었다.

다행히 이 책은 단순히 절제가 옳다는 강조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실천 방향도 제시한다. 절제가 개인의 수양을 넘어 일과 경제적 습관, 그리고 인간관계까지 삶의 전 영역을 지탱하는 힘이라는 지점이 인상적이었다. 장기적인 결과를 먼저 생각하는 습관이나 자신의 삶에 책임을 지는 자세 등은 삶을 하나의 단단한 시스템으로 구축하라는 실전적인 조언으로 다가온다. 어느 것 하나 쉽지 않겠지만, 적어도 어떤 방향으로 노력해야 하는지는 분명하게 보여 준다.

결국 우리는 같은 내용을 여러 번 배우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며 조금씩 성장해 가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마치 거친 돌멩이가 바닷물의 밀물과 썰물에 부딪히며 조금씩 다듬어져 몽돌이 되는 것처럼, 우리의 삶도 수많은 시행착오와 반성을 통해 조금씩 단단해지고 둥글어지는 과정일 것이다.

자기 절제는 단기간에 완성되지 않겠지만, 작은 행동을 반복하며 자신을 단련해 나간다면 언젠가는 지금보다 더 지혜로운 모습에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스스로를 더 나은 방향으로 갈고닦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은 때로는 따끔하게 야단도 치고, 때로는 명확한 방향을 제시해 주는 든든한 안내서가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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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은 꼭 읽어야 할 20세기 세계사 - 세계를 바꾼 결정적 장면들
이영숙 지음 / 블랙피쉬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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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주관적 리뷰입니다.

요즘 뉴스만 켜면 중동에서 벌어지는 충돌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소식, 미국이 이란의 주요 기지를 공격했다는 보도, 그리고 민간인 피해를 두고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이야기까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는 국제 정세를 보며 세계가 얼마나 복잡하게 얽혀 있는지 새삼 실감하게 된다. 그런 와중에 이영숙 작가의 새로운 세계사 책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예전에 읽었던 《식탁 위의 세계사》를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 있어, 이 저자의 책이라면 이번에도 믿고 읽어볼 수 있겠다는 기대가 생겼다.

이 책은 독특한 방식으로 20세기 세계사를 풀어낸다. 먼저 한 장의 사진을 보여주고, 그 사진 속 장면이 어떤 역사적 사건과 연결되는지를 설명하는 방식이다. 사진이 먼저 제시되다 보니 장면이 머릿속에 또렷하게 남고, 그 사진을 떠올릴 때마다 관련된 역사적 상황이 함께 연상된다. 덕분에 사건의 흐름이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하나의 장면처럼 기억되는 느낌이다. 책에는 20세기 역사 속 주요 사건들이 스무 장의 사진과 함께 소개되어 있는데, 저자는 사건을 단순히 중요도 순으로 배열하기보다는 독자가 생각해 볼 만한 역사들을 중심으로 구성했다고 말한다.

특히 인상 깊었던 장은 ‘이란 혁명’을 다룬 부분이었다. 이란이 중동 국가 가운데 가장 먼저 원유가 발견된 나라라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되었고, 팔레비 왕조와 호메이니, 백색혁명, 샤트 알 아랍 분쟁, 그리고 최근의 히잡 시위까지 이어지는 이란 현대사의 흐름을 한 장의 이야기 속에서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또한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미국이 호메이니 정권을 견제하기 위해 이라크를 지원했다는 설명을 읽으며 오늘날 이어지고 있는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단순히 최근의 문제가 아니라 오랜 역사적 맥락 속에서 형성된 것임을 생각하게 되었다.

르완다 대학살을 다룬 장도 충격적이었다. 식민지 통치를 쉽게 하기 위해 강대국들이 같은 나라 안의 민족 사이에 갈등의 씨앗을 뿌려 놓았고, 그 결과 100일 동안 8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서로를 죽이는 참극이 벌어졌다. 강대국의 정치적 판단이 약소국에 얼마나 깊은 상처를 남길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였다.

반대로 평화를 위해 용기 있는 결단을 내린 지도자들의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이집트의 사다트 대통령과 이스라엘의 라빈 총리는 민족과 국가의 미래를 위해 협상 테이블에 나오는 결단을 내렸지만, 결국 과격한 자국민에게 암살당하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았다. 역사를 들여다볼수록 사람들의 생각과 가치관을 바꾸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리고 평화를 이루기 위해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한지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고르바초프와 레이건 대통령이 함께 웃고 있는 저 사진이 더욱 귀하게 느껴진다.

수많은 세계사 책 가운데 왜 하필 20세기 세계사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마도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국제 정세와 가장 가까운 시기이면서,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문제들이 시작된 시대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뉴스 속에서 스쳐 지나가던 나라 이름과 분쟁의 배경이 조금씩 맥락을 얻기 시작한다. 과거를 이해할 때 현재가 보인다는 말이 왜 나왔는지, 그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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