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척학전집 : 훔친 부 편 - 있어 보이는 척하기 좋은 돈의 문법 세계척학전집 3
이클립스 지음 / 모티브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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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주관적 리뷰입니다.

'척학'이라는 말이 특이했다. 뭔가 경제 시스템의 비밀같은 것을 알려줄 것 같아 선택한 책인데, 읽는 내내 깊은 통찰이 이어져 책장이 넘어가는 게 아쉬울 정도였다. 태어나면서부터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살아 온 입장에서 마르크스가 분석한 시선은 생경하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그동안 공산주의 창시자라는 이미지 때문에 그를 비난했던 것이 미안하다는 마음이 들 정도로, 인간을 향한 그의 분석은 지금 이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고 따뜻했다.

우리는 보통 5,000원짜리 커피 한 잔을 사고 돈을 내어주지만, 그 이면에 숨겨진 농부의 땀이나 바리스타의 노고까지는 보지 못한다. 사람과 사람은 사라지고 물건과 숫자만 만나는 이 '물신숭배'의 현상은 결국 우리 자신에게도 가격표를 매기게 했다. 면접장에서 "희망 연봉은 4,000만 원입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존엄한 인간은 1년에 4,000만 원짜리 상품으로 전락하고 돈이 주인이 된다. 내가 내 노동력을 팔아 돈을 벌지만, 그 과정에서 나를 긍정하기보다 부정하며 자유로운 에너지를 잃어가는 '소외'의 상태가 자본주의의 민낯임을 이 책은 담담히 짚어준다.

특히 우리 부모 세대가 입버릇처럼 하시던 "열심히 하면 된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왜 지금 세대에게는 통하지 않는지도 명확해졌다. 피케티가 말하듯 자본이 돈을 버는 속도가 노동으로 돈을 버는 속도를 앞지르는 것이 인류 역사의 일반적인 모습이었다.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었던 부모 세대의 경험은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전후 복구를 위한 일시적이고 이례적인 '역사적 예외'였을 뿐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지금의 젊은 세대들이 삼포, 사포 세대가 된 것은 그들이 나약해서가 아니라, 세상이 다시 원래의 기울어진 게임판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씁쓸하면서도 새롭게 다가왔다.

결국 이 게임의 끝에서 만난 톨스토이의 질문은 피할 길이 없다. 평생 더 많은 땅을 가지려 질주했지만 결국 차지한 건 6피트의 무덤뿐이었던 파홈, 사회적 성공을 다 이뤘지만 죽음 앞에서 자기 삶이 가짜였음을 깨닫는 이반 일리치. 그들이 놓친 것은 바로 '진짜 내 삶'이었다. 저자는 "시간은 돈이다"라는 격언을 뒤집어 "돈은 시간이다"라고 선언한다. 30만 원짜리 가방을 살 때 지불하는 것은 종이가 아니라, 그 돈을 벌기 위해 바친 내 생명의 이틀이다. 돈을 벌기 위해 시간을 팔고, 그 돈으로 시간을 아끼는 물건을 사고, 다시 그 시간으로 돈을 벌러 나가는 무한 굴레 속에서 우리는 가장 비싼 우리의 '삶'을 헐값에 내던지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당장 내일 아침에도 우리는 스스로를 팔러 나가야 하는 현실이다. 헐값에 내 시간을 팔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 답답하기도 하지만, 저자는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결코 같은 삶이 아니라고 말한다.

내 몸에 붙은 가격표를 인지하는 것, 그리고 내 삶이 돈보다 훨씬 비싸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중심을 잡기에 충분할 것 같다. 이 책은 자본주의라는 익숙한 시스템의 이면을 들여다보게 하며, 경제의 역사와 원리에 대해 더 큰 호기심을 갖게 해주었다. 내가 무엇을 기준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할까. 자본주의를 벗어날 수는 없겠지만, 그 안에서 무작정 따라가기보다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보려는 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남는다. 이 책은 단순히 경제를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금의 내 삶을 다시 생각해보게 만드는 기록으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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