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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은 꼭 읽어야 할 20세기 세계사 - 세계를 바꾼 결정적 장면들
이영숙 지음 / 블랙피쉬 / 2026년 2월
평점 :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주관적 리뷰입니다.
요즘 뉴스만 켜면 중동에서 벌어지는 충돌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소식, 미국이 이란의 주요 기지를 공격했다는 보도, 그리고 민간인 피해를 두고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이야기까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는 국제 정세를 보며 세계가 얼마나 복잡하게 얽혀 있는지 새삼 실감하게 된다. 그런 와중에 이영숙 작가의 새로운 세계사 책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예전에 읽었던 《식탁 위의 세계사》를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 있어, 이 저자의 책이라면 이번에도 믿고 읽어볼 수 있겠다는 기대가 생겼다.
이 책은 독특한 방식으로 20세기 세계사를 풀어낸다. 먼저 한 장의 사진을 보여주고, 그 사진 속 장면이 어떤 역사적 사건과 연결되는지를 설명하는 방식이다. 사진이 먼저 제시되다 보니 장면이 머릿속에 또렷하게 남고, 그 사진을 떠올릴 때마다 관련된 역사적 상황이 함께 연상된다. 덕분에 사건의 흐름이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하나의 장면처럼 기억되는 느낌이다. 책에는 20세기 역사 속 주요 사건들이 스무 장의 사진과 함께 소개되어 있는데, 저자는 사건을 단순히 중요도 순으로 배열하기보다는 독자가 생각해 볼 만한 역사들을 중심으로 구성했다고 말한다.
특히 인상 깊었던 장은 ‘이란 혁명’을 다룬 부분이었다. 이란이 중동 국가 가운데 가장 먼저 원유가 발견된 나라라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되었고, 팔레비 왕조와 호메이니, 백색혁명, 샤트 알 아랍 분쟁, 그리고 최근의 히잡 시위까지 이어지는 이란 현대사의 흐름을 한 장의 이야기 속에서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또한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미국이 호메이니 정권을 견제하기 위해 이라크를 지원했다는 설명을 읽으며 오늘날 이어지고 있는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단순히 최근의 문제가 아니라 오랜 역사적 맥락 속에서 형성된 것임을 생각하게 되었다.
르완다 대학살을 다룬 장도 충격적이었다. 식민지 통치를 쉽게 하기 위해 강대국들이 같은 나라 안의 민족 사이에 갈등의 씨앗을 뿌려 놓았고, 그 결과 100일 동안 8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서로를 죽이는 참극이 벌어졌다. 강대국의 정치적 판단이 약소국에 얼마나 깊은 상처를 남길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였다.
반대로 평화를 위해 용기 있는 결단을 내린 지도자들의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이집트의 사다트 대통령과 이스라엘의 라빈 총리는 민족과 국가의 미래를 위해 협상 테이블에 나오는 결단을 내렸지만, 결국 과격한 자국민에게 암살당하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았다. 역사를 들여다볼수록 사람들의 생각과 가치관을 바꾸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리고 평화를 이루기 위해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한지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고르바초프와 레이건 대통령이 함께 웃고 있는 저 사진이 더욱 귀하게 느껴진다.
수많은 세계사 책 가운데 왜 하필 20세기 세계사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마도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국제 정세와 가장 가까운 시기이면서,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문제들이 시작된 시대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뉴스 속에서 스쳐 지나가던 나라 이름과 분쟁의 배경이 조금씩 맥락을 얻기 시작한다. 과거를 이해할 때 현재가 보인다는 말이 왜 나왔는지, 그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