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어리 퀸
캐서린 머독 지음, 나선숙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열다섯 살인 아이들은 하루의 대부분을 학교에서 보내고 집에 와서도 학원을 전전긍긍하며 하루를 보낸다. 학생이라는 신분, 공부를 우선시해야 하는 입장에서 집안 일은 뒷전이 될 수 밖에 없다.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때야 먹고 살기바빠 학교공부보다 집안 일을 거들어 주는 것이 더 중요했지만, 지금은 시대가 바뀐만큼 상상하기 힘든 일이 되어버렸다. 학교를 열심히 다녀야 할 아이가 집안 일을 거들어 준다고 학교 시험을 못봤다면...시험을 못 본 이유가 아버지가 농장일을 하다 다쳐 더이상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어쩔 수 없겠지만, 그녀에게는 엄마도 있고, 두 명의 오빠도, 그리고 남동생도 있다. 그런데 왜 그녀가 농장일을 맡아 해야할까?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인데도 그녀는 묵묵히 말없이 아빠가 해야할 일들을 도맡아 하고 있다. 매일 젖소들에게 여물을 주고, 소젖을 짜고 우리를 청소해야 하는 그 외에도 해야 할 일이 많은데, 누구하나 거들어 주는 사람이 없다.

남자들도 힘든 일은 여자 혼자 하고 있는 것이다.

그 힘든 일을...

나같으면 불평과 불만이 가득할 것이고, 언제 끝날 지 모르는 이 일에 도피처를 찾을 것인데도 불구하고, 데어리 퀸의 주인공인 디제이 슈웽크는 군소리없이 이른 새벽부터 저녁까지 일을 한다.

 

물론 그녀의 아빠가 퇴비를 주다 다치는 일이 없었다면 상황이 달라졌겠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니 어쩔 수 없을 것이고, 그녀의 두 오빠는 멋진 풋볼 선수로 생활을 하고 있다. 두 오빠도 아빠와의 한 판을 벌인 후 집을 나갔기에 서로 연락도 하지 않고 산다. 오빠보다 아빠편에 설 수 밖에 없는 디제이 또한 오빠들과 전화 한 통 걸지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야구 선수생활을 하는 남동생인 커티스가 가끔 농장일을 도와줄 뿐이다.

디제이는 농장 일을 해야 하기때문에 영어 시험에 낙제 점수를 받았다. 그녀가 영어 공부를 못해서가 아니라 시험을 못 봤기 때문이다. 영어에 낙제점수를 받았으니 학교 졸업은 고사하고 낙제자로 찍혀 있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디제이는 이 또한 받아들이며 오늘도 농장 일을 하는데 온통 신경을 쓸 뿐이다. 그렇지 않으면 아빠의 호통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니말이다.

 

그런 그녀의 삶에 변화를 예고하는 사람이 등장한다. 바로 브라이언 넬슨이다.

그는 디제이와 같은 학년이지만, 홀리 고등학교 풋볼 팀의 멤버다. 레드밴드와 홀리 팀은 로미오와 줄리엣 집안과 흡사하듯 서로를 마땅찮게 여긴다.

레드밴드에서 활동했던 디제이의 오빠는 안타깝게도 홀리팀과의 경기에서 패한 불명예를 안고 있기에 홀리 팀의 멤버인 브라이언은 그리 반가운 존재가 아니다.

그런 그가 디제이의 농장일을 도와주러 온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아닌 그의 입에서  "너는 죽어가는 암소같다."라는 말을 듣게 된다.

충격적인 말 한마디에 그녀는 생각을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세상 모든 사람들이 암소같아.

'암소같다' 즉 모든 사람들이 불평없이 혹은 자기가 뭘 하고 있는지 깨닫지 못한체 죽을 때까지 습관처럼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식료품을 정리하고, 자동차를 팔고, 학교에서 가르치고, 아이들을 키우고...어쩌면 산다는 게 그런 것은 아닐까.

브라이언의 그 충격적인 말 한마디로인해 디제이는 자신이 진정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한다.

그녀가 진정 원하는 건 트레이너가 아닌 풋볼선수로 뛰는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알고 나니 비로소 자유로와지는 것같다.

 

이제 그녀는 농장일을 하면서 풋볼 선수가 되기 위한 방법들을 찾는다.

목표를 향한 그녀의 혼신의 힘은 칠흑같은 어두움이 사라지며 밝은 빛이 찾아오듯 걸림돌이 하나 둘씩 치워지는 것같다.

가족들간의 문제, 브라이언과의 관계, 절친했던 친구인 앰머와의 문제, 그리고 필드 위의 풋볼 선수로 서기까지의 문제들...

 

한 농장의 소녀인 디제이의 이야기인 <데어리 퀸>은 성장 소설 중의 하나다.

톡톡튀는 글체지만 그녀의 말투는 전혀 그렇지 않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씨에 말투는 부드럽기만하다. 그녀는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존재로 부각된다. 그런 그녀 앞에 장애가 될 것만 같은 농장의 일상 속에 호감을 갖고 있던 브라이언의 충격적인 말 한마디 그리고 풋볼선수를 한다면 불호령이 떨어질 것 같은 아버지의 반응...그녀는 결코 좋지 않은 상황에서 그녀가 진정 원하는 길을 선택한다. 그리고 물러섬이 없다.

 

그녀와 함께 해 본 생각들 그리고 필드위에서 그녀의 멋진 활약은 글로 대신 느껴야 하는 아쉬운 장면들이 아닐 수 없다. 일기형식으로 쓴 그녀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책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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