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BL] 달을 삼키다 1권 [BL] 달을 삼키다 1
김윤슬 / 페르마타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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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서 알파와 오메가로 구분되는 세계관으로 차원이동하는 이야기입니다. 어려운 현실속에서도 건실하게 살려고 노력하던 대연은 여행을 왔다가 태풍에 휘말립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깊은 산속으로 그곳에서 악마같은 두 사람, 강기와 리암을 만나게 됩니다. 눈앞에서 사람을 죽이는 그들에게 겨우 도망친 대연은 자신이 있는곳이 현대가 아닌 알파와 오메가, 그리고 베타로 나뉜 세계인 것을 알게됩니다.  베타로 내몰려 위험에 처한 대연을 구해준 남매 에녹과 아모르. 대연은 그들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려고 했지만... 하필이면 그곳은 자신이 겨우 도망쳐 나온 리암과 강기의 저택이었습니다.

 

소설 속 세계관이 너무 잔혹했는데 상위인간인 우성 알파와 오메가가 세상을 지배하고 열성 알파와 오메가, 그리고 베타는 하위계층으로 살아갑니다. 그중에서도 베타는 희귀한 개체로 우성들의 장난감 취급을 받게 되고요ㅠㅠ 1권에서는 주인공들 우성 알파인 리암과 우성 오메가인 강기가 얼마나 정상이 아닌지와 그들의 관계, 그리고 베타에게 잔혹한 세계를 설명해주는듯한 권이었습니다. 특히 베타의 인권..어디로 가나요...ㅠㅠ... 마지막에는 대연이 죽기살기로 겨우시 도망친 리암과 강기에게 허무하게도 자신의 발로 찾아가게되는데 인생의 아이러니랄지...어쩌면  운명이었을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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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과 물 배수아 컬렉션
배수아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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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선명하게 다가오는 이미지들과는 달리 이야기는 낮설다. <뱀과 물>의 첫 이야기를 한장, 그리고 또다시 한장씩 넘겨 덮을때마다 기묘한 물음표가 머리 속에 가득차는 느낌이었다. 잘 모르는 인상파 화가의 미술전에 들어온 것처럼 아득한 머리통으로 애써 이해하려고 문장을 헤집어 한글자 한글자 기워읽었다. 트럭과 노송나무, '눈 아이'와 빨치산 소녀의 사진, 유원지에 버려진 아이, 분실물센터 같은 미아센터, 여자 심리학자와 기묘한 대화, 결국 또다시 트럭으로 귀결한다. 읽어갈수록 낮모를 장면들만 머리에 박혔다. 골치가 아파왔지만 무언가가 잡힐듯 말듯한 이야기의 매력에 손은 자연스레 페이지를 넘긴다. 그리고 마침내, 마지막 장에 도달한 내가 그를  덮었을때 굳이 지금 내가 읽고 있는 부분이 환상인지 현실인지 꿈인지 구분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곧바로 첫장으로 돌아가 다시 읽었다. 


 서커스 눈표범 조련사인 아버지를 찾아 스키타이족의 무덤에 도달한 소녀와 친구였던 얼이, 그리고 어머니와 여동생의 죽음 이후 얼이의 어머니처럼 미친년이 된 소녀와  키큰 소녀와 그의 친구 라우진, 그리고 스키타이족의 무덤을 떠나 노인 울라에서 눈먼 소녀와 만난 소녀, 그리고 집을 떠나 병에 걸린 엄마를 둔 소녀와 자매가 되는 소녀, 기억을 잃고 전학생으로 학교로 찾아가는 소녀 김길라와 꿈에서 깨어난 여선생 김길라, 마지막으로 할머니의 장례식을 찾아가는 손녀인 소녀.

 

 참 어렵다. 어느 한 이야기도 쉬운 이야기가 없었다. 그저 뒤집어지고 또다시 뒤집어진다. 현실과 꿈, 그리고 환상이 서로가 서로를 타고 기어올라 무언가의형태를 만들어내고 나는 그것을 알고 싶은 마음에 계속 들여다보고 또는 더듬어보지만 그의 한자락도 명확히 알지못한 채로 또다시 다음장으로 넘어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에 다달랐을때 무언가 깨달아지는 것이 있다.  제목으로 이들을 구분하는 것은 의미없다. '나', 그리고 소녀들은 서로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마술사가 알려준 어린 여자아이를 잡아간다는 악령 이야기로 소녀들은 남장을 하고 일곱살까지는 남자애지만 이후에는 여자애가 된다. 그리고, 현실과 유리된 망상의 꿈을 꾼다. 그런 소녀들의 이야기이다.

 

 그중에서도 <눈 속에서 불타기 전 아이는 어떤 꿈을 꾸었나>와 <노인 울라에서>, 그리고 <1979>와 <뱀과 물>이 가장 묵직하게 마음에 가라앉는다.


 <눈 속에서 불타기 전 아이는 어떤 꿈을 꾸었나>와 <노인 울라에서>는 서로 연결된다. 화형당한 소녀 '눈 아이'를 읽던 나, '눈 아이'는 유원지에서 잃어버린 아버지를 찾으러 스키타이족의 무덤으로 향한다. 이후 어머니를 찾아다니는 눈먼소녀 '눈 아이'와 아버지를 찾기위에 스키타이족의 무덤에서 노인 울라까지 도달한 '눈 아이'는 노인 울라에서 만난다. 그들이 사령관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눈먼소녀는 매일 조금씩 성장하고 사령관이 돌아온 날 밤에는 거의 '나'의 어머니처럼도 보일정도로 완연한 성숙의 모습이다. 그리고 마지막 눈먼소녀가 처형대에서 눈먼소녀의 죽음을 보면서 두 사람, 세 사람의 '눈 아이'는 서로 완연히 겹쳐진다.  나쁜 여왕이 어린 여자아이의 눈에 아네모네즙을 짜넣어 눈멀게 한다음 젖 짜는 소녀로 키우기 때문에 일곱살 생일까지 사내아이처럼 살아가는 소녀. 일곱살이 지나면 여자아이로 돌아가는 소녀. 살아있는 '눈 아이'는 아버지가 읽어주었던 책의 '눈 아이'처럼 처형당해 죽은 '눈 아이'의 떨어진 붉은 리본을 주워 머리에 묶은 뒤 그곳에서 떠난다. 동시에 머릿속에 배경처럼 울리는 아버지의 말처럼, 그리고 눈먼 소녀가 보여준 것과 같은, 그리고 나머지 두 사람의 '눈 아이'는 더이상 향유할 수 없는 미래의, 그리고 미지의 여자아이로서의 삶으로 향한다. '눈 아이'는 나머지 두 '눈 아이' 가 맺은 결말과 달리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다른 결말로 나아갈 것이다.


 <뱀과 물>은 위의 경우와 또 다르다. <뱀과 물>의 여교사와 전학생이 전혀 다른 존재인 것처럼 보이지만 마지막에 이르러 한명으로 겹쳐진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여교사는 그들과 달리 이미 성장한 어른이라는 점에서 다르다. 그러나, 그 성장은 불완전하다. 기억을 잃은 전학생 '김길라'는 언덕길과 오두막집을 지나쳐 그림자같이 걸어 학교의 여선생 '김길라'를 찾아가지만 그들은 서로 만나지 못한채 그저 남은 자취를 더듬는다. 때문에 세 명의 '눈 아이'들과 달리 서로 화합하지 못한다. 소녀가 떠날 때까지 여교사는 깨어나지 못한채 '뱀과 물'의 꿈 속에서 괴로움의 근원, '황소 마스크' 아래의 맨얼굴을 마주하지 못한다. 그녀는 끝없이 회피하며 그를 외면하기위해 끔찍한 일도 서슴없이 하려 한다. 악몽에서 깨어난 후에도 영영 만나지 못할 수도 있는 전학생 '김길라', 그리고 늙은 '길길라'와 마주하는 여선생 '김길라'의 자아는 분열되고 엉망으로 뒤엉켜 결국 끊어진 수화기 앞에서 방황한다. '그렇다면 어디로?' 덮어둔 상처는 아물지 못하고, 깨어지고 분열된 자아의 끝에는 나아갈 길이 없다. <1979>도 마찬가지다. <1979>에서 교사는 아내와 아이가 있는 인물로 가끔 남동생과 전화를 하며 최근에 별장을 사서 반 학생들과 나들이를 간다. 교사는 12살이지만 큰 키와 성숙한 몸으로 성인여성으로 오인받는 키큰소녀가 눈에 걸려 함께 가려하면서 또다른 반 학생이자 자신이 남자아이라고 생각했더 '라우진'을 알게된다. 그리고 두 사람을 쫒다 길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곳에 도달하게 된다. 입안을 파고드는 사탕의 단맛, 그리고 모든 것이 깨어진후 수화기에서 들려오는 혼선된 목소리는 교사가 키큰소녀이며 라우진이고, 가족들이 그리고 그 자신 또한 과거형으로 부르는 남동생마저도 교사 그 자신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도 결국 자신의 자아를 결속시키진 못한 채로 성장한 것이 아닌가.   


 <고도를 기다리며>,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은 고도를 기다린다. '고도를 기다려야지. 참 그렇지.' 그들은 계속해서 고도를 기다리고, 기다린다. 오직 그뿐인 극이다. 고도의 의미는 그 누구도 모르기에 고도는 매번 새롭게 느껴지고 또 다르게 느껴진다. 각각 고도를 빵이라거나 희망이라거나 신이라고 해석했던 것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도는 고도다. <뱀과 물>도 마찬가지다. 소녀들의 이야기는 꿈처럼도 느껴지고 망상이나 환상 같기도 하다. 혹은 그저 익숙한 우리의 현실일뿐일 수도 있다. <뱀과 물>은 보호받지 못한 소녀들의 이야기로서 표지의 그림처럼 어둡고 흐린 경계 사이로 소녀들은 불분명한 형태로서 부조리한 현실과 망상을 드나든다.

 

'어린시절은 망상이예요. 자신이 어린 시절을 가졌다는 믿음은 망상이에요. 우리는 이미 성인인 채로 언제나 바로 조금 전에 태어나 지금 이 순간을 살 뿐이니까요. 그러므로 모든 기억은 망상이어요. 모든 미래도 망상이 될 거예요. 어린아이들은 모두 우리의 망상 속에서 누런 개처럼 돌아다니는 유령입니다.'  <1979>, 94p

 

  '아이들은 보호받으며 자란다.'라는 일반의 믿음이 망상이라고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보호자가 없는 현실에서 어린아이들의 삶이란 존재할 수 없이 고된 시련과 수행을 거쳐가는 방패없는 삶이란 것을. 소설 속 소녀들은  보호자의 부재 속에서 무수한 위협을 당한다. 처형당하기도 하며, 희롱과 추행을 당하기도 한다. 그 과정 속에서 그들은 결국 미친년이 되기도 하고 교사나 여선생처럼 자아를 확립하지 못한채 방황하기도 한다. 그러나, 언젠가 불완전한 소녀들은 성장할 것이다. 어쩌면 훌륭한 우체국 직원이 될 수 있을수도 있다. 혹은 승려가. 그 앞에는 알 수 없는  많은 직업과 생애가, 아이의 발 밑에 여러 갈래의 삶의 작대기로서 그여져 있을테니까. 부디 '눈 아이'의 끝이 갈 곳을, 나아갈 곳을 잃은 '김길라'와 같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김길라'의 삶도 그녀를 헤집는 뱀과 물의 악몽과 끊어진 수화기가 마지막이 아니길 바란다. 어쩌면 내 감상이 코끼리 다리를 더듬고 있는지도 모른다. 실제로 작가가 말하고 싶은 내용과는 동떨어진 '오독'에 불과할 뿐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다. 소설의 음습한 분위기가, 매력적인 글귀가. '꿈은 직관의 일종', 그 형태없는 직관이 사람의 마음을 끌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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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세트] 만월의 아스모데우스 (총3권/완결)
광승은 / 동아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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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월의 아스모데우스, 요즘의 로판 제목처럼 내용을 바로 알 수 있고 한눈에 휙 끌리는 제목이 아니라 잘 모르고 구매 못할 뻔했는데 그랬다면 정말 아쉬웠을 정도로 내용이 정말 매력적입니다. 다행이 나오기전부터 입소문이 좋기도 하고 그보다 남주의 키워드 중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지지도 않고 구매하는 키워드가 있어서 구매했는데 생각보다 더 잘쓰인 소설이라 만족하며 읽었습니다.

 초반에 여주의 주변, 특히 가족 같지도 않은 가족들 때문에 짜증났지만 그것도 잠시 외국 로맨스 영화를 보는 것 같은 필력에 끌려 한순간에 끝까지 읽었네요. 마을의 숨막히는 텃세, 왠지 모를 불안감과 피부에 달라붙는듯한 불쾌함, 그리고 음습한 분위기 묘사가 최고였습니다. 타로부분에서는 진짜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것 같았어요. 남주가 한 집착하는데 그 집착이 묘하게 현실적으로 표현되서 살짝 무섭기도하고 이게 바로 로맨스릴러인가 생각도 들었지만 남주가 동정에 연하에 잘생겨서 품었습니다. 영앤리치핸썸앤동정인데 뭐 어떻습니까.

 마지막 결말이 호불호가 갈리는듯하지만 연기하는 남주를 보니 자길 떠나지 못하는 여주가 만족스러운 것 같아 저는 괜찮았습니다. 회복되는듯한 암시도 있으니 나중에 외전으로 나름 달달한 두사람의 이야기를 보고 싶네요. 2부도 연재된다고 들었는데 기대하고 있습니다. 빨리 이북으로 구매하고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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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까지만의 연인 - BB코믹스
쟈노메 지음, 이지나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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쟈노메님 책은 처음이었지만 정말 만족스럽게 봤습니다.

 

 첫페이지에서의 이토이를 보고 의심하게 되지만 의외로 서툰 모습을 보고 궁금해하게 되고 또 정체가 밝혀지면서 마음이 풀어지지만 또 통금이 아니라는 말에 덜컥하게되는 긴장감으로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눈을 돌릴 수 없었습니다. 연인의 첫 위기는 이토이의 비밀 때문이었지만 두번째 위기는 지금까지의 연애로 잔뜩 겁먹은 타이라로 인해 찾아왔는데 각자에게 첫연애는 아니지만 첫사랑을 하게 된 두사람이 한번씩 주고 받으며 단단한 사랑을 다지게 된 것 같아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누구라도 상관없었던 그저 타이라가 다정해보여서 사귀자고 했었던 이토이가 어느새 타이라를 좋아하게 되서 지금까지의 연애와 달리 자기가 스스로 8시가 넘어도 돌아가기 싫다고 잡아줬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 것이 너무 사랑스러웠어요. 지금까지의 연인들과 오래가지 못했기 때문에 좋아하게 된 이후, 오지않을 끝에 겁먹어 실수해버린, 그런 겁많은 타이라를 마지막에 끌어당기는 쪽이 이토이란게 또 멋지네요. 어른스러운 사람이 좋다고 했지만 어른스러운척하지만 사실은 겁많고 어설픈 하지만 다정한 타이라를 사랑하게 되버린거겠죠. 타이라도 이토이도 순수하면서 다정해서 마지막에 두사람이 결혼하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해봤습니다.

 

 작가님이 사랑스러운 표정을 정말 잘 그려내시는 것 같아요. 보는 것만으로 마음 한쪽이 간질간질거렸는데 예쁜 그림이 작아서 너무 아쉬웠어요ㅠㅠ 다음에는 크게크게 그려주시길! 작가님의 다음권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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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평화 1~4 세트 - 전4권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레프 톨스토이 지음, 박형규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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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는 러시아의 한 귀족 사교계에서 시작한다. 드루베츠카야 공작부인은 자신의 외아들을 근위대에 넣기 위해 바실리 공작에게 애원하고 야회에 모인 사람들은 나폴레옹과 앙기앵 공의 처형에 대해 논하면서 그들의 작은 세계를 침투하는 전쟁의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안드레이와 피예르, 그리고 나타샤를 주축으로  셀 수 없는 인물들이 나오고 전쟁의 시대에서 각자의 선택을 통해 스스로의 삶을 살아간다. 

 

 피예르와 안드레이는 여러모로 대칭점에 서 있는 인물이다. 이는 소설의 첫부분인 안나 파블로브나의 연회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여제 시대때 고관으로 활동한 베주호프 백작의 아들로서 명문가의 혈통임에도 불구하고 다소 뚱뚱하고 묵직한 몸집의 피예르는 외적으로도 매력적이지 않으며 더욱이 백작의 서자, 즉 적자로 인정 받지 못하는 사생아라는 신분은 그의 사교계에서의 매력을 더욱 반감시킨다. 때문에 야회 주최자인 안나 파블로브나는 살롱의 가장 낮은 계급의 인사로 그를 맞이하고 그가 무례한 행동을 할까 두려워하며 감시한다. 반면에 안드레이는 이미 작위를 물려받은  젊은 공작으로서 자신이 만족하지 못할지언정 매력적이고 사랑스러운 아내가 있으며 동시에 그 자신의 외견도 훌륭하고 귀족적이다. 그는 야회에서 앙기앵공을 처형한 나폴레옹을 칭송하여 곤란을 겪고 있는 피예르를 두둔하고 옹호하며 논란을 마무리한다. 그러나 외모와 사교계의 영향력이 극과 극인 이 두 사람은 친구이며 시대의 영웅 '나폴레옹'을 동경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결국 그들은 다른 방식으로 전쟁터로 향한다.


" 이  드높고 끝없는 하늘에 흘러가는 구름은 전혀 다르다. 왜 나는 전에 이 드높은 하늘을 보지 못했을끼? 그러나 이제라도 깨달았으니 나는 얼마나 행복한가. 그렇다! 모두 허무하다. 모두 거짓이다. 이 끝없는 하늘 외에는. 그러나 이 하늘마저도 없다, 아무것도 없다, 정적과 평안 외에는. 그것으로 좋은 것이다!...."

 

 사령관의 부관으로서 전쟁에 참여한 안드레이는 오히려 전쟁속에서 활기를 되찾는다. 러시아 군에게 위험이 들이닥칠 것이라는 소식을 들은 그는 과거 툴롱에서의 나폴레옹처럼 오히려 그 자신이 그런 아군을 구출하는 사명을 받은 영웅을 꿈꾸나 전장의 실상과 마주하고 기대와 동떨어진 현실에 우울해한다. 그는 오랫동안 툴롱, 그가 영웅이 되어 얻을 승리에 대해 열망하고 고대했으나 결국 부상을 입고 전장의 한복판에서 쓰러진 채 오직 머리 위의 드높은 하늘을 보며 전쟁의 허무와 거짓에 대해 깨닫는다. 프랑스의 포로가 된 안드레이는 이전까지 그가 영웅으로 추앙했던 나폴레옹의 눈을 보며 위대함의 부질없음을 깨닫고 그의 마음을 온통 불태웠던 오만과 허영된 공명심을 내려놓고서 과거의 조용했던 생활과 평온한 가정의 행복을 떠올리며 그리워한다. 

 

하고싶지 않은 사람들이 결행한 무서운 살인을 본 순간부터 피예르의 마음 속에서는 모든 것을 지탱하고 살아 있다고 여겨지게 하던 용수철이 갑자기 빠져나가 모든 것이 무의미한 쓰레깃더미가 되어버린 것 같았다. 그 자신은 뚜렷이 의식하진 못했지만 세상의 개선에 대한 믿음도, 인간도, 자신의 영혼도, 신도 붕괴되어버렸다.


 군인으로 곧바로 전장으로 향한 안드레이와 달리 개인으로서 늦은 전장을 경험한다. 유언장의 개봉과 동시에 갑작스레 적자로 인정 받아 부친의 막대한 유산을 얻게된 피예르는 화제의 중심에 서게되고 귀족들은 예전의 얼굴을 바꾸어 그를 환영한다. 그 중에도 특히 바실리 백작은 그의 딸인 옐렌과 그를 결혼시켜 그에게 돈을 빌리려는 획책을 도모하고 피예르는 오로지 교묘한 상황과 옐렌의 미모에 이끌려 그녀와 결혼한다. 그러나 그의 끝없이 펼쳐질 것 같은 장미빛 미래는 아내의 부정한 소문에 잠시도 머무르지 않고 스쳐간다. 비탄과 증오에 잠식된 그는 격분하여 그 소문의 상대자인 돌로호프에게 결투를 청하고 피예르는 그를 쏘는 것에 성공하여 승리하지만 곧 후회한다. 그는 아내의 정부를 죽인 것에 괴로워하며 아내에 대한 미움과 그 자신의 기만에 대해 고뇌하다 그녀를 떠난다. 그는 좋은 것과 나쁜 것, 사랑과 미움, 삶과 죽음에 대해 끝없는 질문을 던지며 프리메이슨의 형제단에 가담하나 곧 그에도 실망하고 보르디노 전장으로 향한다. 그는 실제 전장의 참혹함, 쏟아지는 총탄과 포화 속에서 죽어가는 병사들을 보고 그 모든 것들에 압도당한다. 지금까지 우상시해왔던 나폴레옹에 대해 분노를 느껴 그를 암살하려 마음 먹지만 결국 모스크바에서 방화범으로 체포되어 수용소에 포로로 수감되게 된다. 그 수용소에서 선량한 농민 플라톤 카라타예프와 만난 피예르는 러시아 민중의 힘을 느낀다.


 잎이 지고 떨어지듯 들뜬 젊은 열정은 전쟁의 포화 속에 으스러지고 오만했던 안드레이와 우둔했던 피예르는 그들이 영웅으로 숭배하던 나폴레옹과 전장에의 명예가 그저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소설은 이 두 사람을 통해 나폴레옹과 플라톤 카라파예프를 대비하면서 나폴레옹을 무조건적인 악으로서 표명하는 것이 아니라 한 인간이 영웅으로 추앙되고 전쟁의 승리자로서 명예를 얻을려는 행위의 위험성을 경계하고 전쟁의 참혹성과 허무함을 설파한다. 

 

  두 사람이 전쟁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면 나타샤는 전쟁 속에서도 일그러지지 않는 평화의 생명력을 보여준다. 그녀는 어린시절 보리스와의 풋사랑을 하기도하고 어느 순간 절대 결혼하지 않고 무용가가 될 것이라며 호언장담하기도 하는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여주는 발랄하고 철없는 소녀이다. 천성적으로 활발한 그녀의 영혼은 안드레이와 아나톨, 그리고 다시 피예르와 사랑을 하면서 성숙하고 충만한 영혼으로 피어난다. 안드레이가 전쟁에서 돌아오는 순간 운명은 얄궂게도 그가 이전까지 쫒아왔던 허영된 전쟁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그의 소중했던 가정을 되찾으려하자 그에게서 아내를 앗아간다. 그는 돌일킬수 없는 죄에 슬퍼하며 아무것도 없는 삶을 살아가려하나 곧 나타샤와 만나게되고 쾌활하고 생기있는 그녀를 통해 생의 희망을 느끼고 동시에 사랑에 빠진다. 나타샤 또한 여러 연회에서 그와 만나며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그러나 안드레이의 아버지가 시작하는 연인들에게 명한 일년간의 유예는 아직 무르고 순진하기 그지없는 나타샤로 하여금 동요하게 만든다. 초조한 마음은 감상적인 마음으로 이어지고 결국 그녀는 아나톨의 유혹에 흔들려 잘못된 선택을 하고 그와 사랑의 도피를 하려다 실패한다. 잘못된 선택의 결과로 안드레이와 나타샤, 두 연인은 깨어진다. 이때까지의 나탸샤는 그저 미성숙한 영혼으로 갈피를 잡지 못하는 부평초와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이후 피난길에서 부상으로 죽어가는 안드레이를 외면하지 않고 용기있는 선택으로 그를 찾아간다. 그에게 간절한 용서를 빌면서 진심으로 간호하는 나타샤는 그전과는 다른 성숙한 영혼으로 변모하고 그녀는 사랑과 기도로서 안드레이를 마지막까지 배웅하고 안드레이는 그런 그녀에 대한 사랑을 다시금 깨달으며 진실된 용서를 한다. 그리고 나타샤는 다시 만난 피예르와 함께 모든 것이 끝난 순간의 새로운 시작을 한다. 새롭고 좋은 것, 그들이 살아있는 동안의 행복을 위하여 나타샤는 풍만한 생명력으로 아이들 낳고 화목한 가정을, 새로운 평화를 이룬다. 

 

 처절하고 비참한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그곳을 살아가는 인간이 있다. 그리고 시대의 인간은 살아가는 동안 끝없이 선택을 한다. <전쟁과 평화>는 그 수많은 선택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서사시이다.  백작부인이 그녀의 친구인 안나 미하일로브나에게 돈을 건네며 서로를 끌어안고 돈에 구애받는 현실에 그리고 서로의 지나간 청춘과 우정을 떠올리며 울고, 자신을 무시하고 차별했던 아버지로 벗어난 것에 기쁨과 동시에 자기혐오를 느끼던 마리야는 자신을 구출해준 니콜라이와 사랑에 빠지며, 죽어가는 안드레이와 재회한 나타샤는 용서와 화해 속에서 따뜻한 이별을 하고 피예르와 가정을 이루고 아이들을 낳아 기른다. 이처럼 사람은 삶을 살아가면서 스스로 선택하고 지나간 선택에 울기도 하며 그 선택들의 갈림길 속에서 깨달음을 얻어 새로이 변하기도 한다. 그렇게  전쟁이 스쳐지나간 상처 위로 아픔을 딛고 또다시 평화를 이루어내며 살아간다.

 

 러시아 문학에는 다수의 등장인물이 등장하고 그들의 다양한 삶의 지향점을 보여주는데 <전쟁과 평화>도 그 예이다. 첫장에서부터 시작되는 이름들의 나열에 책을 덮어 도망가거나 문장이 길어 지루하고 어렵다는 이유로 <전쟁과 평화>뿐만 아니라 러시아 문학 자체를 기피하기도 한다. 나 역시도 처음에는 그랬다. 그러나 한장 한장 사람들의 물결에 따라 페이지를 넘기다보면 가여운 공포증은 부지불식간에 해결되고 책 속의 흐름에 빠져 그들의 '삶'을 읽어낼 수 있다. 고정된 인물이 아니라 살아숨쉬며 변화하고 약동하는 인물의 면면이다. 일명 나폴레옹 전투라 불려지는 1805년의 아우스터리츠 전투부터 1812년의 조국전쟁을 거쳐 1820년까지의 거의 15년에 걸친 거대한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매몰된 인간 개개인을 주목함으로서 역으로 당대 러시아와 시대의 고통, 그리고 그 시대를 살아가는 민중들의 삶의 의미를 담아내었다. 나는 그래서 오늘도 또다시 <전쟁과 평화>의 페이지를 넘기며  그들의 충만한 영혼의 기록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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