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봉로망 - 좋은 소설이 가득한 곳

오 봉 로망
로랑스 코세 지음, 이세진 옮김 / 예담 / 2015년 10월

 퇴근후 종종 서점에 들러 읽고싶은 책들을 찜해둔다. 그때 표지가 마음에 들면 한번더 책을 들여다 보고 관심을 두는데 두께가있어 무거우면 우선순위에서 밀어낸다. 대부분 출퇴근길에 책을 읽기 때문에 가지고 다니려면 가벼운것이 좋아서다. 하지만 꼭 읽고싶은 책은 예외란 없다. 이책든 표지가 참 예쁘다. 그리고 좋은 소설이 있는 곳이라는 뜻의 오 봉 로망의 제목때문에 너무 읽고 싶었다. 하지만 두께감에 흠짓했다. 집에서만 읽어야겠군 하면서 말이다.

프란체스카와 이방은 오로지 좋은 소설만 파는 서점을 연다. 좋은소설조직위원회를 조직하고 좋은 소설을 추천받아 가득 채운다. 어쩌면 책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특히, 소설 매니아라면 이런 서점은 파라다이스같을 것이다. 언젠가, 누군가 이런 서점을 열어준다면 기꺼이 월급의 절반을 포기해서라도 책을 사서 읽고싶다. 좋은 소설에 대해 아직도 아는것이 없고, 결정장애를 가진 사람으로 이런 서점은 요술램프 지니와 다를바 없다.

위대한 작가들에게 좋은 소설을 추천받고, 신간이라고 요란한 광고같은것은 없는 오래되고 유익한 고전문학들이 채워지고, 숨은 보석같은 작품들로 채워져 사람들의 지지와 환호를 받게 된다. 그러나 언제나 양면의 이치가 있듯 좋은것엔 싫은것도 생긴다. 대형서점들과 좋은 소설에 선정되지 못한 출판사들의 항의가 이어지고 좋은 책의 기준은 무엇인지 작가는 누구인지 등등에 대해 요란한 시기와 간섭을 받고 결국엔 알수없는 테러같은  비참한 일들이 일어난다.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을것이다. 과연 좋은 소설,명작, 훌륭한 작가라는 기준이 무엇인지 나도 늘 궁금하다. 그저 내가 읽고 싶고, 읽고나서 느끼는 감정이 좋고, 변화가 일어난다면 좋은 소설이 아닐까 라는 가이드라인만 있을뿐이다. 그리고 별로라는 소설의 느낌도 본능적으로 있다. 내가 좋은걸 남이 좋아하는경우는 많지 않지만 내가 싫은건 남들도 싫은경우가 많으니까 말이다. 아닐수도 있지만.. 어찌되었든 오 봉 로망의 비판이 커지면서 프란체스카 역시 반박하지 않을수 없었다. 무의미한 책, 개성없고 한번웃고 말 책엔 관심도 없고, 장례식 다음날에도 읽을수 있는 책, 잠들지 못하는 밤, 환영을 떨치고싶은 그런 밤에 읽을 책을 원할 뿐이라고 한다. 아마도 아이를 잃은 슬픔을 소설로 이겨내고 삶의 의미를 찾게 해 주었기에 많은 이들이 자신처럼 좋은 소설로 위로를 받고 고통을 이겨내길 바라는 마음이 깔려 있었을 것이다.

오봉로망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프란체스카의 주변인물들이다. 그리고 오봉로망같은 컨셉의 서점들이 생겨나면서 사그러지는 촛불처럼 프란체스카도 서점도 안타깝게 끝나고 만다. 이방과 프란체스카의 사랑도 마찬가지이고 말이다.

소설을 읽는 것도 인생을 배우는 하나의 방법이라는 문구가 기억에 남는다. 쉽게는 지식을 습득할수 있고, 때로는 마음의 상처도 치료받게 된다. 책에대한, 나라의 특성등에 대한 배경지식이 풍부한 사람이라면 이책이 무척 재미있게 느껴질것같다. 나는 아직 부족한것이 많아 이 책속에 나오는 목록을 모두다 알지도 못하고 읽어보지 못했지만 경험했었더라면 좋았을걸 하고 느꼈다. 좋은소설에 대한 기준이 있다면 혹은 어떤것인지 알고싶다면 한번쯤 읽어봐도 좋을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