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신 말의 목을 베다
황윤 지음, 손광산 그림 / 어드북스(한솜) / 201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참으로 방대한 양이다. 그리고 황윤작가에 대한 존경심이 우러난다.

책 표지 안 쪽 부분에 '이 책은 어른이 읽는 위인전입니다. 재미있게 읽어 주세요.'라는 작가님의 친절한 당부(?)의 말씀도 담겨져 있다. 위인전을 읽어 보았던 게 언제던가? 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설레는 책이다.

보통은 딱딱하고 지루해지기 쉬운 역사 위인전기와 달리 이 책은 소설에 훨씬 가까운 느낌이다. 그렇다고 해서 작가가 역사고증을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그 반대다. 그것이 이 책이 가진 사실적이면서 동시에 쉼 없이 책장을 넘기게 하는 마법과도 같은 매력일 것이다.

사실 난 김유신이 화랑이었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아는 게 거의 없었다.

이 책을 읽어 가면서 그의 출신 배경이 금관가야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작가는 그것을 마치 미국의 가톨릭 아일랜드계인 백인에 비유함으로 이 책의 전개방식이 일반적인 시놉시스의 틀을 깬 신선함이 있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김유신의 부친 김서현과 모친인 만명부인은 서로 출신 성분이 다른 가문이었는데 그들의 로맨스가 현대의 로미오와 줄리엣과 같은 현대의 로멘스에 빗대어졌고 지금의 '동거'라는 개념까지 접목시켜 재미를 더해준다. 확실히 이 책은 어른들을 위해 적절히 맞춰진 사고의 틀을 깬 역사책임에 틀림없다.

김유신과 그의 애인 천관녀의 이야기를 어머니가 아들을 바라보는 시각으로 현재의 부모의 심정과 유사하게 교차시킴으로 세월의 공간을 뛰어넘어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공감대를 형성한다.

이 책의 볼거리중 하나는 책 곳곳에 있는 삽화인데 이 사실적 삽화가 책의 내용들을 더욱 극화시키고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시공간을 초월하여 이야기에 몰입하도록 이끈다.

다음 이 책의 구성을 살펴보면

제 1장은 가야계로 태어났지만 신라의 화랑으로 성장하기까지의 초년기의 김유신을 만나볼 수 있다. 낭비성 전투에서 고구려의 수장과의 일기토는 당시 현장의 긴박감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장면이기도 하다.

제 2장은 편견을 이겨내고 신라의 대장군으로 우뚝 선 그의 중년기 이야기이다.

이 시기는 신라는 선덕여왕이 즉위하고 백제는 의자왕이 즉위했으며 안으로는 신라 진골계에 의한 비담의 난과 밖으로는 백제와 고구려의 침략이 빈번했던 내우외환의 시기였다. 그리고 김유신의 조카이자 그의 누이 문희와 김춘추의 딸인 고타소랑의 죽음을 통하여 김유신과 김춘추의 진짜 동맹이 시작되었던 시기이기도 하다.

이 책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삼국유사>와 <삼국사기>의 기록된 문헌들을 최대한 바탕으로 활용하여 당시의 시대상황을 적절히 표현해내는데 일조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제 3장에서는 김유신에 의해 백제가 멸망하고 삼국이 통일되는 원숙기가 시작된다.

<삼국사기>에 등장하는 황산벌 싸움에서 김유신은 그의 두 조카 반굴과 관창도 아끼지 않고 전장터에서 산화시키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부분은 삽화로 그려져 있는데 그 당시의 두 조카의 아버지와 김유신의 마음이 어땠을까? 조금이나마 느껴본다. 먼 역사 속 이야기지만 김유신의 나라사랑이 얼마나 크고 깊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 책의 275쪽에 보면 김유신은 가야계 출신으로서 신라의 왕을 배출해내게 된다. 재미있는 것은 이런 상황을 2008년 당시 미국의 버락 오바마가 대통령 선거에서 백인인 존 메케인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것과 그 상징성을 같이 표현하고 있다.

마지막 말년기는 고구려의 멸망과 나당전쟁, 그리고 김유신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김유신이 참으로 파란만장한 삶을 산 장수였으며, 그 동안 알지 못했던 비화들과 역사들을 당시의 시대상 속에서 새로운 시각으로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다음은 내 아들이 이 책을 읽을 차례이다. 아들은 역사를 좋아해서 삼국유사와 삼국사기에 관한 내용들도 제법 아는데 이 책을 통해서 그가 바라본 김유신은 어떠할 지 그 피드백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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