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 말라고는 안 했잖아요? - 한국문학 번역가 안톤 허의 내 갈 길 가는 에세이
안톤 허 지음 / 어크로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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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의 일은 결국 사전이 제공하지 못하는 의미를 사전보다 더 정확한 의미를 전달하는 것입니다. 궁극적으로 언어는 불변의 존재가 아니니까요. 그리고 ‘진정한 동족어‘란 기본적으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두 언어의 단어 간의 관계는 그 언어가 아무리 서로 가까워도,
아니 설령 사투리와 표준어 사이에서도 모두 가짜 동족어 관계일 수밖에 없습니다. 한 언어 안에서의 특정한단어가 다른 언어에서 100퍼센트 같은 뜻과 정서적 울림을 가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고로 번역은 단어에서가 아니라 단어 사이의 공간에서 이루어집니다. 의미는포착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열심히 그 방향으로 손짓할수밖에 없는 무엇입니다. 이런 절박한 손짓이 바로 번역입니다. - P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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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태도가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궁금할 때가 있었어요. 백인들이 많이 참석한 파티에서 어느 백인이 저를 자꾸 웨이터로 오해했을 때 그 의문이 해소되었죠.
‘이 사람들은 한국 사람은 다 자기네 하인이고, 우리모두 자기들 시중을 들지 못해 안달이라고 생각하는구나.‘
이게 바로 미국 대사관에서 열린 파티였습니다. - P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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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톤 허 지음 / 어크로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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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보! 박수 쳐주고 싶다! 멋지다! 안톤!

저는 시골에서 올라와 백인들을 돕지 못해 안달하는 ‘겸손한‘ 아시아인이 아닙니다. 특정 권력자들은 제가 그러길 바라지만 저는 그런 포지셔닝을 거부합니다.
겸손을 거부합니다. 지구상에서제일 겸손하지 않은 사람이 되겠습니다. 물론 제가 번역하는 작가들 모두를 사랑하고, 그 어떤 일도 기꺼이 해드립니다만 그들도 한국 사회도 그리고 여기 계신 번역가분들 모두 번역가에대한 혹은 자기 자신에 대한 불신을 버려야 합니다. 저는 어떤 ‘근본적 한국스러움‘이 존재한다는 것을 믿지않고, 그런 것이 존재한다고 믿는 국수주의자들의 말과의견은 더더욱 신뢰하지 않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책을사서 읽는 것도 아닌데 왜 그들의 말에 신경 써야 하나요? 또한 저는 번역가로서 구석에 처박혀 닥치고 있지만은 않을 겁니다. -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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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톤 허 지음 / 어크로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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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요약하면 지식은 번역가에게 해로우며, 지식의해를 최소화하려면 더 많은 지식을 체득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지식을 체득하다 보면 자신이 무지하다는 것을깨닫는 경지에 이르기 때문이죠. 이때 따라오는 회의감과 불안이 좋은 징조인 이유는 무지의 인지는 여러분이더욱 열심히 번역하게끔 독촉하고 배우는 자의 마음가짐을 유지하도록 돕기 때문입니다. - P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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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인다움‘을 굳이 정의한다면 남들이 뭐라고 하든, 실패를 얼마나 반복하는 꿋꿋이 자기가 하고 싶은일에 전념하는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누가 뭐라 한들, 내가 해야 할일이 무엇인지 스스로 확고하면 그만이다. 남들에게서주어지는 정체성 따위엔 신경 쓰지 않는 것이 나를 위해, 번역을 위해 영문학에서 배워야 하는 무엇이 아닌가 생각한다. 누가 불러주어야 꽃이 되는 것이 아니라, 아무도 불러주지 않아도 꽃필 수 있는 자세와 마음가짐. - P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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