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포의 생일파티
최다엘 지음, 정주현 그림 / 책나무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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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지고 초록잎이 나더니 이젠 제법 산들도 초록빛을 띄기 시작했어요. 왠지 자연과 가까워 지고 싶은 요즘이에요♥ 그죠~?

《카카포의 생일파티》는 사라져가는 멸종위기동물들의 동화입니다. 그렇다고해서 그들은 결코 우울해하거나 자신들이 불행하다 여기지 않아요.

이 책을 읽으며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에덴동산같은 곳이, 이 동화 속 세상이 이 세상 어딘가에 있었으면 좋겠단 생각이 정말 간절했습니다.

때묻지 않은 순수한 동물들의 시각으로 쓰인 글은 순우리말과 더해져 정말 어디서도 느껴본적 없는 빛깔(글이라고 하기엔 왠지 설명이 부족한 느낌이 들었어요.)이 만들어 졌습니다. 

 

 

동화 속 친구들.
몸집이 너무 크고 무거워 날 수 없는 앵무새 '카카포',
헤레키노 숲을 찾는 '생명의 밤'이 되면 하얀 꽃가루를 내리는 신령한 달의 아들로서 숲의 아버지라고도 불리는 '카우리나무',
크로노스와 카이로스를 만난 이슬을 먹고 2주간 머물다 떠나는 개똥벌레 '반디',
보석으로부터 생명을 얻은 '버들붕어'의 치어들과 최고의 첼리스트를 꿈꾸는 '어름치',
작은 연못에 살며 바람에게 받은 사랑의 보석을 지키는 수풀 음악단의 오보에 연주가 '어리연꽃',
벌레를 무서워하는 홍학 '따오기'

 


이들은 서로가 그리고 모든 것이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 알기에, 조약돌 하나도 허투로 대하지 않습니다.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다른 이들과 나누며 새로운 생명을 키웁니다. 자신이 희생되는 순간에도른 이의 생명을 위해 나누는 모습은 안쓰러우면서도 아름답기까지 합니다.

 

 

 

 

“너흰 상처가 아프고 부끄럽지도 않니?”
“아파요. 하지만 상처를 숨기지 않고 내보이는 것은 용감한 다슬기만이 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리고 그 상처는 또 다른 누군가의 상처를 돌보며 나을 거고요."


강을 건너 꽃가루를 옮겨야 하는 카카포의 사명은 생각보다 험난합니다.
날 수 있다면 쉬우련만...

하얀 달의 빛이 이울던 그 생명의 시간, 카카포는 카우리나무 위로 성큼성큼 올라갔다. 갭직한 하얀 열매와 아직은 가슬가슬한 꽃가루가 카카포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느루 떨어져 내렸다. 꽃가루를 만난 카카포의 깃털은 바그르르 춤을 추었다. 깃털 사이로 느껴지는 카우리나무의 기운은 참으로 행복했다. 헤레키노 숲의 아버지 곁에는 모든 것을 인내하고, 모든 것을 사랑하며, 마침내 모든 것을 극복한 아름다움이 살고 있는 것만 같았다.

... 그 순간, 숲의 아버지의 거대한 소리가 달빛을 타고 들려왔다.

"바람이 너를 흔들지라도
너는 바람을 흔들지 말며
숲의 그 거친 호흡 속에도
네 뽀얀 생명의 숨을 두어라."

다슬기에게 꽃가루를 주던 곳에서, 지렁이들에게 상처를 내보이며 자신이 아닌 다른 생명들을 보듬기 시작한 그 곳에서, 꽃가루는 빛을 내며 카카포의 심장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숲의 아버지가 주신 꽃가루의 힘은 이것이었어. 잊게 하는 것이 아닌 극복하게 하는 이 힘은 어떤 것보다 위대하고 아름다워.' 곧 뽀얀 숨을 쉬는 뭇별들이 카카포의 부리에 내려오더니 소금의 땅에 담기기 시작했다.

 

 

 "나에겐 하얀 향기가 나.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만의 향기.
내가 말하면 세상은 음표가 되고
내가 춤추면 세상은 악기가 될거야."


인간들이 삶의 터전을 훼손하는 중에도, 이들은 자연의 순리를 따를 뿐. 사명을 따라 신을 찬양합니다. 자신들을 해한 인간들에게 어떤 해도 입히지 않습니다. 참견도 하지 않습니다.

우린 어떤가요. 누가 내게 조금만 상처를 줘도, 불에 데인 듯 버럭! 화부터 내진 않는지요. 그러고선 뒤돌아서기 무섭게 내가 받은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다른 이에게 약자란 이유로 고스란히 상처를 주진 않았는지요...


험악한 인간들은 으레 그렇듯이 큰 도끼를 들고는 향나무들을 무참하게 죽이고 있었어요. 가지가 잘려 나가는 향나무들의 눈에는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은 눈물들이 가득했지요. 탕!탕!탕! 도끼가 내리칠 때마다 죽어가는 엄마를 보는 아기 나무들은 슬피 울었어요. 옆에 있던 아기 새들도 엉엉 울었죠.

그런데, 그렇게 무섭던 도끼 소리가 잦아들어 가서 보니 그 도끼날에 무언가가 묻어 있더란 거예요. 아기 새가 보았는데, 그건 바로 엄마 향나무의 달보드레한 향이었대요. 향나무는 자신을 찍어 내리는 도끼에도 그 향을 묻혀 놓았던 거예요. 향을 맡은 아기 나무들은 엄마 향나무를 다시 만난 것 같다며 좋아서 울었지요.

도끼는 결국 향나무의 향이 온 몸에 베인 채로 바다를 건너고 산을 건너 멀리 이름 모를 마을에 살게 되었어요. 도끼의 새 주인은 목수였는데 십자가를 만들었대요.

결국 도끼가 만든 세 개의 십자가는 곧 피의 언덕이란 곳에 높게 세워졌는데, 글쎄 신기하게도 셋 중 하나의 십자가에서만 꽃이 피어나더라지 뭐예요.

그 꽃은 향나무의 달보드레한 향을 가진 꽃이었는데 꽃에게 이름을 물었더니 '죽음에서 피어난 가장 아름다운 꽃인 용서'라고... 저번 날 이 못에 사는 못생긴 조약돌에게서 폈다는 그 꽃의 이름도 아마 '용서'라고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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