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백합의 도시, 피렌체 여행자를 위한 인문학
김상근 지음, 하인후 옮김, 김도근 사진 / 시공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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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받기 전, 여행서적이라고 소개를 본 것 같은데, 보통의 여행서와는 달리 묵직하고 두꺼워 흠짓 놀랐습니다. 관광지나 먹을거리에 약간의 역사, 지켜야 할 에티켓 정도를 소개하는 관광서적이 아니에요. 놀라지 마세요. 500년 전 인물인 마키아벨리가 가이드가 되어 우릴 피렌체로 안내해줄꺼에요! 네, 지금 생각하시는 군주론의 마키아벨리 맞습니다. 😄



<붉은 백합의 도시, 피렌체>는 마키아벨리의 <피렌체사>에서 출발합니다.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 만만치 않은 책이니 커피 한잔 꼭 들고 펼치셔야해요. 1부는 평민의 자유를 향한 투쟁사이고, 여기서 피어난 메디치 가문의 이야기가 2부에서 펼쳐집니다. 개인적으로 메디치의 이야기가 아주 매력있지만 1부를 꼭 먼저 읽으시길 추천드려요. 최근 몇 년 사이에 읽은 역사책 중 가장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었어요. (소장했다 아이들에게도 읽혀야겠다 생각할만큼요.) 한번도 가본 적 없는 나라고, 지인도 없는데 이토록 끌리는 건 아무래도 글의 힘이겠지요?




당시 유럽 국가들은 교황파와 황제파로 분열되어 있었습니다. 토지를 기반으로 한 전통 봉건 영주 가문이 교황파이고 상공업을 통해 부를 축적한 신흥 부자들이 황제파였어요. 이들도 사이가 처음부터 나빴던 건 아니었습니다. 한때 친구였던 오도와 부론델몬테가 함께 연회를 하다 생긴 말다툼이 난투극이 되면서 전쟁이 시작되었어요.


축제의 흥을 돋구기 위해 초청한 광대의 말장난으로 시작된 다툼으로 상처가 생기고, 오해가 겹치면서 오도는 화가 머리 끝까지 나고 친구였던 부온델몬테를 결혼하러 가는 길(베키오 다리)에 살해합니다.


이 내용이 단테 <신곡>의 마지막 천국 편의 제-6곡에서 펼쳐져요. 




당시 귀족은 복수를 갚지 않는 것을 치욕으로 생각했고 폭력 행사에 자긍심을 가졌어요. 황제파는 황제의 군대를 쓸 수 있어 힘이 막강했고, 첫 전투(몬타페르티)에서 붉은 백합이 그려진 피렌체 휘장을 휘두르며 화려하게 승리합니다. 하지만, 6년만에 교황파의 군대에게 패해 전세가 금방 역전되고 말아요.


황제파와 교황파 두 귀족 집단의 피비린내나는 복수는 끝이 없었습니다. 백합이, 공원이, 골목이, 다리가 붉게 물들었고 권력투쟁에 진절머리가 난 평민들이 드디어 들고 일어섭니다. 1282년부터 정치, 조합 연맹(행정장관직과 부대 통솔기관) 장관직에 평민들이 자리를 차지하면서 평민의 시대가 도래합니다.


이들은 정의의 깃발을 흔들며 무력으로 평민의 권리를 보호했다. 그렇게 피렌체는 '평민이 귀족을 제압한 최초의 도시,' "자유와 평등의 도시"로 재탄생했어요. 하지만 이들은 자유를 어떻게 유지해야할지 몰랐고, 보고 배운게 나쁜짓이라 그런지 왕을 선출하는 과정에서도 계속 유혈사태는 반복되었어요. 귀족들의 돈의 유혹도 뿌리치지 못합니다. 평민들이 권력을 쥐어도 나라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 것 같았어요.


그러다 메디치 가문이 역사에 등장합니다! 피렌체는 과거를 답습하는 실수를 범하긴 했지만 그들의 역사는 분명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던 거에요. 우리나라 정치도 다시 옛날로 돌아간 것 같지만 피렌체처럼 앞으로 나아가겠지요? ㅠ




피렌체는 천재의 도시라고도 불리는 곳입니다. 3대 천재로 저자는 단테, 미켈란젤로, 마키아벨리를 꼽습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여기 끼질 못한다니 놀랍죠.) 이런 도시에 아름다운 이야기를 기대했다면 조금 서늘할지도 모르겠어요. 옛날 전쟁, 가문 간 격돌이 정말 상상 이상으로 잔인하거든요.


한쪽은 무지해서, 한쪽은 옛 습관을 버리지 못해 온도시가 피로 붉게 물들지만,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평민들은 혁명을 이뤄냅니다. 어떻게 사람이 이토록 아름답게 피어날 수 있는지 감탄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여행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자유, 혁명을 사랑한다면 꼭 한번 읽어보시길 강력 추천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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