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메다의 나무들
장수정 지음 / 로에스미디어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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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북방 유목민족은 죽은 사람의 영혼이 자작나무 줄기를 타고 하늘로 올라간다고 믿었다. 하늘에 닿을 듯 높다랗게 자란 자작나무를 '하늘로 가는 사다리'로 믿던 사람들이 있었다. 《안드로메다의 나무들》 작가는 그 대를 잇는다.

코스모스가 강변에 흐드러지게 꽃을 피울 수 있는건 사람에게 사랑받아서가 아니다. 끈질긴 생명력 덕분에 "그들은 어디서나 잘 살았다. 쓰레기장에서도 잘 살고 파헤쳐진 하천에서도 잘 살고 ... 불우한 환경에서 오히려 그들은 맹렬하게 자라났다.... 베란다 화분이나 종묘장에서 정성스레 키워지는 것들과는 달리 사람의 도움이나 인정 따위 구걸하지 않는다."(p.197)

만신창이가 된 땅에서 억척같이 아름답고 고운 꽃을 피워내는 코스모스를 구질구질하다 욕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코스모스의 생명력을 존중하는 사람이 있다. 난 코스모스를 닮고 싶은 사람이다.

책을 읽다 지난 여름 억수같은 비를 맞으며 꽃을 따던 기억이 떠올랐다. 다름아닌 호박꽃이었는데, 호박꽃으로 전을 해먹으며 먹는 이 모두에게 호박꽃의 꽃말인 관대함, 포용, 해독, 사랑의 용기가 내게 스며들길 소화되길 바랐다.

말도 안되는 소리에 덧붙여 열매(자식)맺을 꽃(부모)을 잡아먹었으니 그 이상의 가치를 맺어야 한다 억지도 부렸으니 이 책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숲이나 나무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이 책을 읽는다면 나와 의견이 아주 다를 수도 있겠지만, 난 스크루지도 마음을 터 놓을 수 있는 사물을 만나는 순간 Dreamer, 공상가가 될 수 있다 믿는다. 언 마음을 깰 꽃잎 혹은 도끼를 만나지 못했을 뿐.

"경쟁으로 얼어붙은 이 바다, 숨 가쁘고 외로운 바다를 연대의 꽃잎으로 깨부술 수 있을까. 고작 꽃으로 만든 도끼 하나로." p.45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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