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에 관한 여덟 가지 풍경
박종서 지음 / 책과나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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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는 모든 인간은 #오이디푸스콤플렉스 (oedipus complex) 과정을 거친 후에 성 정체성이 확립된다고 했다. 저자는 가정 내에서 유아기에 겪은 경험을 성 정체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본다. 그런 의미에서 프로이트의 이론을 이해하려면 가장 기본이 되는 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한다.

오이디푸스는 미래에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를 아내로 취할 것이라는 신탁에 출생 후 발에 못이 박힌 채 상자에 넣어 버려졌다. 버려진 오이디푸스를 발견한 양부모의 손에 자란 그는 성인이 되어 우연히 노인과 싸움이 붙어 노인을 죽이게 되고, 스핑크스의 비밀을 풀어 왕비와 결혼하게 된다. 예상대로 노인이 아버지였고, 왕비는 어머니였고 그 사실을 안 오이디푸스는 죄책감에 눈을 뽑고 방황하던 길 위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정신분석학자들이나 포스트모던 학자들은 해부학적으로는 각각 남자와 여자의 성기를 달고 나오지만 심리적으로는 중성적인 인간으로 태어나 발달과정을 통해 남성과 여성으로 만들어져 간다"라고 주장한다.(p.62) 학자 그리고 저자의 말에 따르면 사람은 자라면서 엄마를 향한 욕구가 아빠의 법에 의해 제지되고 남자는 남자로, 여자는 여자로 성 정체성이 확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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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건너온다는 것은 엄마와의 살붙임을 포기하고 아버지의 세계, 곧 세상으로 나오는 것"을 말한다. 저자는 유아성욕, #히스테리, 오이디푸스, 동성애 등을 이 오이디푸스 단계를 잘 넘기지 못해 생긴 (성적) 문제로 바라보고 접근한다. 물론 수많은 원인 중 하나지만 결정적이라고 볼 수 있겠다.

 


영화 <그녀에게> 속 베니그노는 유아적 환상에 사로잡혀 식물인간이 된 알리샤(여)에게 집착한다. 의식을 잃고 병상에 누워있는 모습은 사회적 최면에 걸려, 남자들에게 사랑받기 위해 학습된 몸과 마음을 가져야만 하는 이데올로기가 숨어 있다. 또 다른 여성 리디아는 투우사로 자기 인생을 살려 노력했지만 병상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죽는다. 남자들의 환상 밖의 여자는 소외되는 것이다.(p.125)


"분명한 것은 여성의 몸은 그 어떤 식으로든 욕망의 대상으로만 존재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 욕망의 대상과 사랑의 대상의 분열된 간극을 통합해 나가야 하는 과제를 수행해야만 합니다. 이것은 환상과 현실의 통합이고 또한 유연한 왕래입니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다면 그것은 병리로 드러날 수밖에 없게 되겠지요."

 

 

 

《성에 관한 여덟 가지 풍경》 속의 주제(#외도, #마조히즘, #동성애, #유아성욕, #욕정), 발췌된 작품들(#롤리타, #그녀에게, #바람난가족, #모피를입은비너스) 모두 예술성은 인정받았을지 모르나, 사회적으로 금기시되고 현실에선 엄청난 논쟁을 일으키는 작품들이다. 저자는 외설적으로 보일 수 있는 예술성과 현실적 윤리, 도덕 사이에서 적절하게 줄타기를 한다.

"성은 아름다운 것입니다. 아름다운 것은 아름다움으로 보존되어야 합니다. 금기와 억압만으로는 그 아름다움을 누릴 수 없고 또 금기 없이 아름다움을 향유할 수 없는 이 역설 때문에 사랑은 예술입니다. 사랑의 아름다움은 욕망과 사랑을 통합할 수 있는 능력 안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윤리도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됩니다."

내가 이 책을 읽고 얻게 된 관점 중 하나는 프로이트가 노년에 제시한 #이드, #자아, #초자아로 구성된 #정신구조모델 이다. 이 모델을 보면 자아는 이드(id, 욕구)와 초자아 사이에서 중심과 균형을 잡아야 하는 운명이다. 문학이나 예술을 통해 강박적 도덕관념, 피상적인 율법주의에서 벗어나 자유를 누리면서 욕망의 제방이 무너지진 않을 정도의 이입. 유연한 초자아 안에서 이드를 적절히 조절할 수 있다면 작품에 쉽게 동화되지 않을 수 있다.

초자아가 있다면 추천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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