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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풀 큐어 - 면역학의 혁명과 그것이 당신의 건강에 의미하는 것
대니얼 데이비스 지음, 오수원 옮김 / 21세기북스 / 2020년 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뷰티풀 큐어》는 면역계 연구가 본격적으로 제대로 시작된 제인웨이의 이야기부터 현재 어디까지(비록 면역 방어를 구성하고 있는 것 중 5% 정도 밖에 연구되지 못했지만.) 얼마나 밝혀졌는지, 면역에 스트레스, 호르몬, 생체 리듬, 체온, 노화, 암 치료(면역요법) 등이 어떻게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등을 두루 다루고 있다.
T세포, B세포, 형태인지수용체, 수지상세포, IFITM3, 인터페론유전자, IL-1, IL-3, PD-1 수용체 단백질, 자연살해세포, TNF, CTLA-4수용체 등... 낯선 용어들이 수두룩하지만 저자는 과학자가 아닌 과알못의 시선으로 어려울 수 있는 내용을 친절하고 차분하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면역세포는 질병에 맞서 유기체를 보호하는 특별한 기능을 수행하는 세포다. 제인웨이는 면역계 중에서도 백신 원리를 집중 연구했다. 과거에 천연두를 고치기 위해 과학자들은 실험체에 천연두 바이러스를 주입했다. 바이러스나 박테리아가 초래하는 감염을 효과적으로 방어하려면 면역계가 동일한 바이러스나 박테리아를 과거에 만난 적 있어야 한다는 통념을 따른 것이다. 하지만 주입되는 바이러스의 양이 적으면 효과가 없고 과하면 되려 몸에 해가 되니 의학에 연결고리가 걸린 과학은 어렵고 위험한 만큼 막중한 책임도 뒤따른다. (해마다 독감 백신을 만들면서 이 사이를 줄타기하고 있을 백신 개발자들에게 감사해야겠다. )
과거 입덧 완화제로 쓰였다가 수천 명의 영아를 사망 혹은 장애를 입힌 '탈리도마이드'란 약물이 있다. 1950년 후반에 판매되다 1962년 금지됐다. 그러나 몇 년 후 탈리도마이드가 한센병의 특정 합병증 환자에게 도움이 된 사례가 발견됐다. 이뿐 아니라 암세포를 공격, 면역계의 능력을 향상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밝혀졌다. 실제로 골수종 환자였던 저자의 아버지가 약물의 도움을 크게 보았다고 한다. 어둠의 약물이 사람을 살리게 될 줄 누가 짐작이나 했겠나.

우리 몸은 신기하게도 세균만 포착해 추적한다. 음식, 소화관에 존재하는 무해한 박테리아, 공기 중의 먼지 등은 신체 어떤 면역반응도 일으키지 않는다. 물론, 예외도 있다. 자가면역질환 환자가 그러하다. 자가면역질환은 패혈성 쇼크, 다발성경화증, 셀리악병, 소아당뇨(제1형 당뇨), 류머티즘 관절염 등 오십여 가지가 넘는다.(p.246) 나를 공격하는 내 몸을 치유하는 건 누가 봐도 어려운 일이다.
인간 유전체(genome)를 구성하는 이만 삼천 개의 유전자 중 99%가 동일하다. 1%는 사람마다 다르다. 사람마다 '차이가 가장 큰' 유전자는 '면역계'의 일부이다. 여기서의 차이가 특정 감염에 사람마다 다른 반응을 보이게 하는 것이다. 일부 사람들이 독감을 심하게 앓는 것도 인터페론자극 유전체의 차이 때문이다.(p.129)
중환자실에 있는 환자들이 고장 난 버전의 유전자를 열일곱배나 더 많이 갖고 있는데, 이 변종은 일본인과 중국인에겐 흔하다. 이 때문에 일본인과 중국인이 독감을 심하게 앓을 위험이 더 크다는데 요즘 유행하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어떤지 궁금했다. (중국에서 시작되었고 의료나 위생의식이 뒤처져 있으니 이리 유행하는 것이겠지만, 한편으론 다른 나라엔 덜 해로웠으면 하는.. 간절함 때문에 이런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시중에 면역을 주제로 한 책을 찾아보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수년 전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마음에 도서관 사이트와 서점 사이트에 들어가 "면역"을 쳐서 나오는 책은 모조리 읽었다. 아이가 선천성 면역결핍 진단을 받고 의사는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했지만 손 놓고 앉아 있을 순 없었다. 당시 난 책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크게 위로가 됐다. '몸을 이해하고 알면 길이 보이지 않을까.' 하는 얕디얕은 희망이 지식을 갈망하게 했다. 한 번쯤 면역이 크게 떨어져 본 경험이 (본인 혹은 가족에게) 있다면 공감하리라 생각한다.
《뷰티풀 큐어》가 쉬운 책은 아니다. 그렇지만 읽기 힘든 책도 아니다. 투병으로 힘든 밤을 지새우는 이가 품게 될 희망에 비하면 이 정도 수고는 건강을 위해 수저를 드는 것만큼 쉬운 일이다. 그러니 걱정 말고 펼쳐보시길. 생각보다 많은 걸 얻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