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만큼 아름다워지기 - 뉴욕의 런웨이를 지나 집으로 돌아온 소녀 이야기, 개정판
빅투아르 도세르 지음, 발레리 페로네 엮음, 서희정 옮김 / 애플북스 / 2018년 12월
평점 :
절판


 

키 178cm 몸무게 45kg, 옷 사이즈 33을 자랑하던 톱모델 빅투아르의 이야기는 길거리에서 시작된다.

 

'올해의 톱모델 Top 20’에 뽑혔던 빅투아르 도세르는 모델 에이전시 직원의 눈에 띄어 길거리 캐스팅됐다. 프로필을 찍고, 디렉터를 포함한 관계자들을 만나가는 과정이 재미있지만 그녀를 물건 취급하는 게 시작부터 영 눈에 거슬렸다.

 

 

"사람들은 내 의견은 한 번도 물어보지 않은 채 나를 선택하고 평가하고 사이즈를 재고 앞날을 계획했다. ... 내게 의견이란 게 있는지도 확신이 없다. ... 그다음은 뭔데? 인생이란 원래 이런 건가? 모든 걸 운명에 맡긴 채 살아가는 것? 일등이 되기 위해 남들이 시키는 일을 완벽하게 하는 것 말고는 결국 내가 할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네. 아, 하나 더 있다. 당장 그만 먹는 것!"


화가 날 법도 한데 그녀는 무슨 마법에 걸리기라도 한 것처럼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33사이즈 만들기"에 돌입한다. 그녀는 패션쇼에 서기 위해 그러니까 단기간에 10kg 이상 살을 빼기 위해 하루를 '사과 세 알'로 버텼다. (패션계가 규격화한) 미의 기준에 몸을 끼워 맞추기 위해 말 그래도 죽도록! 노력했다.

 

"나는 말랐고 창백했으며 날아갈 듯 가벼워 보였다. 마음에 들었다."


처음엔 그녀도 행복해 보였다. 기대감에 가슴 벅차 보였다. 그땐 몸무게가 오십 대였지 아마?
안타깝게도 그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모델로서는 인정받고 칭찬받았지만 그녀 자신은 점점 상해갔다. 생리는 끊긴지 오래고 뼈는 70대 노인의 뼈가 되었다. 그뿐인가 살이 급속도로 빠지는 동안 그녀 몰래 마음도 몸속에서 빠져나갔다. 사랑스럽던 그녀는 언제부턴가 말에 날이 서고 행동에 가시가 돋쳐 누구도 다가갈 수 없는 지경이 되고 만다.

 


"나는 그들(가족)에게서, 그들은 나에게서 멀어졌다. 끔찍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나는 계속 추웠고(여름에!) 계속 아팠다. 몸은 점점 더 가벼워졌지만 마음은 점점 더 흩트려지고 있었다. 사실상 존재가 희미해지고 있었다."


그나마 먹은 음식도 소화가 되기 전에 토해내거나 약의 도움을 빌어 흡수되기 전에 몸 밖으로 배출해버렸다. 그렇게 살을 뺐건만 포토그래퍼들은 그조차도 성에 안 찼는지 포토샵으로 그녀의 몸을 이리저리 깎아댔다.

 


"나는 '괜찮은 옷걸이'에 불과했다. 압도하는 눈빛으로 자신만만하게 걸으면서 옷을 잘 살리는 마른 옷걸이."

 

빅투아르는 모델일을 하면 할 수록 불편함을 느꼈다. 모델 생활에 환멸을 느끼고 나서야 그녀는 가족들의 아우성을 들을 수 있었고 그제야 무언가 잘못됐음을 깨닫는다. 그녀를 무한정 사랑해주는 가족이 없었다면 그녀는 돌아올 수 없었을 것이다. 그녀가 변하기 시작하면서 가족들은 걱정했고 계속해서 충고했지만 그녀는 듣지 않았다. 죽을 고비를 넘기고서야 정신이 들었다. 빅투아르는 모델계를 떠났지만 아름다움을 잃진 않았다. 아니, 그녀는 모델계를 떠나면서 아름다움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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