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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 뿔, 두꺼비 뿔 ㅣ 난 책읽기가 좋아
김진경 지음, 홍미현 그림 / 비룡소 / 2012년 7월
평점 :
빨간 종이 줄까, 파란 종이 줄까? 찐한 냄새가 진동을 하는 변소안에 쪼그리고 앉아 있으면 발을 걸치고 있는 나무판 아래에서 손이 불쑥 올라와 무슨 색 종이를 줄지 물어 본다는 이 오래된 이야기를 내 나이 또래의 사람들은 거의 모두 알고 있지 않을까?
무서운 이야기를 해 달라는 두 아들의 성화에 이 이야기가 생각나 해 주었더니 듣고 있던 남편이 새로운 버전으로 두 아이를 배꼽잡게 만든 일이 있었다.
우리 두 아들은 냄새나고 자기 배설물이 발 아래 훤히 보이는 그런 뒷간을 보지 못해서 빨간 종이 줄까, 파란 종이 줄까가 그닥 으스스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난, 밤이면 변소 가기가 정말 무서웠는데....
우리 두 아들, 겁나게 겁이 많다. 특히나 큰 아들은 거실에 사람이 있어도 자기 방에서 혼자 있지를 못한다. 등 뒤에서 누군가가 어른거리는것 같아서 무섭댄다. 거실이 조용~~하면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중간중간 확인하러 나와야 하고 어떤 날은 엄마야 하며 기겁을 하고 뛰어 나오기도 한다.
간이 콩알만해서 집에 혼자 있질 못한다. 아무래도 우리 아들에게도 백년 된 두꺼비 뿔이라도 고아 먹여야 할 듯 하다. ^^
어렸을 적, 우리의 작은 마음엔 무서움이 참 크게도 자리 잡고 있었다.
벽장문을 열면 무언가가 툭 튀어나올것만 같고, 정적에 휩싸인 집 안에 들어가기가 망설여지고, 어두운 밤길을 걷다 보면 꼭 뒤에서 누군가가 따라 오는것만 같은 그런 무서움.
『뿔, 뿔, 두꺼비 뿔』의 종민이도 겁이 많은 아이다.
아빠, 엄마가 해외로 출장겸 여행을 간 사이 삼촌과 시골로 내려와 지내게 된 종민은 시골의 모든 사물들이 낯설고 무섭다. 아토피로 고생하는 종민은 영락없는 도시 소년이다. 냇물에 들어가기를 꺼려하고 벽장 있는 삼촌 방에서 혼자 잘 엄두를 못 내는 겁 많고 소심한 도시 소년.
삼촌은 그런 종민에게 백 년도 더 산 두꺼비 뿔을 잘라 먹으면 겁이 없어진다며 담력을 키워주려 한다. 긴가민가한 종민. 하지만 사내대장부가 더 이상 아기란 소린 듣고 싶지 않아 내키진 않지만 삼촌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삼촌 없는 밤, 혼자 불 끄고 삼촌 방에서 거의 뜬 눈으로 밤을 보낸다. 한 뼘쯤 자신감이 생겼을지도 모르겠다. 혼자 잘 수도 있다는. 시골생활 하면서 아토피도 사라졌다.
우리 아들들도 불 꺼진 방을 무서워한다. 방문을 꼭 닫으면 동시에 둘이서 조금만 열어 놓으라고 소리친다. 심리적으로 조금 열어 놓은 문이 무서움을 경감시켜주는 모양이다.
어릴적 누구나 겪어보았음직한 불특정 사물에 대한 무서움, 두려움.
이건 아이들이 아직 순수하기 때문에 느낄수 있는 감정이지 싶다.
어쩜 한 뼘쯤 자란다는건 한 뼘쯤의 순수를 잃어버리는건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종민이도 우리 아들들도 마음의 겁을 걷어내고 씩씩하고 건강하게 자라줬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