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마을 스캔들 - 제2회 살림어린이 문학상 동화 부문 대상 수상작 살림어린이 숲 창작 동화 (살림 5.6학년 창작 동화) 7
김연진 지음, 양정아 그림 / 살림어린이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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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부모의 사랑에 목말라 하는 이야기다. 일부러 이런 책을 골라 읽는 것도 아닌데, 읽다 보니 이런 주제의 책을 거듭 손에 쥐게 되었다. 스캔들에서 풍기는 몰래하는 사랑 이야기는 아니다. 새엄마의 사랑을 갈구하긴 하지만. 새엄마, 새아빠... 가만히 들여다 보면 이 "새"란 글자가 참 어색하다. 계모란 단어는 장화홍련이나 신데렐라가 연상되어 왠지 못된 새엄마 이미지가 떠오른다.

어쨌든 새롭다는 건 좋기도 하지만 어색하고 불편하기도 하다. 그게 사람일 경우엔 더욱이.

 

친엄마가 돌아 가시고 새엄마가 생겼다. 무뚝뚝하고 사랑을 표현할 줄 모르는 사람이다. 다율이에게 친절은 했지만 딱 담임 선생님만큼, 식당 아줌마만큼이다. 아빠와 새엄마가 같이 일터에 나가야 해서 다율이는 온도에 계신 새외할머니댁에 맡겨진다. 새외할머니는 새엄마 같지 않게 다율이에게 살갑다. 비바람 몰아 치던 어느 날, 다율이를 찾아 다니는 할머니를 보며 다율이는 새엄마와의 간격을 생각한다.

찾았다! 그동안 다율이가 엄마한테 원했던 반응은 이거였다. 한번도 받아 보지 못해서 몰랐는데 이제 알 것 같았다. 다율이는 무조건 걱정하고 무조건 찾아다니는 엄마를 원했던 것이다. 하지만 엄마는 다율이를 손님처럼 대접했다. 지금 다율이는 예의 바른 손녀가 아니라 진짜 손녀가 되어 있었다. (p44)

 

시종일관 새엄마와의 관계를 그리고 있는건 아니다. 그건 다율이가 처한 상황의 한 축일 뿐이다.

새외할머니와 지내러 온 다율이가 전교생이 3명뿐인 폐교 직전의 분교에 다니면서 이 학교의 폐교를 막기 위해 유모차 부대의 할머니들과 의기투합하여 일을 벌이는 이야기다.

나도 이 동네에 이사와서 유모차를 밀고 다니는 할머니들을 자주 본다.

다리 불편하고 거동이 어려운 할머니들에게 유모차가 참 쓸모있게 쓰인다 싶었다.

폐교가 결정된 상황에서 다율이는 옛날 배우지 못한 한을 가지고 계신 할머니들에게 초등학교에 입학 할 것을 권한다. 처음엔 망설이던 동네 할머니들까지 합세하여 학교를 폐교의 위기에서 살려낸다. 입학식 날, 신입생 대표 답사를 하신 현숙 할머니는

살 만큼 살었다고 생각혔지유. 겪을 만큼 겪었다구두 생각혔쥬. 알 만큼 안다고는 한번두 생각혀 본 적이 없었유. 오래 산다고 많이 아는 건 아니더라구유. 이제 배울 만큼 배워서 알 만큼은 아는 할머니가 되고 싶어유.(p 188)
뭉클한 무언가가 치고 올라온다.

살풍경한 도시에선 볼 수 없는 넉넉한 시골 인심, 순박함이 한껏 느껴진다.

시골도 예전 같진 않다지만 아직은 시골만이 가지고 있는 정취가 남아 있으리라.

도시의 아이들이라면 정확한 답이 나와야 할 수학문제에서 이런 고민을 할 아이가 있을까?

"어디 보자, 육백 원으로 백 원짜리 사과를 몇 개 살 수 있나요?"

"가게 아줌니 맘씨를 모르겄어유. 다율 누나네 할머니처럼 맘씨 좋으면 많이 주고 나쁘면 쬐꽤만 주자녀유." (p62)

가게 주인 맘에 따라 적을 수도 많을 수도 있으니 참 쉬울거 같으면서도 분명한 답이 나오지 않는 수학이다. 도시에선 어림도 없는 일이지 않나. 옆집 아이라 사탕 하나 덤으로 받아 오는 일은 있을지언정.

 

제2회 살림어린이 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수상작이라고 큰 기대를 하진 않지만 이 작품은 가슴에 와 닿는 글이다. 보이지 않는 새엄마와의 벽, 폐교 위기를 벗어난 온도 분교, 온도 주민의 삶 등을 모나지 않게  잔잔한 바다 풍경을 그리듯이 섬세하면서도 재미있게 담아내고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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