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의 화원 북멘토 가치동화 3
이병승 지음, 원유미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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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눈에 띈 칼럼.

"계층이 다르면 꿈조차 달라지는 이 암울한 세상" 이란 제하의 기사가 실렸다.

일부분만 발췌해 보면,

대구광역시의 두 초등학교 6학년을 대상으로 장래희망을 조사했더니 대구의 8학군 격인  A초등학교의 경우 절반 가까운 47%가 의사, 교수, 판사, 검사, 변호사, 외교관 같은 전문직이나 고위공무원이 꿈이라고 대답한 반면 임대 아파트가 밀집한 변두리 동네의  B초등학교에서는 교사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A초등학교에서는 유엔 사무총장, 로봇 공학자, 경영 컨설턴트,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를 희망한 학생들도 있었지만  B학교에선  A학교에선 찾아볼 수 없는 제빵사, 요리사, 네일아티스트, 킥복싱 선수, 동물조련사, 사육사 등을 장래희망으로 적은 학생들이 있었다.

A학교 재학생 아버지의 86%가 대졸 이상인데 비해 B학교는 67%가 고졸이하이고 A학교 아버지의 35%가 전문직 및 고위 공무원인데 비해 B학교는 3.6%에 불과하다.

한국보건 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20~40대의 78.8%가 부모의 지위에 따라 자녀의 계층이 결정된다고 믿고 있다. 또 75.5%는 노력해도 그에 상응하는 보상과 인정을 받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64.4%는 한번 낙오하면 다시 일어서기 어렵다고 보고 특히 40대의 71%는 패자부활의 기회가 없다고 믿고 있다.

 

씁쓸했다.

태생이 인생의 향방을 좌우하고, 개천에서 용은 더 이상 나기 어려운 세상이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데, 넓은 세상 휘젓고 다닐 이들은 이미 정해져 있단 말인가.

 

세상의 어두운 단면을 현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여우의 화원>에서도 태생의 한계를 벗어 날 수 없는 두 아이의 우정과 서로 다른 계층의 벽을 연극을 통해 허물어 보려 노력하는 가진자를 대변하는 민수와 노동자의 아들 억삼이를 내세워 이야기 하고 있다.

중국과 미국을 거쳐 다시 한국의 학생으로 돌아 온 5학년 민수, 그에게 자동차회사 사장인 아빠는 깡패 같은 녀석들이 괴롭히거나 돈을 뺏으려 들면 쓰라며 카드 한 장을 내민다. 뺏기지 말고 먹이면 상대방의 태도가 달라지고 그러다 보면 돈 쓰는 법을 알게 되고 돈의 힘도 배우게 된다며.

민수의 엄마도 튀지 않으려 노력하는 민수에게 "네가 왜 그러는지 마음은 알겠는데 어차피 넌 걔네들하고 태어날 때부터 달라. 다른 걸 어쩌겠어? 다르게 살아야지. 안 그래" 라며 민수의 위치를 상기시키려 한다.

 

돈이 권력이 되는 세상. 가진자들의 자식들은 엄마의 뱃속에서 부터 그런 권력을 쥐고 태어난다.

 

머리에 '정리해고 철회'란 두루마리 휴지를 감은 아이들이 도망을 치면 한 아이가 두 손을 귀신처럼 치켜든채 쫒아가는 용역놀이. 나도 이런 놀이가 있다는 건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해고 노동자 가족의 아이들이 골목길에서 용역놀이를 하고 있다는 신문기사를 보고 마음이 아팠다고 이 병승 작가님이 말한걸 보면 실제로 이런 놀이가 있나보다.

치열한 어른들의 투쟁이 순수한 아이들에겐 또 다른 놀이가 되어 버리다니.

어린 아이들의 마음에도 울분이 차 올랐게지.

 

아빠의 마음을 바꿔 보려 시작한 연극으로 인해 다시 미국으로 가게 된 민수는 이 다음에 커서도 절대 아빠처럼은 되지 않겠다는 약속과 그들의 소중한 우정을 영원히 간직하자는 말을 억삼에게 전한다.

 

서로 다른 경험치로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살아가야 할 아이들에게 어릴 적 우정이 얼마나 끈끈하게 남아있을진 모르겠다. 같은 언어로 얘기하는데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건 살아온 세월의 상이함 때문이다. 시간의 간극을 허물어 버릴수 있을 정도의 뿌리깊은 우정, 그런 우정을 내 아들들에게도 민수와 억수에게도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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