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 시험 보리피리 이야기 6
박선미 지음, 장경혜 그림 / 보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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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보자, 내가 알고 있는 욕이 얼마나 되나..... ***, ###,@@@,....꽤 된다. 욕 모르는 사람 있을까? 알면서도 안 하는것 뿐이지. 근데 난 한다. 터질 것 같은 마음을 어디 풀 곳도 없고, 울어도 속이 후련하지 않을 때, 혼자 청소 하면서 궁시렁 궁시렁 욕을 뱉어낸다. 청소기도 구석구석 들이밀고 걸레질도 더 빡세게 하면서 거친 소리를 해댄다. 설마 내가 해 대는 그런 욕들이 나오는건 아니겠지? 애들이 보라고 내 놓은 책인데...

김개야, 박개야, 이개야, 야 이 손아, 이 삼시랑아, 이 바보야, 머시마야, 어바리야, 문디야, 바보 빙신아, 문디 자슥아, 이 범보다 무서운 놈, 빌어묵을 놈아, 야 이 거름에도 못 쓸 놈아, 쌔가 만발이 빠질 놈아, 염병할 놈아, 이 똥딱개야, 이 북실할 놈.

어느 날 뜬금없이 선생님이 욕시험을 본다며 백지장에 알고 있는 욕을 써내란 소리에 야야가 적어 내려간 욕이다. 이것도 처음엔 아는 욕이 없어서-아니 그동안 욕을 해 본 적이 없어서- 한참을 머뭇거리고 있는데, 선생님이 야야의 가슴에 불을 지르자 들었던 욕이며 상스런 소리들을 앞 뒷장을 빽빽하게 적어 내려간 욕이란게 저렇다.
 
너거들이 말로 하지도 못하고 꾹꾹 눌러 참고 있는 기 뭔지, 너거들 마음을 어둡게 누르고 있는 기 뭔지, 그기 알고 싶더라. 이 시험지에 대고 욕이라도 시원하이 다 풀어 놓고 너거들 마음을 훌렁훌렁 씻어 버리라고 그랬지. 숙희도 그렇고, 정자도 그렇고, 아이들이 아이 같아야지. 속에 담아 놓고 꾹꾹 눌러 참고 사는 기 어찌 그리도 많은지.

야야는 아버지가 선생님이기 때문에 엄마인 참산댁의 딸이기 때문에 행동하는 모든 것이 너무나 조심스럽다. "참산댁 딸은 참산댁 딸이다. 손 끝 야물다"는 동네 어른들 말씀에 대충하고 친구들 따라 멱을 감고 싶었다가도 하던 일손을 놓지 못한다.

넘들 때문에 하기 싫은 걸 억지로 안 해도 된다. 넘들한테 일 없이 발라맞출 필요도 없고. 참산댁 딸 잘한다 카면 그걸로 됐지. 억지로 더 잘할라고 안 해도 된다. 박 선생은 박 선생이고, 박 선생 딸은 박 선생 딸이지. 욕할 거 있으면 욕도 씨게 해라. 도나캐나 욕을 입에 달고 있는 거는 안 되지만, 욕해야 될 때는 욕을 해야지.
 
앞 쪽은 너무 매끌거려서 연필로 잘 써지지 않고 뒤쪽은 꺼칠꺼칠 걸리는 것이 너무 많은 똥종이가 생각나는가? 시험지를 가느다랗게 돌돌 말아서 꾹꾹 눌러 다시 좌악 펴면 좁다랗게 줄이 생겨 줄 맞춰 쓰기 딱 좋게 줄이 생기게 만든 경험이 있는가? 그래 맞아, 나도 저랬었는데, 마냥 고개가 주억거려지게 만든다. 

처음 이 책을 읽으면서는 야야가 욕이라고 써 놓은 김 개야, 박 개야...가 재미나서 한참을 킬킬거렸다. 욕도 참 귀엽게 한다 싶어서. 맛깔나고 구성진 사투리에 고향 생각이 난다. 친한 친구끼리 서스럼없이 가시나 소리를 할 수 있었던 곳. 어릴 적 향수에 젖어 들게 만드는 정감있고 재미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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