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바닥 내 발바닥 - 김곰치 르포. 산문집
김곰치 지음 / 녹색평론사 / 2005년 8월
장바구니담기


많은 사람들이 스님의 죽음이 두려워 단식을 중단하라고 호소했을 때, 지율 스님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누가 주었는지 왜 내가 받게 되었는지 알지 못하는 생명, 어쨌든 내 속에 들게 된 그것이 자라나 지금의 나로 있는 것, 그러니 내가 죽고 싶대서 죽을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하는 요지의 말씀을 하셨던 것으로 압니다. -125쪽

"계곡의 물도 법문을 하고, 나뭇가지 위 작은 새도 법문을 하고, 흙바닥에 떨어져 뒹구는 깨진 막사발도 법문을 하신다"고들 하는데, 그렇다면 천성산에 깃들어 사는 미물들도 법문을 설할 입이 있을 것이고, 입이 있으니 듣는 귀도 있을 터, 어딘가 낭랑한 목소리가 들려 잠이 깬 보름달빛 속의 도롱뇽 몇마리도 저 스님네가 무슨 말씀 하시나 하고 젖은 피부의 귀를 활짝 열었을 게 분명합니다.-126쪽

봄이 오면 나는 '부패하기 시작하는 나이'라는 서른이 되는데, 새해를 맞는 소박한 자기다짐은 '내 꿈의 출신성분을 잊지 말자'이다. 지난 추운 밤에도 고독한 청소부님들이 이 땅을 휩쓸고 았겠지만, 그들뿐 아니라 다른 여러 힘든 삶들에 대한 동시대인의 도리를 늘 염두에 두자는 것이다.-215쪽

글 쓰고 읽는 너희끼리만 알아 먹는 소리는 하지 마라. 내용의 부족을 현란한 문장이나 애매한 형식으로 포장하지 마라. 너 산 만큼 써라. 너 자신도 잘 모르는 소리는 한마디도 하지 마라. 소설 같은 건 한 줄도 읽지 않았어도 지난 생이 전혀 불편하지 않았으리 싶은 노인의 굽은 등이 질타한 소리였다.-259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