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개월 동재와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고집과 떼를 다 받아주려니 몸도 마음도 너무 지치는 요즘이다.
그런 나에게 뭔가 각오를 새롭게 다질 계기가 필요했기에 "그 아이만의 단 한 사람" 이라는 책제목을 보는 순간 꼭 읽어보고 싶었다.
그 아이만의 단 한 사람이 엄마라고 생각했었기에 지금 나에게 필요한 책이구나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받아보니 23년차 초등학교 선생님의 교직 생활을 토대로 써내려간 에세이 였는데, 후배 교사들에게는 좋은 본보기가 될 사례들이 참
많았다.
나는 교직생활을 시작한지 10년차 되던 해에 동재를 낳고 현재 1년 5개월째 육아휴직 중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래도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과 투닥거리며 지낼 때는 뭔가 더 나은 수업방법과 새로운 상담방법 등을 공부하고 학생들에게
접목시켜보며 보람을 느끼곤 했었는데
지금의 나는 내가 교사였던가 싶을 정도로 모든게 아이를 양육하는 엄마의 시선에 맞추어져 있는 것 같다.
내년 3월이면 복직인데 이 책을 통해 조금 먼저 학생들을 만날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이 책의 주인공인 권영애 선생님은 정말 대단하신 분이 맞다. 부양가족이 없던 미혼시절에도 학교나 학급의 일에 이만큼 애정을 쏟아본 적이
없는 나로선 조금 부끄럽기도 하고, 또 복직하게 되면 나도 한 아이의 엄마이고 내 아이가 소중한만큼 내가 만나게 되는 학생들에게 더 애정을
쏟아야 겠다는 다짐도 해본다.
"교사가 아무리 민감해도 아이의 모든 특성을 다 알아책 수는 없다. 아이와 교사가 진심으로 소통이 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라는 구절이
특히 와 닿았다.
난 좀 더 큰 학생들을 대하는 중학교 교사여서 그랬는지도 모르지만
부끄럽게도 난 학생들에게 민감한 교사가 아니었다. 오히려 학생들이 나에게 민감하도록 했던 것 같다.
수업시간에 어떤 행동을 하면 내가 싫어하고, 혼내고 하는지를 학생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고, 내 수업시간에는 긴장하고 조심하는 경우가
많았다.
수업을 잘 진행하기 위해서라는 명목이었지만 말이다.
믿음이 쌓이면 소통이 되고, 소통이 되면 아이의 단서를 쉽게 알아차리게 된다고 한다.
나도 다시 학교로 돌아갔을 땐 학생에게 민감한 선생님이 되어, 학생들의 마음을 먼저 알아차리고 소통하는 수업을 해보고 싶다.
"상황과 상관없이 교사 영향력이 원 안에서 교사로서 할 수 있는 위대한 행동, 위대한 관심, 위대한 사랑, 스토리는 분명히 있다."
처음 교사가 되었을 때 옆자리에 앉았던 나이 지긋한 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씀이 생각난다.
나는 이제 나의 아주 작은 관심, 행동, 말, 칭찬으로도 내가 만나는 학생들에게 엄청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조금 더 관심을 가져주고, 이름을 한번 더 불러주고, 결과가 아닌 행동 자체를 한번 더 칭찬해줘야지 하고 다짐을 하지만 일이 많고 진도
나가기 바쁘다는 핑계로 그냥 지나칠 때가 더 많았다.
마지막으로 아이에게서 가정의 상처가 보일 때 교사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가 참 와 닿았다. 담임을 하다보면 이런 경우가 정말 많다.
우선 그 아이의 아픔과 만날 줄 알아야 한다는데 나는 그러지 못해 나도 아이도 함께 힘들었던 해가 있었다.
2007년에 우리반에 00는 태어나자마자 어머니가 버리고 가셨고, 할머니 손에서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었다. 중2때 엄마의 존재를 알고
만나고 싶다고 찾았으나, 이미 재혼한 어머니는 만나길 거부했다. 그때부터 정말 끝도 없이 방황하는 00를 나도 어루만져주지 못했다.
그때의 난 경험도 적고 나도 철부지 교사였기에 00때문에 내가 너무 힘들다는 생각밖에 못했던 것 같다.
오랜만에 "그 아이만의 단 한 사람" 이라는 책을 통해 그동안 잊고 있었던 학교 생활을 돌이켜보게 되었다.
갑자기 막 학교로 달려가고 싶을 정도로 에너지가 충만해진 것 같다.
물론 복직하면 또 금새 힘들어할지도 모른다.
만약 그런 순간이 온다면 그때 다시 이 책을 꺼내 내 마음을 다잡아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