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고령화되어가는 현대사회 속에서 노인과 젊은세대 간의 공감과 소통, 화합을 목적으로 쓰여진 그림동화책이다.
책을 처음 받았을 때 표지 그림이 그닥 유쾌하지 않았다. 이건 내 안에도 노인에 대한 그릇된 선입견 같은게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하물며 어른인 나도 이런데 초등학생 지민이는 오죽할까 싶었다. 콧물을 치마에 쓱쓱 닦아 불결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게 하는 할머니가 내 동생을 안고 있으니 말이다.
동재가 백일이 되기 전 검사받을게 있어 종합병원의 소아정형외과를 찾았다. 그런데 그게 정형외과다보니 의외로 대기환자가 어르신들이 많았다. 무슨 노인이 감염병 환자도 아닌데 나도 모르게 동재를 싸고 있던 속싸개를 더 꽁꽁 싸매던 기억이 난다.
그러고보면 지민이의 엄마는 참 요즘 사람답지 않게 생각이 깊다.
엄마인 나도 물티슈 대신 씻어주는게 좋다는걸 알면서도 그러기 쉽지 않은데, 지성이의 엉덩이를 물로 씻겨주는 할머니
하지만 아직 어린 지민이의 눈에는 마귀할멈으로 보이기만 한다.
급기야 할머니가 동생을 잡아먹을 거라는 불안감에 조퇴까지 하고 집으로 오는 지민이를 마냥 나무랄 수 만도 없다.
아직 말 못하는 아기인 지성이는 자기를 돌봐주는 할머니의 마음을 알았던걸까.. 숨이 넘어갈 듯 울다가도 할머니 손에 가면 편안하게 잠드니 누가 자기를 잘 돌봐주는 사람인지 몸으로 느끼고 있었는게 아닌가싶다.
왜 콧물 빠는 할머니인가 했더니
감기걸린 지성이의 콧물을 입으로 빼주는 할머니의 모습은 엄마에게도 지민이에게도
그리고 독자인 나에게도 강하게 다가왔다.
코뻥으로 동재 코를 뚫어주면서도 가끔 비위가 상할때가 있는데 말이다.
자식 뒷바라지하느라 자신의 노후는 잘 준비하지 못한 오늘날의 실버세대, 그런데 또 세상은 급변해 자식들은 제 앞가림도 버겁고 노부모를 돌볼 겨를이 없는 젊은세대,
내가 조금씩 나이를 먹어가니 언젠간 내 문제도 될 수 있기에 직면해서 고민해봐야할 일인데
그림동화 "콧물 빠는 할머니" 를 통해 모처럼 깊은 생각에 빠져보는 기회를 가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