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방대한 양의 역사서를 쓴 사마천, 그의 삶에 대해 간단하게나마 알아야 왜 이 책이 인간학 보고서인지 왜 사람들의 인생 책으로 추천되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사마천은 아버지 사마담의 유지를 받들고자 수많은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하여 역사서 저술에 임한다. 하지만 기원전 99년 흉노와 싸우던 무장 이릉이 흉노에게 투항하는 사건이 일어났고 이때 이릉을 변호했던 사람이 사마천이었다. 한무제의 노여움을 사 궁형에 처해지는 치욕적인 수모를 겪게 된다. 이후 사마천은 <사기>를 완성하는데 온 힘을 쏟았고 마침내 아버지의 유지를 받든 지 약 20년 만에 책을 완성할 수 있었다.
이 책 <사람을 읽는 힘, 사기열전>에서는 열전 70편 전편을 현대적 관점에서 주제별로 나누어 재분류하여 수록하였다. 사기열전 읽기의 어려운 점을 최소화시켰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주면서 조금은 부담을 내려놓고 이 책을 읽을 수 있게 만든다.
책의 시작은 범저와 채택의 이야기다. 이야기 주제는 '승자는 멈출 때를 아는 사람이다.'이다. 가난한 선비였던 범저, 하지만 천하의 정세를 꿰뚫어 보는 능력을 지녔다. 세상에 그의 능력을 드러낼 길 없이 지내다가 드디어 기회가 찾아온다. 왕의 명을 받고 수고와 함께 제나라에 사신으로 떠나지만 그의 행동이 수고의 오해를 사고 거기에 범저의 능력에 대한 질투까지 더해지면서 수고의 고발로 억울한 누명을 쓴 범저는 죽을 위기에 처한다. 복수의 칼날을 갈던 범저는 진나로 가서 재상에 오르고 자신을 죽음으로 몰고 간 자들에 대한 보복을 감행한다. 권력의 최고조에 도달한 범저에게 채택이 나타나 지혜로운 언변으로 그를 설득시켜 그 자리에서 물러나게 한다. 범저는 오로지 자신이 받은 치욕에 대한 복수심이라는 동력으로 정상에 자리에 오르나 이 또한 그의 오만이었고 권력의 정상에서 물러날 때를 모르는 자의 비참한 최후를 알기에 늘 불안은 늘 함께 한다. 멈출 때는 아는 사람만이 화를 피하고 편안을 누린다는 최상의 처세술을 알려준다.
총 7개의 주제로 70편의 이야기에 빠지게 된다. 야망과 처서에 대해, 권력의 민낯에 대해, 리더십에 대해, 신념과 의리에 대해, 전략과 통찰에 대해, 경계인의 초상에 대해, 인생과 허무에 대해. 주제를 미리 알고 이야기를 접하니 더 집중하면서 읽게 된다. 우리가 살면서 마주하게 되는 인간관계의 힘든 점 즉 사람을 읽는 힘에 대해 2천 년 전의 사람 사는 이야기로 오늘날 우리의 삶에서도 교훈을 얻을 수 있다니 그저 놀랍기만 하다. 모든 이야기를 곱씹으며 밑줄도 긋고 생각도 하면서 시간을 두고 천천히 읽었는데도 지루할 틈이 없다. 단지 이야기만 즐기기 위한 책 읽기 욕심을 버리고 의문을 갖고 생각하고 교훈을 찾으면서 능동적으로 읽으면 더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