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계약서는 만지 되지 않는다>
리러하 장편소설
제1회 K-스토리 공모전 대상 수상작!
350:1의 경쟁률을 뚫고 선정된 단 하나의 작품
책 제목에서부터 예사롭지 않다. 거기에 공모전 대상 수상작! 이런 타이틀에는 뭔가 모르게 끌리게 된다. 장르 소설을 좋아하는 일인으로 주로 일본 소설을 읽다가 최근에는 우리나라 작가의 장르 소설에 찾아서 읽고 있기에 신인의 소설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집주인 할머니 강복주와 서주는 흉가 같은 커다란 단독주택에 살고 있다. 할머니는 빈방을 세놓아 그럭저럭 생활한다. 하지만 워낙 집이 낡았고 할머니의 잔소리도 만만치 않아 최근에는 세입자들이 하나둘씩 빠져나갔다. 어느 날 할머니는 빈방들을 지옥에 세를 주었다. 할머니 왈, "지옥이 요새 리모델링하느라 죄인들 둘 데가 모자란대서 빈방이랑 남는 공간 빌려주기로 했다." 빈방을 지옥에 세를 준다? 서주는 세입자들이 공동으로 쓰는 공간이나 문이 열려 있는 방에서 끔찍한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옛날이야기에 등장하는 죄지은 사라들이 지옥에서 벌을 받는 장면을 직접 보게 된다. 이렇게 낯설고 무섭고 희한한 죽은 죄인들이 거주하는 지옥에서 살아있는 할머니와 20대 서주가 함께 동거하게 된다.
참 상상치도 못한 설정으로 소설은 재미를 선사한다. 특히 등장인물들이 다 다채롭다. 세상 힘든 일을 겪어서 입이 거친 할머니 강복주와 이런 할머니 밑에서 찍 소리 내지 않고 착하게 순하게 살아가는 서주, 다양한 이력이 있는 세입자들. 사실 할머니와 서주 이 두 사람은 피 한 방울 안 섞인 남이지만 할머니의 자식이 너무나 위협적이라 늘 할머니를 챙기고 지키면서 이 단독주택의 실질적인 관리인으로 살아간다. 손녀 가장처럼 말이다. 또 빼놓을 수 없는 매력적인 인물이 악마이다. 우리가 평소 상상하는 악마는 일단 무섭고 한순간도 같은 공간에 있기 싫은 상상만으로 소름이 돋는 그런 인물인데 소설에 등장하는 악마는 너무나 놀랍게도 착하고 상냥하며( 오직 서주에게만) 수호천사 같은 역할을 한다는 점이 놀랍다. 아침에 서주를 위해 미숫가루를 태워 준다든지 서주의 귀가가 늦어지면 서주 몰래 그녀의 집에 잘 도착하도록 지켜봐 준다든지 할머니를 대신해서 문을 열어준다든지... 이상하리만큼 서주에게 상상을 초월하는 착한 일을 하기에 그의 모든 행동과 말투에 의심을 가지게 된다. 또 서주의 아르바이트 동료들도 늘 서주를 아끼고 지켜주고 의리 있는 인물들로 소개된다. 하지만 워낙 세상이 험하고 나쁜 사람들이 많은지라 이런 서주를 착한 사람들의 호의에도 읽는 내내 의심하게 만든다. 산 사람, 죽은 사람, 착한 사람, 나쁜 사람 거기에 악마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는 가벼운 듯 전개되어 술술 읽힌다. 어두운 소재이지만 새롭고 신선한 설정이 주는 매력과 등장인물들의 대화와 성격이 주는 재미와 무게감이 공존하여 몰입감을 선사한다. 언제 등장할지 모르는 할머니의 아들의 존재가 몰고 오는 긴장감도 책에 몰입하게 되는 힘이 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지만 결코 가볍게 느껴지지 않는 재미를 주는 신선한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