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마리 유키코 지음, 김은모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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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랄까, 이사도 일종의 무서운 체험 중 하나 아닐까요?"

이사로 낯선 환경에 적응한다는 것이 쉬운 것만은 아니다. 그렇다고 공포 체험까지는 아닐 텐데 어떤 무서운 미스터리가 기다릴지 기대된다. 장마가 끝나고 폭염으로 잠 못 이루는 밤이 많이 진 요즘 습관처럼 찾게 되는 공포 미스터리, 그것도 우리의 일상과 가까운 것에서 느끼는 낯설고 섬뜩한 기분을 묘사한 리얼리티 호러의 진수라 더 기대되었다.

소설은 '이사'에 관한 여섯 편의 공포 미스터리 연작이다. <문>,<수납장>, <책장>, <상자>, <벽>, <끈>. 평범한 일상에서 매일 접하는 것들에 대해 새로운 시선으로 접근하여 공포감을 주는 연작소설이다.

첫 에피소드는 <문>이다. 기요코는 지금 살고 있는 집이 여자 혼자 사는 집에 침입해 강간하고 살인까지 하게 된 흉악범이 살았던 집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더 이상 그 집에 살 수 없게 되어 이사를 갈 생각에 집을 보러 간다. 그녀가 보러 간 집은 준공한지 4년 정도의 깨끗한 집인데 벽에 작은 구멍이 있는 게 마음에 걸린다. 그래도 하루라도 빨리 이사를 하고 싶은 마음에 커 그 집으로 이사를 생각하며 집 주위를 돌아보다 비상문을 발견하게 된다. 비상문을 열고 들어간 후 문이 닫히면서 그녀는 그곳에 갇히게 되고 이후 악몽인지 현실인지 모를 이상한 일들을 겪게 된다. 단편이라 읽는 속도감이 좋아 몰입도가 높다.

<수납장>. 나오코는 혼외자로 자라 아빠의 얼굴을 알지 못한다. 우유부단한 성격의 엄마를 닮아서인지 이사 가기 위해 짐을 정리하는 나오코도 쉽사리 버려야 할 물건들을 분류하지 못한 채 시간만 보내고 있다. 그러다 그녀의 눈에 들어온 수납장. 온갖 물건으로 가득 찬 수납장에서 공포스러운 기운이 느껴진다.. 이 수납장에서 드러나는 가족의 비밀, 짧지만 강력한 느낌을 주는 이야기지만 내가 놓친 건 없는지 다시 앞 부분을 읽게 만들었다.

<책상>, 주부 마나미는 이삿짐센터에서 취직하게 되었다. 별로 힘든 일도 없고 주루 전화를 받는 일 치고는 보수도 괜찮았다. 하지만 이삿짐센터는 평범한 곳은 아닌 듯 보인다. 특히 사장의 누나의 행동이 이상하다 못해 수상하다. 일에 흥미를 잃어가면서 그만두려고 마음먹을 때쯤 책장 서랍에 낀 종이를 발견하게 된다. 그 종이는 먼저 이삿짐센터를 그만둔 사람이 직접 쓴 편지였다. 마나미는 당장 이삿짐센터를 그만두었다. 반전의 결말에 실웃음이 나왔다.

짧은 에피소드마다 작가의 매력이 느껴지면서 그녀의 다른 소설이 궁금해진다. 생각지 못한 결론에 내가 놓친 것 없나 하는 생각이 들어 자꾸 앞 부분을 다시 읽게 되었다. 몰입감도 좋고 가독성도 좋다. 기대만큼 무섭지는 않았지만 다시 생각하면 일상에 있는 평범함을 뒤집는 낯설음이 주는 신선한 충격이 상당히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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