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입자들
정혁용 지음 / 다산책방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택배가 도착하는 순간, 인생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코로나19로 최근 석 달 동안 좀처럼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많이 불안했고 일도 못하는 시간이라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어도 예전처럼 재미도 없거니와 집중력이 떨어져 읽는 읽다가 덮고 다시 처음부터 읽고 아무튼 모든 것이 힘든 시간이다.
이런 컨디션에 집중하며 빠져 읽은 책이 나타났다. <침입자들>. 책 제목만 봤을 때는 살인사건이 발생하는 미스터리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다르게 너무나 현실적인 스토리에 내 이웃의 이야기이자 나의 이야기처럼 몰입하며 읽어내려갔다.

"나의 일상은 사막이다." P11
주인공 나는 삼 년 전에 고향을 떠나 서울로 올라왔다. 서울에 도착하지 마자 바로 알을 구했다. 택배기사이다. 숙식제공이라는 말에 다음 날 바로 일을 시작했다. 택배 기사의 고단한 삶을 알려준다. 워낙 무뚝뚝한 사람이라 자신 주변의 사람들에게 관심도 없거니와 자신의 일도 좀처럼 털어놓지 않는다. 같은 일은 하는 사람들도 그저 별명을 부르거나 자신이 배달하는 동네 이름으로 불리어진다. 나는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고 그냥 자신의 배달 구역을 따서 '행운동'이라고 불린다. 소설 처음부터 '나'의 과거를 궁금하게 만든다. 끝까지 몰입하면 읽게 만드는 소설의 흡입력도 이런 나의 과거가 언제 밝혀질까 하는 기대였는지 모르겠다.
오직 일만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관심도 없는 그의 눈에 들어오는 사람이 생겼다. 매일 같은 시간에 벤치에 앉아 그에게 담배까지 빌려 피우는 여자. 미스터리한 여자는 그 후 '나'에게 이상한 제안까지 한다. 쉬는 날에 자신과 만나는 조건으로 일당 백만 원을 주겠다고 한다. 단지 만나서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조건이라 거절하지 못하고 만남을 이어간다. 과연 그녀는 어떤 사연이 있을지...
잠시 알게 된 '마스크'라는 삼십 대 여성이다. 작은 키, 마른 체격에 마스크를 끼고 폐지를 줍는 여자였다. 20대에는 대기업에 다니는 엘리트였는데 이제는 취업은 꿈도 꾸지 못하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반지하에 살면서 세상과 단절한 그녀의 사연은...
동네 바보로 통하는 '마이클'이라는 불리는 남자 이야기, 매주 토요일에만 택배가 배달이 되는 게이 바를 운영하는 주인 이야기 등. 주인공 '나'가 관찰자 입장이 되어 택배 배달을 하면서 알게 된 행운동 사람들의 이야기에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주변의 인물들을 실제 삶을 들여다보며 알게 되어 잔잔한 울림이 있었다.
택배라는 고된 육체적 일을 하면서 주변에서 이 직업을 깔보는 사람들에게 사이다 같은 말로 되받아 치는 부분에서는 통괘함마저 느꼈다. 쉬는 날이나 일을 마치고 그가 읽었던 책이 궁금하다. 부끄럽게도 내가 아는 책이 거의 없어 기회가 되면 꼭 찾아서 읽어 보고 싶어졌다.
주인공 '나'의 무뚝뚝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의 말을 다 하는 그의 뚝심에 굉장한 매력을 느꼈다. 과거를 잊고 살아가려는 의문의 남자의 너무나 현실적인 이야기에 빠져드는 시간이 잃어버린 독서의 즐거움을 찾은 듯 기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