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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머린
이사카 고타로 지음, 최고은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이사카 고타로의 소설은 <서브머린>이 처음이다. 발표하는 작품마다 큰 방향을 일으키고 항상 '천재'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작가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10편 넘게 출간되었는데 그의 소설이 처음이라니.... 본격적으로 즐겨 일본 소설을 읽기 시작한 게 1년 정도라 알고 있는 일본 작가의 손에 꼽을 정도이다.
<서브머린>은 2004년 출간된 <칠드런>의 속편이다. 12년 만에 나온 속편에도 전편의 주인공들이 그대로 등장한다고 한다. 솔직히 처음 책을 접했을 때 혹시 전편을 꼭 읽어야만 하는 건 아닌가 걱정이 들었지만 그것은 단지 나의 기우였다. 속편이라는 느낌도 없었고 오롯이 <서브머린>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내년에는 꼭 시간을 내어 전편 <칠드런>도 읽고 싶다. 각자 매력이 넘치는 우리의 주인공들의 젊은 시절이 어떤 모습일지 상상을 가지만 그래로 책으로 꼭 확인하고 싶다.
무타와 진나이는 가정법원 조사관으로 일하며 이번에 두 사건의 아이들을 보호 관찰 중이다. 첫 번째가 다나오카 유마건이다. 고등학생을 갓 졸업한 열아홉 살 아르바이트 소년이 무면허로 과속 운전을 하다 인도를 돌진하여 조깅 중이던 중년 남자를 숨지게 했다. 언론에서는 소년이 무면허 상습법이고 자주 차를 훔쳐 운전했다는 사실을 밝혀 시민 모두가 이 소년을 흉악범처럼 처벌해야 한다고 분노하고 있다.
무타가 다나오카 유마와 면담을 하지만 좀처럼 사건에 대해서는 자세히 말하지도 않고 모든 질문에 '네'로 일관한다. 소년의 속마음을 알 수 없는 상황이라 면담이 힘들다. 두 번째가 오야마다 슌건이다. 그는 여러 곳에 협박 편지를 보낸 것으로 불처분 결정이 내려졌고 지금은 시험 관찰 심리 면담 중이다. 부잣집 아들로 명문 고등학교를 수석으로 입학할 만큼 똑똑한 아이가 지금은 등교도 거부한 채 집에서 컴퓨터만 들여다보며 최근에는 다른 협박자들을 찾아 협박하는 일을 하고 있다.
전체적인 스토리는 다나오카 유마의 사건으로 중심으로 전개된다. 다나오카 유마는 4살 때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돌아가셔 대학교수인 큰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그리고 초등학생 때 제일 친한 친구를 눈앞에서 일어난 교통사고로 잃게 되었다. 두 번의 교통사고로 소중한 사람을 잃은 가슴 아픈 경험이 있었던 피해자 소년이 어느 날 갑자기 교통사고를 일으켜 사람까지 죽게 만든 가해자가 된 것이다. 19살 소년에게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런 극단적인 사고를 일으켰는지 우리의 두 주인공 무타와 진나이가 조사에 들어간다. 물론 두 사람은 형사가 아닌 공무원 신분으로 직접적인 수사에 착수할 수는 없지만 사고 현장을 탐문하거나, 다나오카 유마의 친지와 그의 어린 시절 친구들까지 만나면서 마음의 문을 닫은 다나오카 유마에 대해 알아가게 된다.
이 과정에서 진나이의 성격 묘사와 행동들에 묘한 매력을 느끼게 된다. 처음에는 진나이가 소년들이나 팀 동료들을 대하는 모습에서 무뚝뚝하고 건성건성 일을 처리하거나 생각 없이 행동하는 괴짜로 묘사되었다. 하지만 사건의 진실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그의 색다른 진지함과 끈질기게 물어지는 집념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다나오카 유마를 만난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 진나이와 이 소년의 관계가 궁금해지고 왜 다나오카 유마가 교통사고를 일이 켰는지 사건의 진실을 무엇인지 알고 싶어 긴장감과 집중을 놓칠 수가 없었다.
이 소설은 소년 범죄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읽었던 다른 소년 범죄를 다룬 소설과는 다르게 접근하고 있다. 형사가 아닌 가정법원 조사관으로 하여금 사건의 진실을 밝힌 것으로 짐작할 수 있듯 범죄 행위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사건이 일어나게 된 배경과 소년들의 심리상태에 초점을 주면서 우리 모두에게 고민거리를 던지고 있다. 다른 시각으로 바로 볼 수 있도록 한 번 더 고민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다. 사회의 부조리와 절망적인 모습과 인간의 타락, 반성과 용서라는 무거운 주제를 말하고 있지만 사건의 진실에 다가서려는 진나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혹시 범죄자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것은 아닌가 오해의 소지도 물론 있지만 그래도 다시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는 점에서는 이 소설이 새롭게 다가왔다
"모두가 입을 모아 극악무도한 사건이라 떠들어 대고, 괴물이 출현했다는 양 뉴스에서 보도되는, 당장이라도 지옥 불에 던져 버려야 한다고 비난받는 가해자도 막상 만나 보면 평범한 소년인 경우가 적지 않다. 주변 환경이 좋지 않거나, 규범의식이 낮기는 하지만 비정상적이라고는 할 수 없는 소년들이었다."p164
"축구에서 실점으로 이어지는 실책을 저지른 선수라면 후반에 2득점을 해서 만회할 수는 있다. 하지만 네 경우는 다르다. 뭘 해도 만회할 수 없다. 사람의 목숨은 한번 잃으면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까. 분발해서 나중에 몇 점을 따더라도 돌아오지 않는다. 세상에는 돌이킬 수 없는 일도 있다."p1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