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퍼컷 좀 날려도 되겠습니까 - 공격과 방어를 통해 배운 내 삶을 존중하는 법
설재인 지음 / 웨일북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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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많은 위로를 받은 느낌이다. 요즘 계속 우울하고 힘들었는데 오랜만에 책을 읽으며 마음껏 웃을 수 있었다. 프롤로그부터 눈이 번쩍했고 저자의 매력에 푹 빠졌다. 자기소개서로 시작하는 글이었다. 18개월이 지나도 제대로 걸음마를 떨 수 없었다는 그녀. 머리가 커서 못 걷는다는 의사 선생님의 진단으로 어머님의 말을 옮겨 자신을 소개한 그녀의 솔직함에 책에서 묘한 빛이 발산하는 듯 독자를 끌어당기는 힘이 느껴졌다. 이렇게 어린 시절 아닌 영유아부터 운동의 0도 없는 그녀가 어느 날 신의 계시, 아니 기적처럼 복싱을 만나 그녀의 삶이 달라졌다. 운동으로 기본 체력이 좋아진 건 두말하면 잔소리고 자신의 삶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방법까지 깨우치게 된 그녀의 반전 스토리가 너무나 흥미로웠다.
그녀는 외고 수학선생님으로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 생활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일반 고등학교 선생님도 빡빡한 스케줄이지만 외고 선생님이라 저녁 8시 전에 퇴근이 불가능할 만큼 힘든 다람쥐 쳇바퀴 같은 생활을 하고 있을 때 운명처럼 찾아온 '띵' 소리, 바로 복싱 라운드 시작 소리였다. 띵 소리에 이끌려 바로 등록하고 시작한 그녀의 취미생활 복싱이 지금은 대한복싱협외에 정식 등록된 선수에 전국 신인 선수권 우승까지 거머쥔 복싱인이 되었다. 5년 복싱하면서 느낀 그녀의 글이 일상에 찌들어 불안하고 무기력만 느끼고 있는 나에게 다시 일어날 힘과 즐거움과 생기를 느끼게 만들었다. 시간을 들여 몸을 만들어야겠다. 몸이 아프니 마음의 병도 깊어지고 더 자신감과 멀어지면서 모든 일에 의욕을 상실하게 되었는데 뭔가 새로운을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우선 걷기라도 해야겠다는 다짐이 생긴다.

"시간을 들여 노력했을 때,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백 프로 보장해주는 것은 몸뿐이에요. 직장 생활도, 사회적 성곡도, 연애 사업도, 뭣도 아니에요.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백 프로 받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몸뿐이지 않을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오늘도 운동합니다."p35

퇴근이 늦어서 운동을 할 수 없는 날이 생기기에 학교 마치자마자 택시를 타고 운동하고 하루에 수면시간을 4시간을 줄여가면서까지 운동에 빠져살았던 그녀, 그런 그녀의 끈기와 노력을 감탄했다.

"이렇게 잠을 못 자고 살다가는 정말로 죽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만두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그만둘 수가 없었다. 아마도, 결국 견디지 못하고 시스템에 매몰되어 포기하는 사람을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던 것 같다. 버텨야 한다,라고 마음을 다잡았다. 건강한 사람으로 살 수 있는 가능성을 뭉개버리는 이 수레바퀴 아래서."p63

가족 이야기도 이 책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평생 영어 공부에 미쳐 살았던 저자의 아버지. 마흔 넘어 통역번역대학원에 다니셨고, 토익 만점까지 평생 영어책을 끼고 사셨다는 아버지 이야기며, 저자가 고3 때 수능을 이 주 전에 1박 2일 탁구 시합을 다녀오시면서 하는 말씀, "학교에서 삼시 세끼 다 주는데 뭐가 문제냐"라며 당당하게 자신의 일을 즐기셨던 어머니 이야기, 이런 부모의 유전자를 고스란히 물러 받은 저자가 복싱에 빠져들 수 있었던 걸 탁월한 유전자 덕분이구나 느끼며 나도 열심히 몰두할 뭔가를 빨리 찾아야겠다.
이렇게 자신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그녀와 관련된 모든 이야기에는 진솔함에 유머까지 있어 280페이지가 넘는 책을 앉은 자리에서 훌쩍 읽어버렸다. 너무나도 솔직하고 유쾌하고 상쾌하고 자신만의 장점을 가지고 있는 그녀, 복싱을 사랑하고 글을 사랑하는 멋진 삶을 살고 있는 그녀가 너무나 부러웠다. 이런 그녀의 이야기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그리고 그녀의 다음 책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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