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 왜란과 호란 사이 - 한국사에서 비극이 반복되는 이유
정명섭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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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 이후 병자호란 직전까지
조선이 놓쳤던 시간, 우리가 잊었던 역사
왜란과 호란 사이 38년
정명섭 지음

전쟁이 일어나면 가장 고통받는 것이 민초들이다. 우리의 역사만 들여다봤을 때도 언제나 민초들의 가혹하고 억울한 희생만이 있었다. 하지만 역사의 기록에서는 이들의 보통 사람들의 기록은 잘 전해지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냥 그들은 힘없는 보통 사람들, 민초들이기 때문이다. 1592년 4월 17일 왜구가 부산에 쳐들어와 임진왜란이 일어나고 왜군은 파죽지세로 밀고 올라왔다. 5월 2일 왜군의 선봉부대가 한양에 도착하기 전에 한양을 버린 선조, 하지만 힘없고 늘 고통받고 착취를 당한 민초들이 임금마저 버린 조선을 위해 의병을 일으켜 싸운다. 이름 모를 민초들의 힘으로 7년의 긴 전쟁은 끝났지만 이들의 시련은 끝나지 않았다. 전쟁이 끝나고도 여전히 다른 전쟁에 대한 대비가 부족했던 조선이었기에 이후 더 참혹한 전쟁이 다가오고 있음을 그래서 왜란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아주 짧았던 2개월 전쟁 병자호란으로 참혹한 결과만 남겼고 수많은 백성들에게도 엄청난 고통과 상처만을 남겼다.
작가 정명섭은 이런 조선시대 가장 참혹했던 두 전쟁의 빈 공백기를 다루고 있다. 왜 조선은 임진왜란이라는 긴 전쟁을 겪고도 여전히 전쟁에 대한 대비를 하지 않았는지 도대체 조선 조정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으면 모든 시련에 그대로 노출되었던 민초들의 버팀의 삶과 저항의 삶을 한 인물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누구도 주목하지 못했던 그래서 자세한 기록조차 없었던 민초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게 재조명하였다. 조선 후기 시인인 홍세태가 쓴 <김영철전>이라는 전기소설의 주인공을 모티브로 홍한수라는 가공의 인물로 그 당시 민초들의 삶을 대변하고 있다.
책은 크게 두 가지 이야기로 나눈다. 작가의 소설 <홍한수전>과 이 가공의 인물이 겪었던 38년이라는 두 전쟁 사이의 역사적 굵직한 사건과 사실을 스토리텔링식으로 전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홍한수전> 소설 파트보다 역사적 사실에 바탕으로 그리고 작가 자신의 역사적 관점이 실려 있는 파트가 더 흥미로웠다. 많은 사료와 그림 등을 제시하여 많은 객관적인 접근을 시도하였으며 거기에 그 사건의 역사적 의미에 최대한 객관성을 유지하면서 자신의 생각으로 정리하는 글이 그 시대의 역사를 이해하는데 많은 관전 포인트를 제공하였다. 특히 광해군 정치와 그 후 일어난 인조반정에 대한 평가가 새삼 놀라웠다. 물론 광해군의 평가는 역사적으로 여러 해석이 가능하지만 많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볼 때와는 조금은 다른 느낌이었다. 중립성을 유지하면서 냉정하게 평가하는 작가의 시선에 설득력이 있었다. 원래 아는 만큼 보인다고 조선 역사에서 많이 접한 광해군과 인조 이야기라 좀 더 집중하며 읽었다.
역사는 과거 이야기다 하지만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지금 우리나라가 처해 있는 상황이 조선시대 격동의 시대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일본의 무역제재와 외교 문제, 방위비 부담금을 무리하게 올리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끼여 여전히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강대국에 끼인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언제나 힘든 주변국과의 외교 문제, 이런 상황에서 역사적 교훈을 찾아야 한다. 자신의 나라와 백성을 버리고 혼자 도망갔던 선조와 여전히 민심을 읽지 못하고 자기 살기에 바쁜 기등권자들과 같은 사람들이 현재에 나타나지 않게 역사를 통해 익히고 우리는 깨어 있어야 한다.

"반정을 일으킨 지 불과 일 년 만에 민심이 인조와 조정에서 등을 돌린 이유는 무엇일까? 광해군 시절과 사람만 바뀌었을 뿐 수탈과 폭정에서 달라지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후금의 공격을 막기 위해 군대를 증강하고 성곽을 수축하는 한편, 가도의 모문룡도 지원해야 했기 때문에 막대한 재정이 소모되었다. 하지만 공신을 비롯한 기득권층은 이런저런 이유로 세금을 내지 않았기 때문에 그 부담은 고스란히 힘없는 백성들에게 내려갔다."p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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